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 의원 “LG화학 2017년 초기 제품만 화재”
LG화학 “교체 등 적극적 대응방안 마련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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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민관합동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가 원인조사 결과와 재발방지를 위한 종합안전강화대책 등을 발표했다.ⓒ뉴시스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정부 주도의 진상조사 발표 이후에도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가 이어지면서 사고원인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ESS 화재 절반 이상이 LG화학의 특정 시기에 생산한 배터리에서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화재원인과 관련해 배터리 책임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발생한 국내 ESS 화재는 모두 26건에 달한다. 지난 6월 ESS화재에 대한 산업부 주도의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 위원회’(이하 조사위)의 조사결과 발표 이후에도 충남 예산과 강원 평창, 경북 군위 등 3곳에서 추가로 화재가 발생했다.

7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은 ESS 사고의 원인과 정부 조사발표에 대한 추적 조사를 실시한 결과 ESS 화재가 LG화학 배터리 제품의 불량과 관련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실의 추적조사 결과 삼성SDI의 경우 조사위가 제시한데로 배터리 보호시스템 내 랙 퓨즈(DC지락 단락 장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화재로 이어지는 현상이었음을 재확인했다.

이에 삼성SDI는 조사위 발표 전후로 랙퓨즈를 타 제품으로 전량 바꾸는 조치를 취했다.

(자료=이훈 의원실 제공)
(자료=이훈 의원실 제공)

문제는 LG화학 배터리였다. 이 의원실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ESS 화재 26곳 중 14곳에서 LG화학 제품이 사용됐다. 나머지 9곳은 삼성SDI, 3곳은 인셀 등 군소업체 제품이었다.

특히 화재와 연관된 LG화학 제품은 모두 지난 2017년 2분기부터 4분기 동안 LG화학 중국 남경공장에서 만들어진 초기 물량이었다.

대책 발표 이후 불이 난 3곳 중 2곳도 같은 LG화학 배터리를 사용했다. 반면 삼성SDI의 경우는 총 9건 화재에서 사용된 배터리는 2014년 3분기(1건), 2015년 3분기(1건), 2015년 4분기(1건), 2016년 4분기(1건), 2018년 2분기(4건) 등 제조일자가 다양했다.

또 LG화학 제품 화재 중 2018년 이후에 생산된 제품은 단 한 번도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만약 열악한 설치환경과 배터리시스템의 문제가 아닌 PCS등의 문제였다면 2018년 이후 제품에는 왜 단 한 번의 화재도 일어나지 않았는지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다”며 “이 시기에 만들어진 LG화학의 배터리 제품에 확실히 문제가 있다고 말해도 무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부 민관합동 조사단은 ESS배터리 화재원인에 대해 배터리시스템 결함, 전기충격에 대한 보호체계미흡, 운용환경관리 미흡, ESS 통합관리 체계부재 등 4가지를 들었다.

이중 가장 주목하던 배터리와 관련해서 조사위는 보호시스템에서 전기충격이 유입될 때 이를 차단해주는 랙 퓨즈가 빠르게 단락 전류를 차단하지 못해 추가 단락이 생겨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외에도 배터리 보관불량, 오결선 등 설치 부주의와 제작주체가 다른 EMS·PMS·BMS가 SI 업체 주도로 유기적으로 연계·운영되지 못하는 등 ESS가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으로 설계·보호되지 못했던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다만 배터리 제품 자체를 화재원인으로 직접 지목하지 않았다. 특히 그동안 줄곧 주요원인으로 지목됐던 베터리 셀의 경우 LG화학이 제조한 일부 제품에서 제조상 결함을 발견했지만 화재 직접원인에서는 제외했다. 결함을 모사한 셀로 시행한 충·방전 반복 시험을 180회 이상 반복했지만 자체 발화로 이어질 수 있는 배터리 셀의 내부 단락(합선 등의 이유로 과다한 전류가 흐르는 현상)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 참석해 2년 동안 20여 차례 화재가 발생한 에너지저장장치(ESS)에 관해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질의를 하도 있다. ⓒ뉴시스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 참석해 2년 동안 20여 차례 화재가 발생한 에너지저장장치(ESS)에 관해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질의를 하도 있다. ⓒ뉴시스

이와 관련해 이 의원은 정부가 솔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사실상 ESS배터리시설의 화재는 솔직히 배터리 및 배터리보호시스템의 결함에서 비롯됐다”며 “하지만 정부는 이를 장치 설치지역의 열악한 주변 환경에 시선을 분산시키며 여러 다양한 원인이 있었다고만 발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배터리 문제를 인지하고도 이를 은폐하거나 배터리 제조사 책임회피를 도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조사위 활동 과정에서 민·관합동위 위원들 사이에 LG화학 배터리의 문제가 있으니 정부 차원에서 리콜을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는 사실도 뒤늦게 확인됐다.

이 의원은 “정부는 조사결과 발표에서 화재원인에 대해 초점을 또렷하게 모아가기는 커녕 오히려 여러 주변상황을 뒤 섞고 중요도를 설정하지 않은 채 발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배터리 제조사에게 면죄부를 준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철규 자유한국당 의원도 “국과수의 감정서를 보니 충북 제천, 울산 ESS 화재도 배터리 문제로 인해 발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그럼에도 ESS 배터리에 대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은 산업부가 추진하고 있는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 사업의 기술적 흠결이 생기거나 부담이 갈까봐 숨기고 있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LG화학의 문제 제품에 대한 자발적 리콜 촉구도 이어졌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LG화학의 해당 배터리를 쓴 ESS는 전국에 198개소에 달한다. 해외 설비까지 고려하면 교체 비용은 1500여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 의원은 “LG화학에게 2017년에 생산된 ESS배터리에 대해 자발적 리콜을 요청했지만 아직 LG는 관련입장을 내지 못하고 있다”며 “(리콜에 따른)추가비용과 신인도 추락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글로벌 리더기업으로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사람들이 사건은 은폐하고 물밑에서 쉬쉬하며 합의를 종용해서는 안될 일”이라며 “지금이라도 자발적인 리콜을 진행하는 것이 신뢰와 세계시장을 점유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 참석해 2년 동안 20여 차례 화재 발생한 에너지저장장치(ESS)에 관한 질의에 답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 참석해 2년 동안 20여 차례 화재 발생한 에너지저장장치(ESS)에 관한 질의에 답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와 관련해 조사를 주도한 산업부 측은 배터리가 화재 원인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이날 국감에서 “조사위에서 모사한 검증 실험을 진행했고 배터리는 발화 지점이지 원인은 아니다”며 “발화지점은 배터리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LG화학 배터리 화재가 14건 발생한 것은 사고조사위원회에서도 인지하고 있으며 여러 차례 토론과 실험을 했지만 배터리로부터 발화가 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LG화학 배터리 제품 리콜 요청에 대해서도 “ESS는 최종 제품이 아니라서 리콜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LG화학은 원인규명과 별개로 제품 교체 등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원인 규명활동은 정밀 실험 및 분석은 물론 사이트에서 보다 가혹한 환경에서의 시험까지 포함하여 올해 말을 시한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이 결과에 따라 필요한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할 계획이며, 만약 명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더라도 교체를 포함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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