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은 4일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열린 집회와 관련해 여야 정치권을 향해 “분열의 정치, 편 가르기 정치, 선동의 정치도 위험선에 다다랐다”고 질타했다.

문 의장은 이날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국가분열, 국론분열이 한계선을 넘는 매우 위중한 상황임을 인식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의장은 “연이은 가을 태풍과 아프리카 돼지 열병으로 국민의 상심과 피해가 매우 크다”며 “국민은 국회와 정치권을 바라보고 있는데, 국회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참담한 심정이다. 민생은 내팽개치고 진영싸움에 매몰돼 국민을 거기로 내몰고 있는 거 아닌가”라고 여야 모두를 비판했다.

이어 “국회가 갈등과 대립을 녹일 수 있는 용광로가 돼도 모자랄 판에 이를 부추기는 행태에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이는 대의민주주의 포기다. 정치실종 사태를 초래해 국회 스스로 존재 이유를 상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당장 오늘 국회가 없어진다고 해도 국민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을 상황을 스스로 만들고 있는 것”이라며 “정치지도자라는 분들이 집회에 몇명이 나왔는지 숫자놀음에 빠져 나라가 반쪽이 나도 관계없다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서초동과 광화문의 집회로 거리에 나선 국민의 뜻은 충분히 전달됐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국회가 답해야 한다”며 “여야 정치권이 자중하고 민생과 국민통합을 위해 머리를 맞대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도 여야는 전날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열린 집회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동원 집회에만 골몰하며 공당이기를 스스로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또 “어제 집회에서 제1야당 인사들이 도를 넘는 막말을 남발했다. 국가원수에게 ‘제정신’ 운운하는 것은 아무리 정쟁에 눈이 어두워도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며 “지역위원회별로 300~400명씩 버스로 사람을 동원했다고 한다. 공당이 이런 일이나 해서야 되겠느냐”라고 평가절하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文실정 및 조국 심판’ 국감대책회의에서 “서초동 200만 선동을 판판히 깨부수고 한 줌도 안 되는 조국 비호세력의 기를 눌렀다”며 “서초동 범법자 비호집회 이후에 여당이 뭐라고 이야기했나. 가당치도 않은 ‘200만’ 운운하며 민심을 왜곡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적고 많음은 본질이 아니라고 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더불어 “이것은 지난 87년 넥타이부대를 연상케 하는 정의와 합리를 향한 지극한 평범한 시민들의 외침이다. 수구 좌파세력의 집회는 동원집회일지 모르겠지만, 합리와 상식의 집회는 자원집회”라며 “민심이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조국 파면을 넘어 정권 퇴진으로 불이 옮겨붙어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