노조 및 시민단체, 서울반도체·하도급 대표 고발
피해자 사과 및 보상, 잠재적 피해자 조사 요구

서울반도체 노동조합
‘서울반도체 및 전기전자업종 노동자 건강권 확보를 위한 안산·시흥지역 네트워크’는 18일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서울반도체 본사 정문앞에서 방사능 피폭사고에 대한 진상규명과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서울반도체 노동조합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지난달 서울반도체 방사선에 피폭 사고를 당한 용역업체 직원이 산업재해 보상을 신청했다. 이와 함께 서울반도체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들은 사측의 사고 축소 의혹을 제기하며 하도급업체 대표 등을 노동부에 고발했다.

‘서울반도체 및 전기전자업종 노동자 건강권 확보를 위한 안산·시흥지역 네트워크’(이하 건강권네트워크)는 18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서울반도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방사능 피폭사고에 대한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번 기자회견에는 서울반도체 노동조합,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등이 공동주최로 참여했다.

이들은 방사선 피폭사고 피해를 입은 2명의 노동자와 함께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제기하고, 서울반도체와 하도급업체 대표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노동부에 고발키로 했다.

앞서 서울반도체 내 하도급 업체에서 지난 7월 25일 LED 패키지 결함 검사를 위해 방사선 검사장비를 작동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방사선에 직접 피폭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사실을 파악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조사를 실시, 노동자 7명이 방사선에 피폭됐고 그 중 2명이 일부 노출 정도가 심해 치료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건강권네트워크에 따르면 피폭 피해로 이날 산재 신청을 한 근로자 A(23)씨와 B씨(26)는 방사선에 의한 피부 및 피하조직 장애 진단을 받았다. 이들은 A씨는 손가락에는 홍반이 나타나고 B씨는 손가락도 검게 변색된 상태라고 했다. B씨의 경우 정식적 충격으로 급성 스트레스 장애와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번 사고가 사측의 지시와 제대로 된 안전교육이 실시되지 않은 작업 환경 등으로 발생된 것임에도 원청인 서울반도체는 사고의 축소·은폐, 책임 떠넘기기 행태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강권네트워크는 “현재까지 밝혀진 이 사고에 재해를 입은 노동자들은 방사선 발생장치의 위험성과 안전한 조작 방법에 대한 교육을 단 한 번도 받지 못한 채 위험에 노출되어 업무를 수행다”며 “‘인터락’(안전연동장치)을 해제한 것은 명확히 회사의 지시와 압박에 의한 것임에도 이를 해당 노동자의 일탈로 몰고 가는 회사의 행태는 명백한 책임회피”라고 지적했다.

앞서 서울반도체는 작업 중 안전장치를 직원이 임의로 해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은 “안전장치 해제 시 2배 가량 검사 물량이 많아 사측이 안전장치 해제하고 작업을 하도록 지시했다”고 반박했다.

사측이 피폭자 숫자도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같은 방사선 설비를 사용한 노동자가 최소 150명에 달한다”며 “상당수 노동자가 인터락을 해제하고 작업했다”고 밝혔다.

원안위 등 유관기관이 실시한 조사 또한 회사의 통제로 제대로 진술할 수 없는 상황에 이뤄진 것으로 노동자들이 사실대로 진술할 수 있는 독립적 조사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건강권네트워크는 “회사는 방사선 피폭 정도가 극히 미미한 수치이고, 혈액검사가 모두 정상으로 판정돼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회사는 방사선 피폭으로 10년 뒤에 백혈병, 20년 뒤에 식도암과 같은 직업성 암이 발병할 수 있다는 사실은 외면하고 있다”며 사측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어 “사고의 원인과 올바른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회사는 하도급업체 책임으로만, 노동자들의 부주의로만 몰아가고 있다”며 “피해자에 대한 사과는 커녕 개인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회사의 행태에 대해 우리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노조와 시민단체는 사측에 ▲사건 은폐·축소 시도 중단 ▲피해자 사과와 보상 ▲노조 포함된 진상조사 통한 대책 마련 피해자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보상, 노동조합이 포함된 진상조사를 통한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또 원자력안전위원회와 고용노동부에 ▲이번 사고의 잠재적 피해자 조사 ▲재발방지를 위한 전국적인 전수조사 및 안전점검 실시 등을 요구했다.

서울반도체 측은 사건 축소나 은폐는 없었다며 노조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과 관련해 서울반도체 관계자는 “협력사 방사선 피폭사고에 대하여 은폐 축소한 사실이 전혀 없으며, 근본적인 재발방지와 개선책 마련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현재 모든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으며, 전 직원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반도체 전날 피폭 의심 직원 7명의 혈액과 염색체 검사결과 모두 정상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산재신청에 나선 피해 직원 두 명도 포함된 조사결과다. 이날 서울반도체는 대표 명의 입장문을 통해 “방사선 노출 사고가 발생한 엑스레이 장비 주변에 잔류방사선이 존재하지 않으며, 방사능 물질 역시 공장 어느 곳에서도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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