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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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정상가족’을 넘어 사실혼, 동거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법령상 가족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에 국민 10명 중 6명이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가족다양성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를 발표했습니다. 여가부가 지난 8월 21일부터 같은 달 27일까지 전국 만 19~79세 이하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는 가족 의미에 대한 인식,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사회적 수용도 및 개인적 수용도, 다양한 가족지원정책 필요도, 가족 포용 제도개선 등의 내용으로 이뤄졌습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법령상 가족의 범위를 사실혼과 비혼 동거까지 확장하는데 ▲매우 찬성 20.0% ▲약간 찬성 40.1% ▲약간 반대 23.9% ▲매우 반대 16.0%로, 찬성한다는 응답자는 총 60.1%로 나타났습니다.

‘법적인 혼인, 혈연으로 연결돼야만 가족으로 인정할 수 있다’에 동의하지 않는 비율은 연령별 ▲20대 이하 48.7% ▲30대 39.4% ▲40대 35.5% ▲50대 29.0% ▲60대 21.1% ▲70대 9.6%로 나타나 젊을수록 가족의 개념을 넓게 인정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또 전체 응답자의 67.5%는 혼인·혈연 여부와 상관없이 생계와 주거를 공유할 경우 가족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비혼 동거에 대해서는 65.5%가 수용 가능하다고 답했으며 비혼 독신은 80.9%가 수용 가능하다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다양한 가족 형태에 따른 지원정책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한부모가족 지원 94.1% ▲비혼모·부 가족 88.9% ▲1인 가구 73.9% 등으로 높은 찬성률을 보였으며 사실혼·비혼동거 등 법률혼 이외의 혼인 차별 폐지가 필요하다는 응답도 66.0%로 집계됐습니다.

이밖에도 현행 민법에서 아동에 대해 부모의 혼인여부에 따라 ‘혼인 중의 출생자’와 ‘혼인 외의 출생자’ 용어로 구분하는 것을 폐기해야 한다는 데는 75.6%가 찬성했습니다.

자료제공 = 여성가족부
<자료제공 = 여성가족부>

이렇게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으나 현행 제도는 이 같은 국민들의 인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법과 건강가정기본법 등 현행 가족법은 가족의 구성을 혼인 중심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사실혼이나 비혼 동거의 경우 가족으로서 사회보험·연금·고용·의료·금융·복지 등의 권리를 행사하거나 법률의 보호를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혈연·법률상 배우자와 마찬가지로 가족으로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감에도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죠.

가족으로 인정되지 않기에 정책적 배려에서도 배제됩니다. 주택임대차 및 분양, 자동차 구매 등 혼인 가구에게만 주어지는 정책적 배려는 사실상 시민들에게 혼인을 강요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이 같은 정책은 사실혼·비혼 가족에게 차별이 됩니다.

아울러 이번 조사에서는 현재 부성우선주의 원칙에 따라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도록 하고 있으나 자녀의 출생신고 시 부모가 협의해 성과 본을 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에 대해 70.4%가 동의했습니다.

현행 민법 제781조 제1항은 ‘자녀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른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혼인신고 시 모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협의한 경우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는 단서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도록 한 것이죠.

그런데 혼인신고 시 정한 것을 변경하기는 어렵습니다. 자녀의 복리를 위해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 한해 법원의 허가를 받아 변경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때문에 사실혼·비혼 부부 등 출생신고 시 혼인신고가 돼 있지 않은 경우, 자녀계획이 없어 혼인신고 시 협의를 하지 않아 부성주의 원칙을 따라야 하는 경우 등에는 부모 중 어느 성과 본을 따를 것인지 선택할 수 없게 됩니다.

국민들의 가족에 대한 인식과 제도 간의 간극이 있는 만큼 개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고 법과 제도의 테두리 안에서 포용할 수 있도록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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