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 신계약 건수 급증, 폭발적 양적확대 추세
성장 이면엔 설계사 수당삭감·해촉 등 횡행
부당한 대우 당해도 구제받을 곳 없는 현실
GA횡포, 불완전판매등 소비자 피해로 이어져
교섭권 확보해 종사자·소비자 권리 확보해야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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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보험업계 독립법인대리점(GA)이 폭발적인 양적확대를 이어오면서 업계 영향력이 크게 늘어난 모습이다. GA 소속 보험설계사 수는 이미 기존 보험사의 전속설계사 수를 넘어섰다. 최근에는 삼성화재가 설계사 수수료 개편안을 내놓자, GA업계가 반발하며 이를 좌절시키기도 했다. 이 사건은 보험업계 내에서 GA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된다. 

GA는 ‘General Agency’의 약자로 특정 보험사에 소속되지 않고 여러 회사의 상품을 판매하는 곳을 말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1명의 설계사를 통해 다양한 상품의 견적을 비교해볼 수 있어 합리적 선택을 돕는 측면이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국내 중대형 GA 소속 설계사는 18만746명으로 전년말 대비 7902명이 늘어났다. 반면 보험사 전속설계사는 17만8358명으로 같은 기간 1만598명이 감소했다. 이에 힘입어 GA의 신계약 건수는 지난해 기준 1318만건으로 2017년 대비 293만건이 늘어나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GA의 대내외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곳곳에서 잡음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내부에서는 설계사들을 상대로 갑질이 횡행한다는 증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업계에서는 GA가 설계사들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는 점을 이용해 수당삭감, 잔여수당 미지급, 일방적 해촉 등의 부당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특히 금융당국의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는 500인 미만 소형 사업장은 ‘무법천지’로 운영된다는 표현까지 나온다. 

여성 설계사에 대한 임신·출산휴가 등 보호제도의 부재나 빈번한 성희롱도 개선점으로 지목되는데, 한 GA 지사의 지사장은 ‘여성 설계사들은 35살 이전에 결혼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공공연히 내뱉기도 했다.  

또 설계사들에 대한 부당행위는 잦은 인력교체와 저연차 설계사들의 유입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불완전판매와 직결된다는 지적이다. 한 설계사는 “스스로 공부해서 보험 약관을 들여다보는 설계사는 많지 않다. 1년 내외 경력의 설계사들이 판매하는 보험은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국보험설계사노동조합
ⓒ전국보험설계사노동조합

GA 지사는 지사장의 ‘갑질 공화국’

모 GA소속 보험설계사 박장훈(가명, 41)씨는 올해 2월 사전예고 없이 해촉됐다. 박씨는 신규 자동차 보험 가입을 위해 견적을 요청하던 중, ‘이미 해촉돼 계약을 넣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3년 이상 근무했던 지사에서 아무런 사전통보도 받지 못하고 계약 해지 된 것이다. 

추후 확인해 본 내용증명에는 ‘15일 이상 무단결근, 3개월 이상 실적이 없으면 해촉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박씨는 지난해 12월만 해도 우수한 실적으로 상을 받았다며 본인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결근에 대해서도 몸이 좋지 않아 지사장에게 양해를 구했고 합의가 됐던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해촉 이후 그는 다른 업장으로 근무지를 옮겼지만 수차례 이어진 요구에도 여전히 마지막달 월급과 미지급 수수료를 받지 못했다. 보험설계사들은 신규계약에 대한 수수료를 지급받는데 이는 통상 여러 해 동안 매달 나눠서 분할지급 된다. 이에 따라 근무한 기간에 대한 수수료는 퇴사를 하더라도 지급해 주는 것이 원칙이지만 상당수의 해촉 설계사들은 이를 받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박씨는 지사장으로부터 새벽에 전화가 와서 ‘죽여버리겠다, 집에 불을 지르겠다’ 같은 협박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해당 지사는 지사장의 ‘갑질 공화국’이었다. 지사장은 나이 어린 설계사들에게 폭언과 욕설을 일삼았고 공개된 장소에서 폭행을 자행했다는 전언이다.  

박씨는 “사실 회사를 옮기면 수수료를 안 주는 경우가 많아서 대부분 포기한다. 근데 수수료를 안주는 대신 해약보험에 대한 환수도 안하는 게 관례인데 이곳에서는 환수까지 요구하고 있다”라며 “금액으로 환산하면 5000~6000만원 정도 피해가 발생해 어쩔 수 없이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설계사가 해촉되면 계약고객의 관리자는 모두 지사장에게 이임된다. 저 같은 사람 4명만 나와도 회사 입장에서는 어림잡아 2억원 정도의 이익이 생기는 셈”이라며 “보험설계사 해촉에는 이런 상황도 염두에 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7년을 일했지만 정말 더러운 바닥”

김소영(47)씨 역시 보험업계에서 설계사로 17년을 일해 왔지만 “이 바닥은 정말 더럽다”라며 치를 떨었다. 그는 2017년 대구지역 모 GA와 위촉계약을 맺었다. 경력에 미치지 못한 수수료 조건이었지만, 회사의 귀책사유로 이직할 경우 직접 모집한 계약은 이관해준다는 제안을 감안해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2018년 들어 해당 지점의 경영여건이 악화되면서 본사를 통해 영업점 폐쇄 지침이 내려왔다. 다만 본사의 대표가 직접 김씨에게 그동안의 조건을 유지해줄 테니 다른 곳으로 옮기지 말라고 전해왔고 그 역시 이를 믿고 남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그해 12월 본사에서 내려온 차장은 터무니없는 수수료 조건을 내걸었고 설계사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이 모든 과정에 회사의 귀책사유가 있다고 판단한 김씨는 기존의 계약조건을 근거로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며 계약 이관을 요구했지만 그마저 거절당했다는 설명이다. 

협상이 결렬된 이후 김씨는 줄곧 회사 밖에서 고객관리 활동을 해왔으나 12월분부터는 수수료도 지급받지 못했다. 그리고 이 같은 부당함을 노동조합에 알리기 위해 면담을 신청한 직후 본사로부터 해촉을 통보하는 내용증명을 받았다. 

그는 수차례 문제제기를 한 끝에 얼마간의 수수료를 받아 냈지만, 생명보험 계약 건의 경우 2년차에 들어간 분납 수수료를 하나도 받지 못하는 등 상당부분을 정산 받지 못했다. 이 역시 문제제기 했음에도 납득할만한 설명은 돌아오지 않았다. 

김씨는 이 과정에서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하지만 금감원은 거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노동부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며 진정 취하를 요구했다. 그나마 공정위는 내용파악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직접 개입할 수 없어 미안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씨는 일방적 계약조건 무시와 강제 해촉을 겪었지만 국가기관 어느 곳으로부터도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그의 사례는 대다수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이 일상처럼 겪는 일이기도 하다. 전국보험설계사노조 관계자는 일주일에도 1~2건 정도는 유사한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계약서에 명시된 내용도 지키지 않고 구두로 약속한 부분도 수개월 사이에 얼마든지 뒤집는다. 부당함에 이의제기를 하면 그저 해촉 해버릴 뿐이다. 설계사를 해촉 하면 남아있는 기간의 수수료는 자기들이 다 갖는다”라며 “어디에도 하소연할 곳이 없었다. 그저 한 여름 길바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전단지 몇 장 돌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대로는 절대 변화하지 않는다. 노사간 서로 견제도 하고 돕기도 하면서 발전해 나가야 하는데 그런 시스템이 없으니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하는 것 같다”라며 “피해가 발생해도 얘기할 곳이 없으니 계속 묻어갔던 결과가 지금까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는 GA의 횡포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GA의 갑질은 필연적으로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 먼저 강제 해촉이 이뤄질 경우 보험 관리자가 지점장 또는 지사장으로 변경 되는데 흔히 이를 ‘고아 계약’이라고 부른다. 고아 계약이 발생하면 고객의 구체적인 사정을 알고 있는 설계사가 배제되는 만큼 책임감 있는 관리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고아계약 고객을 대상으로 새로운 계약을 유도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말이 나온다. 한 설계사는 기존 고객의 계약을 파기하고 새로운 계약을 추천하는 전담 팀까지 운영됐다고 증언했다. 2~3명의 직원으로 이뤄진 이 팀에서는 해촉된 설계사가 담당했던 고객들에게 종일 전화를 걸며 신규가입을 종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각 지점들이 설계사들을 소모품으로 여기는 부분도 소비자 피해를 양산하는 원흉으로 지목됐다. 설계사들의 역량을 키워 매출을 높이기보다 경력단절 여성이나 미취업 청년들을 뽑아 지인 및 친인척 영업을 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종사자의 설명을 들어보면, 초보 설계사의 영업 영역이란 한정될 수밖에 없어 길어야 1년이면 소진된다. 이후 수수료 수익이 줄어들기 시작하고 상당수의 설계사들이 일을 그만두는데 이때 남아있는 잔여 수수료는 각 지점들이 고스란히 챙긴다. 

GA나 각 지점으로서는 이 보다 편한 수익 구조가 없는 셈이다. 굳이 설계사 교육에 시간과 돈을 들이는 것보다 신입설계사의 욕망을 자극하고 실적을 압박해 계약건수를 채워가는 게 차라리 손쉽다는 판단이다.  

ⓒ이클린보험서비스
2018년 법인보험대리점(GA) 통합공시조회에 따르면 국내 상위 5개 GA의 불완전판매 비율이 업계 평균(0.26%)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클린보험서비스

불완전판매의 양산, 종합검사 예고한 금융당국

이런 양태가 확산되면 보험사기를 포함한 불완전판매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실제 GA의 불완전판매는 보험생태계를 교란시키는 고질적인 문제로 지목돼 왔는데 금감원에 따르면 중대형 GA의 불완전판매 비율은 지난해 기준 0.19%로 보험회사 전속설계사 0.13%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히 이클린보험서비스 법인보험대리점 통합공시조회를 살펴보면 상위 5개 대형 GA의 지난해 생명보험 불완전판매 비율은 ▲지에이코리아주식회사 0.48% ▲글로벌금융판매 0.61% ▲프라임에셋 1.09% ▲인카금융서비스 0.52% ▲케이지에이에셋 0.41%로 모두 업계평균 불완전판매 비율인 0.26%를 크게 상회했다. 손해보험 불완전판매 비율 역시 업계평균인 0.05%보다 최소 0.01%~ 최대 0.1%까지 높게 나타났다. 

불완전판매의 원인이 되는 보험사기와 보험모집법규 위반도 증가하는 모습이다. 금감원은 GA에서 적발된 보험사기가 2015년 6549건에서 2016년 7185건, 2017년 7302건으로 매년 증가했다고 밝혔으며 지난해 상반기만 4000여건이 적발됐다고 발표했다. 또 금융당국에 상정된 대형 GA들의 제재 건수도 2016년 15건, 2017년 24건, 2018년 28건 등 계속 증가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GA의 불완전판매 비율은 금감원의 준법감시팀 점검제도 도입, 변종영업에 대한 적발‧제재 등의 요인으로 중대형 GA 기준 2017년 0.29%에서 2018년 0.19%로 최근 들어 소폭 감소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설계사 500명 이하 GA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시망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만큼 지인영업 등에 따른 미신고 등을 감안하면 잠재적 불완전판매 요인은 더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100명 이하의 소형GA는 각 협회에서만 관리감독을 맡고 있어 제재 사각지대 발생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소형 GA는 지난해 말 기준 4300여 기관, 소속 설계사 4만4000여명에 이르는 규모로 전체 GA설계사 중 1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GA의 부당한 해촉을 경험했다고 밝힌 박인포(54)씨는 현장에서 허위계약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는데, 사실상 실계약자가 없는 허위 계약은 피해자가 전면에 나서는 경우가 드물어 집계되지 않은 불완전판매로 볼만한 여지가 있다. 

박씨는 “설계사들은 매월 일정한 실적을 올려야 하는데 마감일이 되면 관리자들이 심하게 압박을 한다. 그러다보니 이를 맞추기 위해 허위계약이 발생한다”라며 “13차까지 보험금을 넣으면 환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수당으로 보험금을 채워 넣으면 제로가 되지 않느냐, 그렇게라도 실적을 맞춰라’라는 요구가 빈번하다”고 전했다. 

최근 금감원이 예고한 것으로 알려진 GA 종합겁사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상반기 리더스금융판매에 대한 종합검사를 실시한데 이어 하반기에는 글로벌금융판매를 포함한 업계 1~4위 GA의 종합검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원회 역시 GA의 내부통제를 위한 준법감시인 기준을 보험사 수준으로 높이는 한편, 설계사에 대한 교육의무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금융위는 이를 위해 소속 설계사가 500명 이상인 대형 GA의 준법감시인 및 내부통제 기준을 강화해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특히 소속 설계사가 1000명 이상인 초대형 GA는 준법감시인 지원부서 설치를 의무화 한다는 방침이다. 준법감시인 뿐만 아니라 지원 부서 직원의 영업업무 수행은 당연히 금지사항이다.

전국보험설계사노동조합 오세중 위원장 ⓒ투데이신문
전국보험설계사노동조합 오세중 위원장 ⓒ투데이신문

“설계사들의 노동자 지위 인정돼야”

하지만 금융당국의 영향 밖에 있는 500인 이하 GA에 대한 감시는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또 노동계에서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에 대한 노동자 지위 인정이 이뤄지지 않는 한, 사각지대를 이용한 GA의 갑질은 멈춰지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국보험설계사노조 오세중 위원장은 “GA의 설계사 갑질은 예전부터 있었다. 생손보사는 금융당국의 관리를 직접 받다보니 부당하게 여겨지는 사안이라 하더라도 어쨌든 규정안에 넣어서 이를 근거로 행동한다”라며 “하지만 GA는 쉽게 말해 무법천지다. 팀장, 지점장, 본부장 마음대로 ‘너 나가, 수수료 안줘’라고 말하는 사례가 엄청 많다”고 말했다. 

이어 “설계사들이 금융당국으로도 민원을 많이 넣는데 대부분 회사와 직접 해결하라며 돌려보낸다. 노동부에서도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며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답하는 경우가 99%다”라며 “노조가 설립된다고 해서 큰 변화가 있을 거라는 시각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다만 노조 설립 이후 가질 수 있는 합법적인 협상권과 교섭권을 통해 노동환경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일차적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박인포 설계사는 노조의 공익적 역할을 위해서도 노동자 지위 인정은 중요하다는 의견을 부연했다. 박 설계사는 “예전부터 문제가 돼온 약관이나 부지급 등에 대해 실질적으로 제재를 할 수 있는 곳이 없다. 금융당국은 사실상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부지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설계사들도 설 자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노조의 교섭권을 통해 이런 문제도 다뤄나가는 것이 마땅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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