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일관계 전문가 호사카 유지 교수
‘적’ 필요한 극우파…북미관계 진전에 北 대신 韓 때리기 나서
‘적극적 평화주의’ 말하는 극우파, 2차 대전 日 사상과 똑같아
日 국민 50%는 정치에 관심 없어…우경화는 일부분
日 야당의 몰락…일본의 우경화, 당분간 지속될 전망
한, 미국·중국·일본에 편중된 국제관계 다변화시켜야

세종대 호사카 유지 교수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세종대 호사카 유지 교수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일본 아베 정권의 경제보복 등 이른바 ‘한국 때리기’로 한일 관계는 역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일본에서 귀화한 한일관계전문가 세종대 호사카 유지 교수는 최근 책 <아베, 그는 왜 한국을 무너뜨리려 하는가>, <일본 뒤집기>를 잇따라 내놓으며 아베 정권과 일본 극우파의 노림수를 꼬집었다.

<투데이신문>은 지난 1일 호사카 교수를 만나 일본 아베 정권의 한국 때리기의 노림수와 향후 전망, 일본 내 정치상황과 우경화에 대해 물었다.

호사카 교수는 일본 아베 정권의 한국 때리기에 대해 ‘적이 있어야 국민을 단결시킬 수 있다’는 일본 극우파들에게는 적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미관계 진전으로 인해 이전까지 공격의 대상이었던 북한 대신 한국을 적으로 삼았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아베 정권의 다음 한국 때리기 카드에 대해서는 눈에 띄는 카드를 쓴다면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을 세계인들이 알 수 있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카드를 모색하는 중이라고 부연했다.

또한 일본 아베 정권에 대항할 일본 내 야권이 현재 힘을 쓰지 못하고 있고, 포스트 아베로 아베 총리의 측근들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극우파 정권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새로운 한일 관계 정립도 중요하지만, 그간 미국, 중국, 일본에 편중돼 있던 한국의 국제관계를 다변화시키는 노력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고 다양한 선택지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AP/뉴시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AP/뉴시스

시나리오 어긋난 아베 정권, 그래도 강제징용판결 양보 없인 경제보복 철회 안 할 것

Q. 이번 ‘한국 때리기’를 통해 얻고자 한 아베 정권의 노림수는 무엇이라 보나

우선 장기적으로는 부상하는 한국의 힘을 꺾으려고 하는 의도가 있다고 보인다. 지금까지는 북한을 많이 때렸는데, 북미관계 진전과 북일수교 때문에 그럴 수 없게 됐다. 그러나 극우파들은 적이 필요하다. ‘적이 있어야 국민을 단결시킬 수 있다’는 옛날부터, 특히 1945년 종전 때까지 많이 사용했던 수법 그대로를 현재도 극우파들이 쓰고 있다고 본다. 즉, 때릴 상대가 필요했고, 그 대상을 북한에서 한국으로 바꿨다고 생각한다.

Q. 아베 정권이 당초 구상했던 시나리오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반도체 산업은 한국 GDP의 25% 정도를 차지하는 최대 산업이다. 그 핵심소재에 대한 수출을 규제하면 한국 정부도, 한국 국민들도 금방 손을 들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1945년까지의 사고방식이 강한 사람들이라 한국의 국제적인 힘을 아직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한다. 그래서 쉽게 말을 들을 것이라 생각한 것 같지만, 그 시나리오가 어긋난 거다.

Q. 일본 불매운동이 지속되면서 일본 내부에서도 동요하는 여론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일본 아베 정권의 분위기에 변화가 생겼나

극우파들은 언론을 통제하고 있다. 때문에 언론을 통해 일본 불매운동이나 일본 여행 안가기 등을 ‘별거 아니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특히 일본 여행 안가기로 일본 지방경제가 상당히 망가지기 시작했다. 이런 부분을 아베 정권은 계속 은폐하려하고 있다. 극우파들이기 때문에 한국이 강제징용판결문제에서 양보하지 않는 이상 이번 조치를 철회하진 않을 거다. 그러면서 일본 국민들에게는 한국의 반격을 거의 안보여주는 방법을 계속 쓰고 있어 이번 사태가 어디까지 갈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

Q. 일본 불매운동이 지방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가

각 지방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크다고 할 수 있다. 홋카이도, 큐슈, 대마도도 이번 사태로 인해 한국 사람들이 거의 안 가게 됐기 때문에 지역경제에 상당한 문제가 있지만, 일본 정부는 전체적인 면을 강조한다. 도쿄나 오사카 등 대도시는 한국 여행객들이 중국이나 동남아사람들로 대체돼 큰 걱정이 없다면서 전체로 보면 그렇게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희석시켜 버리는 거다. 그러나 그들은 일본의 지방에는 많이 가지 않는다. 지방의 경우에는 한국인들만 가는 곳도 있다. 일본 여행업체들은 한국 내 사무소를 만들고 한국인을 유치하려 10년 이상 노력했고, 그 결과로 일본 지방에 한국인들이 가게 된 거다. 그랬던 지방의 경우 굉장히 괴로운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목소리를 위에서는 묵살하고 있다. 이건 앞으로 아베 정권에 대한 일본 내 비판이 강해질 가능성이 있는 부분이다. 지금은 위에서 옥죄고 있지만, 그런 목소리를 계속 무시할 수 없게 될 거다. 하지만 아베 정권은 무시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선거 등에서 지방 사람들이 들고일어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Q. 이번 사태와 관련해 아베 정권의 다음 카드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현재는 다음카드를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 다음카드를 만들어버리면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이라는 걸 세계 누구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수출규제 자체도 경제보복이라는 걸 세계 사람들이 거의 다 알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더해 한국을 더 때린다면 그건 굉장히 문제가 될 수 있을 거다. 그래서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는 카드를 모색하는 중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수출규제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한국을 때리는 걸 포기했다는 건 아니다. 계속 주시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지난 2016년 10월 23일 도쿄 아사카 주둔지에서 열린 육상자위대 사열식에 참석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AP/뉴시스
지난 2016년 10월 23일 도쿄 아사카 주둔지에서 열린 육상자위대 사열식에 참석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AP/뉴시스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의 개헌 꿈꾸는 아베…전범 인정 않는 극우파

Q. 지난달 개각에서 고노 다로 외무상이 방위상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있나

그만큼 고노 방위상이 쓸모 있다는 거다. 고노 방위상은 외무상 시절, 한국의 주장에 강하게 반대했던 사람이다. 아베 총리의 대변인 같이 했다. 우리가 볼 때 굉장히 무례할 정도로 강하게 나섰다. 극우파가 볼 때는 그런 사람이 필요한 거다. 이전 방위상인 이와야 다케시 전 방위상은 그들이 보기엔 상당히 약했다. 한일 초계기 문제에서도 이와야 전 방위상은 한국의 입장을 많이 이해했다. 그래서 아주 강한 극우 인사인 고노 다로로 방위상을 바꾸고, 공석이 된 외무상에도 아베 총리의 말을 그대로, 강하게 전달하는 모테기 도시미츠를 앉혔다. 이를 통해 외무상과 방위상을 강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Q. 아베 정권의 최종 목표는 개헌이라고 볼 수 있나

이번에도 개각 후 첫 기자회견에서 ‘이제 개헌논의를 본격화해야 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정치인이 된 이유가 개헌이다. 또 극우파들의 목표가 일본군 부활이기 때문에 이건 끝까지 밀고 나갈 거다.

Q. 그렇다면 전쟁할 수 있는 국가가 된다는 것은 일본 아베 정권이나 극우파에게 어떤 의미인가

보통국가가 된다는 의미다. 지금 일본이 군대가 없는 건 과거 전범국가였다는 걸 인정하는 거다. 침략전쟁의 결과로 군대가 없어지고, 헌법에서도 군대를 만들 수 없게 돼 있다는 것 자체가 과거 일본이 침략국가라는 걸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극우파들은 일본이 전범이었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다. 일본은 올바른 전쟁을 했고, 아시아를 백인 지배에서 해방시켰다고 우기는 사람들이다. 때문에 극우파들은 그들의 정체성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보통국가로서 군대의 보유를 절대적으로 해야 하는 거다. 또 극우파들이 옛날부터 전쟁을 좋아했다. 현재 극우파는 쵸슈-야마구치현 계열이다. 야마구치현은 과거 도요토미 히데요시 계열로, 조선을 침략했던 세력이다. 쵸슈의 경우는 메이지 정부를 만들어 침략국가로 갔던 세력이다. 그 쵸슈 계열인 아베 총리가 집권해 호전적이라고 할 수 있는 거다. 전쟁을 해야만 뭔가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다. 그들은 ‘적극적 평화주의’라고 말한다. 군대를 사용해 평화를 만든다는 개념이다. 이는 2차 세계대전까지의 일본 사상과 완전히 똑같다.

Q. 이 같은 일본 극우세력의 원천은 무엇인가

1993년 자민당은 정권을 잃었다. 때문에 다시 정권을 쟁취하기 위해 논리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우익들의 논리화 작업이 진행됐다. 자민당 극우파들은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을 나중에 후원하게 된다. 당시에는 새로운 역사 교과서 만드는 모임의 중심멤버들을 불러 공부모임을 계속 열었다. 93년 당시에는 고노 담화가, 95년에는 무라야마 담화가 나갔기 때문에 거기에 대항하고 이를 부정하기 위해 극우파들이 모여 논리를 만들기 시작한 거다. 그 결과가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었고, 비슷한 시기에 합류한 것이 97년 결성된 일본회의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현재 극우파를 이루고 있다. 또 신토세력도 이들과 같이 움직이고 있다.

Q. 극우세력의 대두로 일본 국민들의 성향도 우익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나

일본 국민의 50%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이게 핵심이기도 하다. 그들은 여론조사에도 참여하지 않는다. 지금도 한일관계가 이렇게 나쁘다는 것도 모른다. 그게 가능한 게 일본 사회다. 일본은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아도 충분히 살 수 있는 사회다. TV에서도 정치얘기가 많이 나오지 않는다. 한국 종편채널처럼 아침부터 저녁때까지 하는 정치 토크쇼가 자체가 없다. 아베 총리의 얼굴은 아침뉴스와 저녁뉴스에서 보는 정도다. 그것도 상당히 객관적인 보도, 팩트만을 전달하는 뉴스다. 때문에 일본 국민들이 우경화돼 간다는 것이 사실이라 해도, 전체 인구의 50% 중에서도 일부분이 우경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하면 맞겠다.

Q. 일본 국민들이 정치에 무관심한 이유는 뭔가

예를 들면 한국은 국회의원 선거구를 세습한다는 건 있을 수 없지 않나. 일본은 선거구 자체를 2~3세에 계속 세습시킨다. 그러다보니 정치가라는 신분이 만들어진다. 보통 사람들은 정치를 정치가라는 가문에 그냥 맡겨버리는 거다. 한국 사람들에게 마지막 목표는 정치가, 국회의원이라는 게 있지 않나. 일본에는 그런 게 없다. 정치인들을 아예 다른 계층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경우의 위험성은 무관심이다. 독재가 나와도 무관심하다. 독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런 국민들의 무관심을 악용하는 거다.

세종대 호사카 유지 교수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세종대 호사카 유지 교수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이름 바꾼 사사카와 재단…신친일파 양성 계속 이어져

Q. 그간 일본의 신친일파 양성에 대해 우려를 밝혀왔다. 이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사사카와 재단은 소문이 너무 안 좋아져 이름을 닛폰재단(닛폰파운데이션)으로 바꿔 지금도 같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상당한 자금을 갖고 있다. 지원할 때도 표면적으로 하는 것도 있지만, 뒤에서 비밀리에 지원하는 것들이 액수가 더 어마어마하다. 사사카와 재단 외에도 다른 일본의 극우 재단은 굉장히 많다. 일본 정부 자체에서도 신친일파를 만든다는 게 외교정책이다. 해외에 일본의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을 많이 만든다는 것이 옛날부터 일본의 외교정책이다. 그건 결국 친일파를 만든다는 얘기고, 거기에 일본은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왔다.

Q. 오는 2020년 도쿄 올림픽 조직위가 욱일기 응원을 허용하겠다고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욱일기는 일본인들에게 어떤 의미인가

‘전쟁터에서 사용하는 깃발’이라는 생각은 있다. 욱일기의 시작은 육군, 해군의 군기로 사용됐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에는 일본인들도 당시 경험으로 인해 자발적으로 욱일기 사용을 꺼렸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경험을 잘 모르는 세대가 됐다. 그러나 욱일기는 항상 싸울 때 사용했고, 군기로 사용됐다는 건 인식하고 있다. 다만 2차 세계대전이 침략전쟁이라는 인식 자체가 일본 국민들에게 많이 없다. 교육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욱일기에 반대하는 나라는 한국, 중국밖에 없다 정도로 생각하는 거다. 서양인들은 하켄크로이츠는 전범기라는 인식이 있지만, 욱일기에 대한 인식은 없어 문제를 삼지 않았기 때문이다.

Q. 현재 포스트 아베로 거론되는 정치인들은 누구인가. 이들은 어떤 인물들인가

대표적인 인물이 기시다 후미오 전 외무상이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과 위안부 합의를 주도한 인물이다. 또 고노 다로 방위상도 있다. 고노 방위상은 “총리가 되고 싶다”고 스스로 말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 아베 총리에 충성을 맹세하고, 그의 말 그대로를 강하게 주장해왔다. 현재 일본에선 아베 총리의 사상과 다른 사상을 갖고 있으면 정치가로서 위로 올라가기 어렵다. 또 모테기 외무상도 아베 정권에서 중용되고 있는 사람 중 하나다. 굉장한 강경파로 차기 총리후보이기도 하다. 자민당 내 반아베 세력 중에서도 이시바 시게루 전 방위상 등 몇 사람 있긴 하지만, 역시 좀 어려운 거 같다.

Q. 그렇다면 일본의 우경화는 당분간 지속될까

이미 아베 총리의 측근 중에서 포스트 아베까지 나왔다. 문제는 야당이 너무 약하고, 일본 국민들이 야당을 신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으로 나눠진 민주당은 집권 당시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태 초기에 사태를 은폐했다. 민주당은 그때부터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다. 아직 그때의 불신이 남아있어 야당 쪽의 중심인데도 힘을 발휘할 수 없는 거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문제를 강하게 비판해야 하는데, 먼저 은폐한 사람들이라 말 못 하는 거다. 현재 일본 야당 몰락의 중심에는 민주당의 집권 당시 실책이 있다.

Q.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새로운 한일관계 정립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의 한일관계는 어떻게 정립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일본이 수출규제를 철회해 산업, 무역관계에서 한일관계가 일단 원래대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산업, 무역적인 관계가 원래대로 돌아갔다 하더라도 일본에서 극우파 정권이 계속 들어설 경우, 한국 쪽은 어떤 정권이든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라 생각한다. 극우파 정권은 그들의 주장만 내세우기 때문이다. 때문에 어떤 식으로 일본과 새로운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는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일본과의 관계 이상으로 동남아와의 관계를 더 강화하는 등 국제관계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국의 국제관계는 현재까지 한국은 일본, 미국, 중국에 편중돼 있다. 한 나라를 너무 믿어버리는 건 상당히 위험하다. 일본이나 미국, 중국만 중시했던 과거의 외교관계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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