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시작된 불매운동, 석 달간 日수입 8.4% 감소
맥주·자동차 등 수입, 日여행 급감…10월 이후도 불안
온라인 여론 소강, 불매운동 여파는 당분간 지속될 듯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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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지난 7월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로 촉발된 일본 불매운동이 3개월째를 넘어서며 장기화되고 있다. 한일 양국 산업 성적표가 누적되면서 불매운동 영향력도 가시화되고 있다. 석 달간 진행된 불매운동으로 일본 경제는 물론 국내 산업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불매운동 장기화, 맥주·자동차 소비재 시장 초토화

7월부터 본격화된 불매운동은 9월까지 이어졌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9월 일본에 대한 수입은 8.6% 감소해 전월의 -8.2%보다 하락 폭이 다소 확대됐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진행된 7~9월 석 달간 수입은 8.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뒤이은 한국 수출규제 조치로 일본 수출도 4.1% 줄었다. 하지만 일본의 무역수지 규모가 기존 월별 적자규모(10억~20억달러)와 비슷해 일본의 수출 규제가 우리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적이었다. 도리어 8월 기준 일본에 대한 수출 감소(-6.6%)보다 일본의 한국 수출 감소율(-9.4%)이 더 크게 나타나 수출 규제로 인한 영향은 한국보다 일본이 더 크게 받았다.

특히 소비재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한국무역협회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일본제품 수입액은 38억 8583만 달러로 전년 동기 42억 3236만 달러에 비해 8.2% 줄었다.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난 7월에도 일본산 소비재 수입은 전년동기보다 13.8% 감소한 약 29억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수입 감소세를 감안하면 일본의 소비재의 수입 감소세는 지난 9월까지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10일 기준 맥주는 지난해 동기 대비 99.9%, 사케는 63.7% 감소했다. 일본산 담배(92.7%)와 애완동물 사료(90.4%), 미용기기(83.0%), 비디오카메라(70.9%) 역시 전년 동기 대비 수입액이 크게 줄었다.

자동차도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7월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수입한 소비재 중 수입 규모가 가장 큰 승용차가 34.1%나 감소했다. 지난달 일본산 소형차(1500~2000cc) 수입이 84만달러에 그쳤다. 이는 1년 전보다 무려 97.2%가 급감한 것이다.

지난 8월에도 일본 브랜드 차량의 국내 판매가 지난해의 반 토막이 나며 감소세를 이어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8월 국내 자동차 산업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일본 브랜드 차량이 지난해보다 56.9% 급감했다. 특히 닛산은 87.4%, 혼다는 80.9%, 인피니티는 68.0%, 토요타는 59.1% 줄었고 렉서스만 7.7% 늘었다.

일본 체감 경기에 가장 큰 타격을 입힌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여행부문 감소세도 두드러졌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일본을 찾는 한국인 방문자수가 지난 7월 56만1700명에서 8월 30만8700명으로 급감했다.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하면 감소율이 7.6%에서 48.0%로 6배나 확대된 것이다. 아직까지 정확한 통계가 나오진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지난 9월도 관광객이 40%가까이 감소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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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매운동으로 무너진 실적·이미지

불매운동이 개별기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불매운동 초기부터 고위 임원의 한국 불매운동을 무시하는 듯 한 발언으로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던 유니클로는 실적 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도 크게 하락했다. 브랜드가치 평가사 브랜드스탁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2019년 3분기 대한민국 100대 브랜드’에서 유니클로는 전분기보다 27계단이나 떨어진 99위를 기록했다.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공개된 적은 없지만 실적도 크게 타격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실에 제출한 8개 카드사의 매출 자료에 따르면 6월 마지막 주에서 7월 넷째 주 유니클로의 카드사 매출은 59억4000만원에서 17억7000만원으로 70%나 줄었다.

일본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일본기업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강한 롯데쇼핑도 일본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았다. 롯데쇼핑의 올해 3·4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0.6% 증가한 4조4266억원, 영업이익은 4.5% 줄어든 1902억원으로 추정된다. 올해 초 20만원을 넘던 주가도 12만9000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장기화된 불매운동으로 일본 경제계 미친 타격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일한경제협회 사사키 미키오 회장은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51회 한일경제인회의에서 “한국에서의 불매운동 확산은 대단히 마음이 아프다. 일본 기업 뿐 아니라 한국 내 일본계 기업 등이 폭넓게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며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이 많이 줄어 관광업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이 외면한 상태가 계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번에 채택한 성명과 회의내용을 정부에 설명하고 양국이 구축한 관계를 훼손하지 않도록 정부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한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높았던 쓰시마(대마도)의 경우 한국인 여행자가 전년 대비 91.1%나 감소하자 일본 정부도 재정지원 검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본 불매운동에 따른 여파가 국내 산업에 미친 영향도 무시하긴 힘들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인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지난 8월28일부터 9월2일까지 6일간 전국 373명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일본제품 불매운동 피해 현황’을 조사한 결과 71.5%가 매출액이 감소했다.

지난 8월 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탑승수속 시간에 열린 일본행 비행기 체크인 카운터(오른쪽)가 한산한 모습ⓒ뉴시스
지난 8월 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탑승수속 시간에 열린 일본행 비행기 체크인 카운터(오른쪽)가 한산한 모습ⓒ뉴시스

일본 여행 감소로 항공산업과 여행업계 타격도 크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는 불매운동으로 10월 한달간 일본 여행 수요가 작년보다 약 80%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9월 감소 비율도 80%에 달한다. 모두투어 또한 비슷한 수준이다. 이에 하나투어는 영업이익이 36억원으로 1년 사이 24.1% 감소했고 모두투어는 영업 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일본 방문 감소에 따른 항공 이용 감소로 항공사의 실적 타격도 불가피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송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일본행 항공편 이용객은 전년 동기대비 20% 감소한 136만1400명에 그쳤다.

브랜드 이미지 하락도 동반했다. 브랜드스탁이 발표한 브랜드 순위에서 아시아나항공은 31위로 8계단 하락했고, 대한항공은 48위로 21계단이나 하락했다. 여행사 1위 브랜드인 하나투어도 24위로 급락했다.

이에 정부도 국내 산업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책마련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중소벤처기업부는 일본 수출규제와 불매운동의 직·간접적 영향을 받는 여행·관광업계와 소상공인의 자금 애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 달부터 신용보증 및 금리인하 등의 1100억원 규모의 정책자금 지원책을 내놨다.

갈등 지속, 불매운동 얼마나 갈까?

이제 관건은 얼마나 지속하느냐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등 갈등 요인이 상존하면서 한일 양국 간 지속되고 있는 무역 분쟁을 해소할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석 달간 이어진 불매운동도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소비 여론을 주도한 소셜미디어에서 일본제품 불매 관련 게시글이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글로벌 정보분석기업 닐슨코리아의 버즈워드(언급량)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첫째 주부터 9월 둘째 주까지 11주간 소셜미디어에서는 일본제품 불매 관련 게시글이 88만2388건 작성됐다. 일본제품 불매 관련 게시글 수는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제외 결정 직전인 7월 넷째 주 정점을 찍었지만 이후 서서히 감소하며 최근 약 1만8000건의 게시글만 확인되고 있다.

닐슨코리아는 “현재 이슈가 완전히 소멸하지는 않고 유지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슈 소강기에 접어들기는 했지만 9월 둘째 주 불매운동 버즈량이 다시 상승한 것을 보면 일부 커뮤니티와 적극적인 보이콧 참여자들 사이에서 장기적으로 불매운동이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온라인 여론에 따른 불매운동 기세는 약화될 수 있겠지만 당장 과거 수준으로 회복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23일 일본불매운동과 관련해 항공업계 영향을 평가하면서 “일본 불매운동은 자발적 수요 위축이어서 기존 이벤트 리스크와 차별화된다”며 “일본 사태는 그 영향이 장기화하고 고착화할 수 있으며 향후 국가 간 분쟁이 해소돼도 수요 회복이 제한적 수준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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