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티슈의 배신⑤] 재활용도 안 되는 물티슈…규제 법안·생산자 책임 全無
[물티슈의 배신⑤] 재활용도 안 되는 물티슈…규제 법안·생산자 책임 全無
  • 김효인 기자
  • 승인 2019.10.08 18: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물티슈 남용, 개인의 양심에만 맡겨져 버린 현실
재활용 불가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해당 안돼
일회용품 규제 품목에 포함시키자는 목소리 커져
생산자 책임의식 고취로 지나친 생산부터 줄여야
물티슈 사용을 억제하자는 캠페인을 실시하는 광주환경공단과 시민단체 ⓒ광주환경공단
물티슈 사용을 억제하자는 캠페인을 실시하는 광주환경공단과 시민단체 ⓒ광주환경공단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물티슈도 플라스틱입니다!”, “물티슈 사용을 줄입시다!”

지난 6월 10일, 광주 유스퀘어 터미널 야외광장에서는 광주환경공단(이사장 김강열) 직원들과 광주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 광주환경운동연합, 어울림나눔사랑봉사회 관계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모여 물티슈 사용 자제를 호소했다.

물티슈 사용의 편리함에 가려진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광주환경공단과 시민단체들이 손잡고 나선 것.

<투데이신문>은 앞서 4차례에 걸친 [물티슈의 배신] 보도를 통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물티슈에 대한 문제점을 살펴봤다. 물티슈에는 폴리에스테르라는 플라스틱 성분과 여러 화학물질이 함유돼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인체 유해 가능성을 갖고 있다. 더구나 물티슈는 재활용도 되지 않고 소각 및 매립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하수처리장 설비의 고장을 유발하는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런데도 물티슈는 일회용품 포함이나 폐기물 부담금 제도 등 정부의 환경을 위한 규제 법안에도 포함돼 있지 않아 물티슈 생산에 대한 별다른 제약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시민단체와 환경단체에서는 법안 개선을 통한 생산 단계에서부터의 규제가 절실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
 ⓒ 게티이미지뱅크

 

외국선 ‘강력한 물티슈 규제’, 국내 물티슈 규제 정책 구멍 숭숭

유럽과 북미 지역 등에서는 물티슈에 대한 플라스틱 규제 정책을 활발히 펴고 있다. 지난해 초 영국 정부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없애기 위한 계획을 발표하면서,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이 들어있는 물티슈 등 일회용 제품을 모두 포함했다.

2019 UN 환경총회는 환경친화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적극적으로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EU는 곧 발간될 예정인 ‘일회용 플라스틱 지침’을 통해 물티슈를 유럽 해변에서 발견되는 가장 심각한 오염 물질 10개 중 하나로 선정했다. 또 물티슈에 포함된 플라스틱 성분과 처리 방법들을 제품 포장에 명확하게 표기토록 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물티슈에 대한 문제의식은 낮다. 국내에서 생산 및 판매되고 있는 물티슈의 경우 재활용이 전혀 되지 않아 소각이나 매립밖에 대안이 없어 환경오염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게다가 유해한 성분이 있을 수 있는 플라스틱 원단 등 물티슈에 대한 관련 법안이 미비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환경 및 시민단체에서는 우선 물티슈를 ‘일회용품’ 품목에 추가하는 문제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많은 이들이 물티슈를 당연히 일회용이라고 여기지만, 현행법상 물티슈는 일회용품이 아니다.

식당을 비롯한 다중이용업소 등에 방문 시 얇은 비닐에 싸인 낱장 물티슈를 쉽게 볼 수 있다.

그걸 빨아 다시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 장이니 쓰고 버리면 일회용이다. 게다가 물티슈 성분은 엄밀히 플라스틱인데도 일회용품에서 제외돼 있어 관련 규제에서도 벗어나 있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에서는 일회용품을 총 10가지 품목으로 정한다. △일회용 컵/접시/용기 △일회용 나무젓가락 △이쑤시개 △일회용 수저/포크/나이프 △일회용 광고 선전물(전단지, 카탈로그 등) △일회용 면도기, 칫솔 △일회용 치약, 샴푸, 린스 △일회용 봉투, 쇼핑백 △일회용 응원용품(막대풍선, 비닐방석 등) △일회용 비닐식탁보 등 10가지이다.

해당 법에 따르면 식당이나 목욕탕, 마트 등 업소에서 무료로 나눠줄 수 없으며, 이를 어길 시 자원재활용법 10조에 따라 과태료를 물게 된다. 액수는 관할 지자체나 업소 규모, 위반 횟수 등에 따라 최대 300만원까지 매겨진다.

그러나 현재 ‘업소용 물티슈’는 무상 제공이 가능하다. 물티슈 포장 뒷면에도 ‘본 물티슈는 일회용품 규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라는 문장이 표기돼 있다.

일회용품 규제대상이 아니라는 문구가 적힌 물티슈 ⓒ투데이신문
일회용품 규제대상이 아니라는 문구가 적힌 물티슈 ⓒ투데이신문

정부의 일회용품 품목에서 물티슈가 제외된 것은 왜일까.

2014년 환경부는 ‘일회용품 사용실태조사 용역보고서’를 통해 “일회용 물티슈의 사용을 금지시켜야 할 만큼의 환경적 유해성에 대한 입증이 명확하지 않다”며 “현 상황에서 일회용품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업소용 물티슈의 대체재로 물수건이 있지만 소독 없이 재사용한다는 인식 때문에 사용을 꺼린다”며 “환경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위생이 더 우선시돼야 한다고 여겨 물티슈를 규제하지 않았다”고 했다.

1988년 올림픽을 치른 이후 일회용품 사용 제한을 주장하는 움직임에 1992년에 자원재활용법이 제정됐다. 당시에도 일회용 위생 종이(현 물티슈)만 일회용품에서 제외된 바 있다.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관계자는 “현시점에서 물티슈를 일회용품에 포함하는 것에 대해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환경과사람들 최병환 대표는 “물티슈를 일회용품 품목에 포함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폐기물 부담금제도가 환경세금을 내는 개념이라면 일회용품 규제는 생산 단계에서부터 근본적으로 근절되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한국물수건위생처리업중앙회 관계자 또한 “식당에서 쓰는 물티슈에는 대부분 합성섬유가 들어있어 수십 년이 지나도 썩지 않고 중국산 원단이라 중금속 위험까지 있다”며 “일회용품 규제 품목에 물티슈가 하루빨리 포함돼야 한다”고 우려했다.

일회용품 규제 품목 포함에 이어 많은 이들이 주장하는 내용은 폐기물 부담금제도다. 이 또한 자원재활용법에 속한다.

유해물질을 함유하고 있거나, 재활용이 어렵고 폐기물 관리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제품, 재료, 용기의 제조업자 또는 수입업자에게 그 폐기물의 처리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제도다.

그러나 폐기물 부담금 제도에 물티슈를 포함하기 위해선 먼저 합성섬유는 제외한다는 시행령이 개정돼야 한다.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관계자는 “폐기물 부담금 제도에 물티슈를 포함되려면 우선 합성섬유는 제외한다는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며 “물티슈가 포함돼야 한다는 근거가 있다면 검토해 포함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물티슈 제조업에 영세업체 비율이 높다면 현실적으로 적용이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현재 환경부는 폐기물 부담금 대상인 플라스틱 제조업체 가운데 영세업체에 대해서는 부담금을 면제해주거나 상당액을 감액해 주고 있다.

이러한 영세업체에 대한 배려로 인해 물티슈가 환경오염 물질 규제의 사각지대로 몰리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남는다.

한편 생산자에게 재활용 의무를 지우는 생산자책임재활용(EPR, 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제도에 물티슈를 포함하자는 의견도 나오지만 재활용할 수 없는 물티슈는 아예 포함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환경부 자원재활용과 관계자는 “EPR제도 항목에는 물티슈가 포함될 수가 없다”며 “(EPR제도에는)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전제가 붙는데 물티슈는 재활용이 아닌 소각이나 매립 대상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제품 생산부터 마지막 재활용까지의 과정에서 기업이 져야 할 사회적 책임의식 함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기업의 의무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물티슈의 일회용품 품목 포함과 폐기물 부담금제도 도입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 신 천연섬유인 라이오셀을 생산하는 렌징그룹 ⓒ렌징그룹 홈페이지 캡처
대표적 신 천연섬유인 라이오셀을 생산하는 렌징그룹 ⓒ렌징그룹 홈페이지 캡처

에콜로지 섬유, 대안으로 떠오르지만 국내서는 아직

소비자의 인식 개선 및 법안 마련과 발맞춰 기업의 사회적 책임감이 절실히 요구되면서 최근 국내 물티슈 업계에서도 환경 관련 캠페인을 진행하는 사례 등이 늘어나는 추세다.

물티슈 업체 A사는 GREEN 캠페인으로 소비자들이 물티슈 상단의 플라스틱 캡을 150개 이상 모으면 이를 수거해 개당 30원씩 적립해 준다. 버리면 쓰레기지만, 모으면 우리 아이들을 위한 소중한 자원이 된다는 취지다. 또 기부와 기증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B사는 박스에 쓰지 않는 물건들을 채워 보내면 굿윌스토어에서 접수돼 기부영수증이 발급된다. C사는 특정 제품 판매수익금의 일부를 ‘다음 세대를 위한 나무 심기 캠페인’을 위해 사용한다. 숲을 만들고, 가꾸고, 지킨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이러한 기업의 환경을 위한 캠페인은 바람직한 움직임이지만 물티슈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진 못한다. 당장 물티슈가 안고 있는 유해성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는 가운데 편리성과 저렴한 단가를 무기로 여전히 플라스틱 성분이 포함된 물티슈 생산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티슈가 전 세계에서 새로운 환경문제의 원인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흔히 보이는 비닐봉지나 플라스틱 컵 정도만 플라스틱이라고 여겼던 소비자들의 한정된 시각도 한몫한다.

물티슈 속 플라스틱 성분인 폴리에스테르는 제조·처리 과정에서 여러 화학약품이 사용될 가능성이 높지만 물티슈 업계 관계자들은 제조공법상 물티슈의 수분 보존력과 제조 효율로 인해 폴리에스테르 사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물론 천연펄프 함유 또는 순면 100%, 인조 재생섬유인 레이온 100% 제품도 있지만 생산 단가와 기술적인 이유 등으로 손에 꼽힐 정도로 소수에 불과하다.

그래서 소위 원단에 신경 쓴다는 기업들은 대부분 폴리에스테르에 레이온을 섞는 방법을 택한다.

레이온은 물티슈 업계에서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재생섬유다. 레이온은 흡수력과 수분함량이 뛰어난 데다 자연에서 생분해된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생분해된다고 광고하는 물티슈는 대부분 레이온 성분이 일부 포함된 제품이다.

그러나 이런 레이온도 완벽한 대안이 되지는 않는다. 레이온을 제조 시 열과 CS2(이황화탄소)가스가 발생하는데, 이 유독성 물질이 그 공정을 다루는 노동자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뿐만 아니라 환경오염을 부른다.

이에 해외에서는 이를 보완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가성소다나 황산, 이황화탄소, 산화티타늄, 차아염소산 소다 등 공해유발 화합물이 발생했던 환경 위협적인 공정에서 공해 방지를 위한 설비투자를 통해 친환경적 공정으로 바꾼 것.

이 같은 제품을 유해한 폐기물을 발생시키지 않아 ‘에콜로지 섬유’라고도 한다. 레이온 섬유에 비해 강도도 훨씬 강해 ‘신 천연섬유’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다.

물티슈 업계 일각에서는 식물성이며 생산과정에서 유해물질이 거의 배출되지 않고, 생분해성까지 높은 제품이 이미 개발됐는데도 폴리에스테르 성분이 포함된 물티슈가 쏟아지는 이유로는 비용문제가 가장 크다고 말한다.

한 물티슈 업계 관계자는 “저가 경쟁이 심해지며 물티슈 시장의 마진율은 10% 내외로 매우 낮다. 따라서 한 팩에 1000원씩 하는 물티슈를 파는 영세업체들은 고급 원단 대신 폴리에스테르의 비율을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며 “물티슈 원단의 선택에 따라 제조원가가 20%에서 많게는 40%이상까지도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국내 공장에서 원단을 자체 생산 중인 물티슈 업체도 생겨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신소재를 생산하고 있지는 않다. 대부분 수입 원사를 사용해 국내에서 제조하는 방식이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 복진선 부장은 “우리나라에는 친환경적인 재생섬유를 생산하는 공장이 없다”며 “과거 인조 재생섬유 레이온 제조사가 있었지만 환경오염과 유독물질로 인한 근로자 피해 등 문제로 국내 시장에선 사실상 생산이 중단된 상태다. 여기에 물티슈 원단 소재에 대한 제약도 없고 시장 경쟁으로 레이온 함량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생산자 책임 의식 필요…무분별한 생산 줄어들면 변화 가능

201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폐기물 재활용률은 59%로 세계 2위 수준을 기록했다. 폐기물 활용 등 환경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와 시민의식이 낮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하지만 물티슈의 경우 애초에 재활용할 수 없는 소각 및 매립 대상이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무조건 사용량 자체를 줄이는 방법뿐이다. 실제로 시민단체와 환경단체에서는 시민의식 개선을 통한 사용량 감량에 초점을 맞춰 캠페인을 벌이는 곳들이 많다.

그렇다면 어마어마한 양의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사의 책임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쓰레기 생산의 원인이 되는 제조사에는 환경 규제와 관련한 별다른 제약이 없다.

대부분의 물티슈 회사는 소비자 편의와 경제적인 이유를 들어 폴리에스테르 부직포를 사용한 플라스틱 물티슈를 생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물티슈는 폐기 시 매립과 소각, 어떤 방식으로 처리되든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기업이 규제 없이 더 싸게, 더 많이 생산해 판매한다면 환경을 위한 시민들의 노력 또한 퇴색된다는 점에서 생산자로부터의 인식 변화와 관련 법안 마련에 시민들의 관심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환경과사람들 최병환 대표는 “제품 생산 단계에서부터의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시민이 먼저 일회용품 포함 등 법안개선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안 쓰고 아끼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무분별한 생산 자체가 줄어들면 유의미한 변화를 끌어낼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