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사 “잘못된 신용조사로 막대한 피해 불구 무책임”
무보 “억울하겠지만 구제 어려워...제도개선 검토”

한국무역보험공사 신용조사 서비스 피해 관련 국민청원(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한 중소기업이 한국무역보험공사(이하 공사, 사장 이인호)가 제공하는 신용조사 서비스를 믿고 수출 거래를 했다가 사기피해를 입었음에도 보험금을 거절, 책임회피 논란이 일고 있다.

공사는 서비스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약관상 구제가 어렵다고 밝혀, 서비스 구조적 부실에 따른 유사사례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부터 청와대 홈페이지에 ‘중소기업을 망하게 하는, 한국무역보험공사의 엉터리 수출보험을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진행 중이다.

청원 내용에 따르면 주유기 제조 중소기업 A사는 300만달러 수출탑도 수상한 바 있는 수출주력기업이다.

A싸는 시장 다변화를 위해 아프리카 시장을 개척하던 중 아프리카 업체로부터 주문을 받게 됐다. 낯선 시장이자 첫 거래 업체로 신뢰 또한 없어 공사에서 제공하는 신용조사 서비스 도움을 받게 됐다.

공사는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수입자 신용조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공사의 해외지사 및 전 세계 신용조사기관과 연계해 해외소재 기업의 기본정보, 재무정보 등의 신용조사를 실시한 후 의뢰인에게 신용조사 보고서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소액(3만3000원)의 수수료만 들이면 공사의 신용조사 정보를 바탕으로 거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한국무역보험공사의 신용조사 서비스(사진=한국무역보험공사 홈페이지 캡처)

이후 공사로부터 A사가 문의한 아프리카 업체가 믿을 만한 업체이고 수출보험 가입도 가능하다는 평가에 따라 약 3억원 규모의 물품을 부보를 통해 수출하게 됐다. 부보는 선박이나 적하 등을 보험의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맺는 것을 말한다.

대금 결제일이 됐음에도 수입업체는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A사는 공사에 수출 보험금 청구했다. 공사는 사고 조사 후 보험금을 지급해 줄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며칠 후 공사는 A사에 보험금을 지급해 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 최초 신용조사를 의뢰한 수입업체는 다른 국가의 다른 업체가 명의가 도용된 곳이었다. 이에 공사는 1차 신용조사 내용과 다른 2차 신용조사 내역서를 A사에 보냈다.

A사 측은 청원을 통해 “잘못된 신용조사를 당사의 책임으로 돌리고 보험금을 지급해 주지 않는 것에 대해 항의하자 ‘매우 미안한 일이지만, 당사가 알려준 바이어 정보를 토대로 연락을 했고, 신용조사를 했기에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책임이 없다’는 무책임한 답변과 함께, ‘억울하면 이의제기를 하여 하소연을 하던지, 소송을 하라’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공사를 믿고 수출을 했음에도 나중에 책임이 없다며 오리발을 내는 공사를 누가 믿고, 수출을 하겠나”라며 “차라리 공사의 신용조사 서비스가 없었더라면, 수출을 안 해 회사의 존립을 위태롭게하는 이러한 막대한 피해를 입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공사의 불합리한 판정으로 인해 회사 경영에 큰 애로를 겪고 있으며, 문제 해결을 위해 불필요하게 인적·물적으로 큰 피해를 겪고 있다”며 “지금 당장 약속한 보험금을 지급 받을 수 있게 해, 경영을 정상화 시켜 주고, 당사와 같은 피해가 타 업체에도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 달라”고 요구했다.

공사 측은 A사의 상황에 대해 “억울할 수 있다”면서도 규정상 지급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계약서상 수입업체가 실제 거래당사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계약관계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사 관계자는 “실제 수출이 계약서상 업체가 아닌 명의 도용자에게 이뤄지면서 약관상 위반 사항에 적용돼 보험금 지급이 거절 된 것”이라며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이의신청협의회를 통해 구제되는 경우가 있다. A사의 경우 억울한 측면이 있지만 약관상 구제가 어려워 이의신청을 안내했다”고 밝혔다.

공사가 제공하는 수입업자 서비스의 한계가 있는데다 이 또한 법적 책임을 전제한 것이 아닌 지원 서비스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사 관계자는 “신용조사 보고서 주의 문구를 통해 ‘신용정보자료는 참고자료로 제공되고 자료를 활용한 의사결정 및 행위 결과에 대한 책임은 귀사에게 있다’고 알리고 있다”며 “책임회피라고 비판할 수 있지만 이는 신용평가 보고서 작성 주요 목적이 수출등급 부보를 위한 등급 측정을 위한 것이지 수출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공사는 해당 서비스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유사 피해 사례 방지를 위한 재도 개선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공사 관계자는 “통상의 명의도용 시도들은 신용조사 과정에서 밝혀지는 사례들이 많이 있지만 이번 견의 경우 굉장히 이례적으로 수입업체에서 작정하고 가짜 전화번호, 이메일, 홈페이지까지 만드는 치밀한 수법을 사용해 명의도용을 확인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며 “앞으로 유사사례 재발 방지를 위한 재도개선 방향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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