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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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신입 여학생들의 외모를 평가한 ‘자료집’을 만들어 졸업생들에게 제공한 현직 교사와 임용 예정자들에게 징계가 내려졌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5일 ‘서울교육대학교 남자대면식 및 단톡방 부적절 발언’ 관련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한 졸업생 중 현직 교사는 10명이며 임용예정자는 8명입니다. 시교육청은 관련 현직 교사 3명에게 중징계, 1명에게는 경징계를 내렸으며 3명에게는 경고 조치했습니다. 또 임용예정자 8명 중 1명에 대해 중징계 상당(예정), 6명에게는 경징계 상당(예정)의 조치를 내렸습니다.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은 4명에 대해서는 특별한 처분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시교육청은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기대수준을 감안했을 뿐 아니라 성평등 전문가 자문을 토대로 처분 수위를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지난 3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서울교대 국어교육과 학생들이 졸업한 남자 선배들에게 신입 여학생들의 사진, 나이, 동아리 활동 등에 관한 개인 정보를 문서로 만들어 성희롱하고 외모를 평가해왔다”며 엄중한 조치를 요구하는 청원글이 게시된 바 있습니다.

사진출처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사진출처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시교육청의 감사결과에 따르면 서울교대 국어교육과에서는 매년 3월경 선·후배간 친목도모를 위해 남학생들만이 참여하는 ‘남자대면식’이 이뤄졌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지난 2016년까지 재학생이 좋아하는 여학생과 그 이유를 스케치북에 적는 ‘스케치북 활동’이 진행됐는데, 시교육청은 이 스케치북에 성희롱적 발언 등이 기록돼 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또 시교육청은 지난 2017년 남자대면식에서는 재학생들이 좋아하는 여학생의 이름과 이유를 말하는 시간이 있었으며 이때 성희롱적 발언도 있었음이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밖에도 이들은 단톡방에서 특정 여학생을 대상으로 성희롱 발언을 했습니다. 특히 이들 중 현직 교사가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을 대상으로 성희롱 발언을 한 것도 확인됐습니다.

이 같은 사건은 경인교대, 대구교대 등에서도 발생했습니다.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의 외모를 평가하고 등급을 매기는 등 ‘단톡방 성희롱’이 있었던 것이죠.

지난 25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의당 여영국 의원이 공개한 ‘교원양성기관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관련 운영 점검’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국 교대·교원대에서 발생한 성희롱·성폭력 사건은 총 17건이며 이로 인해 징계를 받은 인원은 2017년 6명, 2018년 5명, 2019년 24명으로 총 35명입니다.

이들에 대한 세부적인 징계 처분은 징계위원회를 통해 결정됩니다. 이들에게 어떤 징계가 내려질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파면에 이르는 중징계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사실 이 같은 교육대학만의 일이 아닙니다. 남대생들의 ‘단톡방 성희롱’은 이미 수차례 보도된 바 있었죠. 단톡방 성희롱 사건은 남성들 사이에서는 흔한 일입니다. 이를 일컬어 ‘강간문화’라고도 하죠. 미국의 여성운동가 리베카 솔닛에 따르면 강간문화는 강간이 만연한 환경, 미디어와 대중문화가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규범화하고 용인하는 환경을 뜻합니다.

대학은 물론이고 중·고교생들도 이 같은 단톡방을 만들어 불법촬영물이나 음란물을 공유하거나 성희롱을 하기도 합니다. 남성들은 어린 시절부터 ‘아는 형님’들을 통해 강간문화를 배우게 되고 ‘남성이라면 당연한’ 문화로 받아들여집니다.

강간문화는 성범죄 가해자에게 관대한 처분을 내리는 데서도 드러납니다. 강간문화를 공유하는 이들은 가해자의 범죄를 ‘남성이라면 그럴 수 있는 일’ 정도로 치부하고 가해자의 미래를 걱정합니다.

더 나아가 오히려 ‘술에 취했다’, ‘노출이 심한 옷을 입었다’는 등 피해자의 태도를 탓하고,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호소하면 공동체의 분위기를 해친다며 비난하기도 합니다. 또 젊은 가해자의 창창한 앞길을 염려하며 형량을 낮추거나 선처를 하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결국 강간문화는 피해자의 존재를 지우고 남성의 기득권을 더욱 공고히 하게 됩니다.

서울교대 남자대면식·단톡방 성희롱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사항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시교육청은 강간문화를 용인하며 가벼운 징계를 내릴 것이 아니라,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엄중히 책임을 묻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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