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헌 예비역 중사 ⓒ뉴시스
하재헌 예비역 중사 ⓒ뉴시스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북한 목함지뢰 도발 사건으로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예비역 중사에 대해 국가보훈처가 공상(公傷)을 결정했다. 그러나 하 중사는 전투 또는 전투에 준하는 직무수행 중 입은 부상이므로 전상(戰傷)이 마땅하다고 반발했다.

지난 2015년 8월 4일 하 중사(당시 하사)는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순찰하던 중 철책을 넘어가는 과정에서 매설돼있던 목함지뢰가 폭발해 오른쪽 무릎 위와 왼쪽 무릎 아래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함께 순찰했던 김정원 중사(당시 하사)도 오른쪽 발목을 잃었다. 당시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한반도 군사분계선을 넘어 지뢰를 묻은 것으로 결론냈다.

하 중사는 총 21차례에 걸친 대수술을 받고, 1년 넘는 병원생활을 했지만 퇴원 후 군에 복귀해 군인으로서의 삶을 이어갔다. 그러다 올해 초 또 다른 꿈을 위해 전역을 결정했고, 육군은 전공상 심사 결과 군 인사법 시행령에 따라 하 중사에 대해 전상자 판정을 내렸다.

그런데 올해 8월, 하 중사가 국가보훈처에 신청한 국가유공자 등록 결과에서 전상자가 아닌 공상자 판정이 통보됐다.

국가군인사법에 따르면 전상자는 ‘적과의 교전이나 무장폭동 또는 반란 진압을 위한 행위로 상이를 입은 이’를, 공상자는 ‘교육·훈련 또는 그 밖의 공무로 상이를 입은 이’를 의미한다.

국가유공자법 시행령 국가유공자법 시행령 [별표1]의 2-2-1을 근거로 경계·수색·매복·정찰활동·첩보활동 등의 직무수행(이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준비 또는 정리행위·직무수행을 위해 목적지까지 이동하거나 직무수행을 마치고 소속부대 등으로 옮기는 행위 포함) 중 상이를 기준으로 판단했다는 게 국가보훈처의 설명이다.

하 중사는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국가보훈처에서는 적이라는 단어와 북한의 존재는 빼고 전투에 대한 문언 해석 범위를 넘어 전상군경으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또 합참에서 적의 도발이라고 결론짓고 적이 매설한 목함지뢰에 의해 부상을 입었다고 할지라도 앞서 DMZ 수색 작전 중 발생한 지뢰부상과 달리 보기 어렵다. 또한 사고 당시 교전이 없었다고 이야기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천안함 사건과 저희 사건 모두 교전은 없었지만 북한의 도발로 인한 사고였는데 천안함 유공자분들은 전상을 받고 저희는 공상을 받았다. 이 이야기를 하자 ‘천안함은 많이 다치고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했다”며 “저희는 두명 밖에 안 다치고 아무도 죽지 않아서 공상이란 말인가”라고 억울함을 전했다.

하 중사는 “전상군경과 공상군경이 금액 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하시는데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저희에게 전상군경은 명예”라며 “다리를 잃고 남은 것은 명예뿐이다. 전상군경으로 제 명예를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사진 출처 = 청와대 청원글 캡처>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국가보훈처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비판의 목소리는 정치권에서도 이어졌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은 “하 중사의 부상이 전상이 아닌 공상이라는 것은 하 중사의 두 다리를 빼앗아간 지뢰는 북한군이 설치한 게 아니라는 말과 같다”며 “절대 납득할 수 없는 진실 왜곡이다”라고 꼬집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도 “정권과 관계없이 영웅은 영웅으로 대접해야 마땅한데 그 부분이 너무 부족하다”며 “북한에서도 사과한 사건인데 정부에서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점은 너무 잘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관련 법조문의 탄력적 해석 여지를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고 밝히며 주무부처에 재검토를 지시했다.

그러자 18일 국가보훈처는 재심사를 진행하는 한편 이후 논란이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관련 법령 개정도 종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가보훈처 김대훈 대변인은 “하 중사의 이의신청과 관련해 곧 재심의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재심의 과정에서 기존 국가유공자법 시행령을 탄력적으로 검토함으로써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 하겠다”고 전했다.

하 중사는 대통령 지시가 내려졌으니 이후 결과를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다. 그의 바람대로 군인으로서 명예를 지킬 수 있는 국가보훈처의 재심의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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