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은 지음/ 130×195mm/248쪽/1만5000원/시드앤피드

나는 두부를 만나기 전까지 한 번도 ‘버려진다’는 일이 한 생명체에게 얼마나 큰일인지 생각해보지 못했다. 두부를 통해 모든 생명은 사랑받을 가치가 있으며, 그 자체로 귀한 것이라는 걸 배우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한 생명체인 반려동물을 손쉽게 버린다. 자라면서 생김새가 마음에 안 든다고 버리고, 나이 들면서 병이 들었다고 버린다. 키울 사정이 안 된다며 버리고, 말을 안 듣는다고 버린다. 두부도 그랬다. 두부도 버림받은 상처투성이 작은 생명이었다. 하지만 나와 함께하면서 두부는 온전히 사랑받는 법을 알게 되었고, 정서적으로 조금씩 안정되어 갔다. 몸과 마음의 아픔을 극복하고 밝고 건강한 모습의 두부가 되었다. 두부가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희망을 발견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다른 누군가도 작은 생명으로 인해 유기동물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으리라. _9쪽 〈내 인생에 두부가 없었다면-엄마편〉

【투데이신문 김지현 기자】 미국 LA 보호소의 유기견에서 수제간식 회사 ‘바잇미’의 최고경영견이 된 두부의 ‘견생역전’ 에세이 <내 두 번째 이름, 두부>가 출간돼 눈길을 끈다.

2010년, 미국의 한 길가에 버려진 뒤 험한 일을 당한 두부는 한쪽 눈을 덜어내는 안구 적출 수술을 받았다. 한쪽 눈이 없는 장애견인 데다 유기견인 두부의 첫 번째 이름은 A1128127였다. 상처로 짓무른 눈과 쉴 새 없이 핥아서 붉어진 다리, 다른 개를 두려워해서 시시때때로 크게 짖어대는 문제견이자 장애견, 유기견인 두부는 보호소에서 안락사 1순위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미국에서 유학 생활 중 유기견 보호소에 방문한 두부의 엄마(저자)는 철창 안에서 안락사를 기다리던 두부에게 첫눈에 빼앗기고 말았다. 수십 장의 서류를 작성한 뒤에서야 두부를 입양하게 됐고, 예능국 피디를 꿈꿨던 엄마의 인생도 180도 달라졌다고 한다.

식이 알레르기가 있는 두부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은 마음에 직접 간식을 만들었고, 두부와 오랜 시간을 함께할 수 있는 일을 궁리하다 ‘바잇미’라는 수제간식 회사까지 차리게 됐다. 무려 8종 이상이 섞인 유서 깊은 믹스견이자 독보적인 머리 크기와 꼬질꼬질한 모습의 대체 불가 매력의 두부에게 ‘랜선 이모’들은 열광했고, 지분이 막대해진 ‘실질적인 일인자’ 두부로 인해 엄마는 ‘바지 사장’ 자리로 밀려나고 말았다.

두부 대표가 바라는 건 버리는 사람도 버림받는 동물도 없는 세상이다. 두부 대표의 회사 바잇미는 ‘사지 마세요, 입양하세요’, 간식 2개를 구매하면 유기동물 보호소에 1개의 간식이 기부되는 ‘Buy 2 Give 1’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지속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유기견에 대한 세상의 편견을 지워가는 두부의 특별한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의 인세 전액은 유기동물을 위해 기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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