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혜 외 36명 지음/204쪽/140*210mm/1만3000원/와온출판사

페미니즘의 언어를 도둑질해서 이방인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는 극우 세력들은,
실은 난민을 받아들이는 문제 역시 페미니즘의 현안이라는 사실을 은폐한다. (p34)

【투데이신문 김지현 기자】  2018년 여름, 제주도를 찾아온 예멘 난민들로 온갖 논쟁이 일었다. 내전을 피해 온 500여 명의 예멘인들이 난민 신청을 하자 이를 반대하는 등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벌어졌다. 그 과정에서 한국 사회는 난민과 무슬림에 대한 무지와 차별, 혐오를 그대로 드러냈다.

난민 수용을 반대하고 관련법을 개정해 달라는 국민 청원은 무려 70만 명이 동의했다. 당시 제주실종여성이 사망한 채 발견되자 제주 난민이 벌인 사건이라는 근거없는 루머가 돌기도 했으며, 무슬림 여성과 아동의 안전을 위해 난민을 추방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난민 수용 반대의 목소리가 이어지는 동안 한쪽에서는 이러한 일련의 사회적 흐름에 대한 대응, 응답으로 ‘경계 없는 페미니즘’이라는 이름의 온라인 공간이 생겨났다. 국내외 연구자와 활동가들은 난민 문제를 페미니스트의 관점에서 사유했다. 이는 난민 문제와 더불어 동시대의 사회적 의제들에 대해 페미니즘이 어떻게 응답하고 실천할 것인지를 상상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1년이 지난 지금의 상황은 어떨까. 예멘 난민 대부분은 여전히 한국에 머물고 있다. 단 2명만이 난민 인정을 받았다.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이들은 한국 사회 곳곳으로 흩어진 상태다. 그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그리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때다.

‘경계 없는 페미니즘’에 연재됐던 40편의 글을 엮은 책 <경계 없는 페미니즘>을 통해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함께 하기 위한 사유와 실천으로서 페미니즘의 역량을 재확인하길 바란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