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328쪽/ 128*188mm/ 1만6000원/내인생의책

 

“‘남성 페미니스트’가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페미니즘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방향으로 바라보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질문을 바꿔 “페미니즘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남성이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있다. 그렇다. 여기에 그 답을 증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의 책이 있다. 물론 저자가 책에서도 말하듯 남자가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면 그 사실만으로도 너무나 쉽게 후한 평가를 받기에, 남성이 페미니즘의 스피커 자리마저 빼앗을 수 있다는 우려는 정당하다. 그러므로 “침묵하지 않겠다”는 허울뿐인 말을 뛰어넘는 이 책은 그 얼굴들에게 건네져야 한다. -김겨울(작가, 유튜브 〈겨울서점〉 운영자)

【투데이신문 김지현 기자】 2015년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4년의 시간이 흐른 가운데 페미니즘을 둘러싼 그동안의 격렬한 논쟁은 “남성도 약자”라는 식의 프레임 등장으로 이제 남성차별과 남성혐오라는 키워드를 우리 사회 전면으로 불러냈다고 할 수 있겠다.

최근 1년 동안 네이버 검색어 빅데이터 추이를 살펴보면, ‘남성혐오’라는 키워드가 검색되는 양이 ‘여성혐오’ 키워드를 점차 따라잡고 있다. 때에 따라 역전하기도 한다.

이에 <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의 저자인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가 묻는다. 과연 2019년 한국 사회에서 ‘남성차별’과 ‘남성혐오’라는 개념은 성립 가능한 것인지, ‘정상’이자 ‘보편’의 위치를 독점해 온 남성들이 차별적 대우, 혐오의 시선, 실존의 공포에 휩싸인 여성의 삶, 즉 타자로서의 삶을 한순간이라도 진정 경험해봤다고 언급할 수 있는지. 

2019년 오늘의 한국 남성 주류 문화 속 ‘여성’이라는 존재는 성애의 대상이자 엄마의 표상, 남성의 언어로 규정되는 타자로 형상화됐다고 저자는 꼬집는다.  

저자는 남성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던 일들이 왜 여성혐오인지 밝히기 위해 3년여 동안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써 온 글을 엮어 이 책을 출간했다.

1장에서는 보통의 남성들이 여성과 관계 맺는 과정에서 생각 없이 행하는 젠더 폭력을 면밀하게 뜯어보면서 남성 중심주의 사회에서 비뚤어진 남성성을 바로잡고, 남성들을 착각의 늪에서 구해내며, 여성과 동등하게 관계 맺는 법을 습득하는 방법론으로 페미니즘을 제안하고 있다.

2장에서는 ‘남성차별’, ‘남성혐오’ 키워드로 대표되는 역차별론의 허상을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페미니즘이 무고한 남성들을 강력 범죄의 잠재적 가해자로 몰아가고 있다라면서 분노하는 일부 남성들에게, 여성들이 남성들을 잠재적 가해자로까지 여기며 걱정하고 두려워해야만 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얘기한다. 

3장에서는 일상의 영역까지 뻗은 여성혐오와 젠더 불평등에 대해 다룬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남성들이 느끼는 안락함이 대부분 여성들의 희생때문에 누릴 수 있었던 것임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증명하면서, 자연스럽게만 보이는 일상의 취약함, 그 아래 숨겨진 거악을 들여다본다.

4장에서는 그동안 남성들이 스스로 특권을 누린 가해자였음을 인정하고, 페미니즘을 통해 함께 성찰하고 변화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의 한국 남성 문화를 비판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함께 반성하고 변화하고 페미니즘 할 것을 절실히 외치고 있다.

‘한국 남자’이기에 ‘한국 남자’에게 전할 수 있는 저자의 고백은, ‘페미니즘이냐, 안티 페미니즘이냐’를 넘어 이 시대,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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