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세습부터 여성차별까지…채용비리 적폐 드러낸 공기업들
고용세습부터 여성차별까지…채용비리 적폐 드러낸 공기업들
  • 홍세기 기자
  • 승인 2019.10.09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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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서울교통·인천공항·LH·한전KPS·산업인력공단 등 감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자 3048명 중 임직원 친·인척 333명
면접 점수 조작해 여성 지원자 탈락시킨 사례도 적발돼

【투데이신문 홍세기 기자】 공기업 5곳의 채용과정에서 고용세습, 여성차별 등이 실제로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임금·복리후생이 좋고, 저출산·고령화 시책에 따라 육아·정년 체계도 선도하고 있는 공기업은 청년과 여성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만큼 채용비리가 사실로 밝혀져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달 30일 감사원이 공개한 5개 공기업 ‘비정규직 채용 및 정규직 전환 등 관리실채’ 감사 결과에 따르면, 공기업 별로 각양각색의 채용비리가 총 망라됐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10월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의혹이 불거지면서 서울시가 공익감사를 요청해 시작됐다.

감사원은 서울교통공사와 마찬가지로 정규직 전환 규모가 큰 인천공항공사, LH토지주택공사, 한전KPS, 산업인력공단에 대해서도 감사를 함께 진행했다.

이번 감사 대상 공기업들은 비정규직 채용시 임직원이 추천한 친·인척을 비공개로 내부위원 면접만 거치거나, 채용담당자에게 청탁해 직원을 뽑았다가 적발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공개채용공고를 내지 않아 일반인 지원 기회를 막았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자 3048명 중 재직자와 4촌 이내 친인척 관계로 의혹이 제기된 인원만 333명에 달했다. 여성 지원자를 점수조작으로 탈락시킨 사례도 적발됐다.

ⓒ감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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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불공정 사례 확인

인천공항공사가 지난 2017년 12월 정규직으로 전환시킨 제2여객터미널 인력 중 협력사 채용 인원 3604명은 서류·면접심사표가 없거나 폐기돼 정규직 채용의 공정성을 확인할 수 없어 지적을 받았다.

서울교통공사는 서울메트로(지하철 1~4호선 관리)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 관리)로 분리 운영됐던 2016년 구의역 사고수습 대책에 따라 직접 고용한 위탁업체 직원 14명을 평가절차 없이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위탁업체나 노조에 청탁해 취업된 직원도 포함시켰다가 이번에 적발됐다.

당초 서울시는 이 과정에서 철도장비 운전분야에는 관련 면허 소지자만 채용하도록 했으나, 위탁업체 등의 민원을 이유로 무면허자도 채용 기회를 얻도록 이사회 의결 내용을 바꾸기도 했다.

이에 따라 무면허자 5명이 채용돼 서울교통공사는 철도장비 운전 인력을 적게 운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 중 4명은 면허를 사후 취득해 무기계약직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서는 2017년 4월 승강장 안전문 보수 분야의 무기계약직을 공개채용하면서 필기시험 오류 문항을 잘못 채점해 8명이 부당 합격시키기도 했다. 최종합격한 4명은 지난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감사원
ⓒ감사원

친인척 특혜 사실로

감사원은 인천공항이 협력사 간부급 직원이나 임직원의 친인척 44명도 서류가 폐기돼 채용의 공정성을 확인하지 못했다. 이들 중에는 임원 아들이라는 이유로 내부위원만으로 구성된 면접 절차를 거쳐 합격한 인원도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직원이 면접위원으로 참여해 동생에게 최고점을 부여하고, 채용담당자가 직원 조카 채용 청탁을 받고 단독으로 면접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전KPS의 경우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알리오)에 채용 공고를 내지 않아 임직원 친인척이나 지인 등을 통해 채용사실을 알고 지원한 75명을 채용해 물의를 빚었다. 또 채용공고상 자격요건 미충족 4명, 허위 경력증명서 제출 1명 등 5명을 포함해 응시자가 부당하게 합격한 한전KPS 직원 80명도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2014년 이후 채용공고 절차 없이 직원 친인척 등 14명을 기간제 근로자로 채용하거나, 업무와 관련 없는 특정 경력을 응시 자격으로 제한해 퇴직 직원 3명을 채용하기도 했다.

아울러 특정 직원이 시험 전형에 참여해 퇴직한 전 지사장의 자녀 등 4명을 선발하기도 했다. 전 지사장의 자녀는 지난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여성차별도 사실로

이전 서울 지하철 1~4호선 운영사였던 서울메트로(현 서울교통공사)가 2016년 공개채용 당시 여성 지원자를 의도적으로 탈락시킨 사실도 드러났다.

서울메트로는 지난 2016년도 철도장비 운전분야 무기계약직을 공개채용하면서 여성 지원자의 면접 점수를 일괄 조정해 모두 탈락시켰다.

면접위원장이 첫날 면접 실시 후 다른 면접위원들에게 여성 응시자의 점수를 불합격 커트라인인 50점 미만으로 수정하도록 권고했고, 이에 따라 합격했어야 했을 여성 응시자 4명이 탈락한 일이 발생한 것.

서울메트로 측은 여성 응시자를 탈락 시킨 이유로 ‘여성이 하기 힘든 일이고 야간근무 때 여성용 숙소가 마련되지 않은 등 현장 여건도 여성을 채용할 준비가 안 되어 있다’ 등의 변명을 내놨다.

또 면접위원들이 사유서에 50점 미만의 점수를 준 이유로 “조직과 업무에 적응이 어려워 보임” “배려심 부족” “협동력 부족” 이라고 기재했다.

여성 지원자들은 면접 점수가 조정되면서 결국 단 한 명도 채용되지 않았고, 이에 감사원은 “이미 부여한 여성 응시자의 점수를 수정해 불합격시킨 것은 공익을 해치는 행위이고 적극적 업무처리로 보기도 어려우며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중대한 절차상 하자”라고 지적했다.

한편, 감사원은 채용 업무를 부당하게 한 관련자 72명(27건)에 대해 신분상 조치를 요구했으며, 그 중 29명은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거나 수사참고자료를 통보했다. 친인척 채용과정에 직접 또는 청탁을 통해 간여한 경우 중징계를, 단순 과실인 경우 경징계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서울교통공사 직원 5명,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 2명에게는 중징계가 요구됐다. 아울러 면접 점수를 조작해 여성을 부당하게 불합격시킨 서울교통공사 관련자에 대해서는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특히, 친인척 채용 비리와 관련 서울시에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에 대한 해임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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