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안녕, 낯선 한글
[신간] 안녕, 낯선 한글
  • 김지현 기자
  • 승인 2019.10.09 0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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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유영준·정유진/ 140*194mm/224쪽/1만6800원/한글공방

【투데이신문 김지현 기자】  2019년 10월 9일. 세종대왕이 한글을 반포한 지 573돌을 맞는 날, 바로 한글날이다.

한글 창제라는 위대한 업적을 남긴 세종대왕이 아닌 아티스트 겸 개발자로서의 세종대왕에 주목한 책 <안녕, 낯선 한글>이 최근 출간돼 눈길을 끈다. 

이 책은 한글 관련 서적이지만 한글을 언어학적 측면에서 접근하지 않고 오직 통섭적 사고를 시도한 세종을 한 명의 예술가, 그가 만들어낸 한글을 위대한 작품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유영준·정유진 두 저자는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에서 한글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한글의 제자원리에 담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작은 세종이 돼 이를 세상에 널리 반포해야겠다는 꿈을 품게 됐다고 한다. 이후 졸업 논문, 대한민국 국가상징 디자인 공모전 대상 국무총리상 수상, 중국 연태미술박물관 개인전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 사업 선정 등 ‘그림한글’에 대한 연구와 작품을 발전시키며 6년간의 집필 끝에 <안녕, 낯선한글>을 출간하게 됐다. 

책은 한글은 문자인 동시에 예술적 감각이 종합된 작품이라고 평가한다. 발음기관에서 자음자를, 자연에서 모음자를 도출해 낸 추상과 자음자와 모음자의 형태를 대칭의 방식으로 그려낸 제자원리를 통해 한글에 담긴 미의 본질과 구조를 살펴보고 있다.

또한 한글의 창제원리를 살펴보면서 우리의 뇌 구조처럼 ‘이성 · 감성’ 즉, ‘과학 · 예술’이라는 상반된 두 기질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한다. 이 두 기질 사이에는 묘한 공통점이 존재하는데 수학, 과학의 공식 속에는 예술적 아름다움이, 위대한 예술 작품에는 과학적 완벽함이 녹아있다고 한다.

<안녕, 낯선한글>은 이 시대 새롭게 조명받아야 할 한글을 특징들을 소개하며 4차 산업혁명을 열어가며 흐려지기 쉬운 문화 정체성을 더욱 선명히 할 수 있고, 차가운 기술에 따뜻한 예술의 옷을 입힐 수 있는, 일상을 예술로 만들어줄 한글의 낯선 매력들을 소개한다.

      책 속에서

 

  • 세종 × 피타고라스 ‘수’

피타고라스는 인류사 최초로 ‘개념으로서 수’를 도출하였고, 세종은 자연의 이치를 담은 문자 ‘한글’을 창제하였다. 피타고라스에게 수는 자연을 이해하고 표현하기 위한 도구였고, 세종에게 한글은 자연의 소리를 최대한 자연에 가깝게 표현하고자 한 목표를 따라서 만든 문자였다. 탐구와 사유의 결실을 얻기까지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 자연을 관찰하고 분석하며 이해하였을까?

「1장. 자연의 언어, 인간의 언어」 중에서

 

  • 세종 × 만델브로트 ‘프랙털’

‘효율’의 측면에서 한글과 프랙털은 교집합을 갖는다. 우리 몸을 이루는 혈관, 뇌나 폐의 주름 그리고 나뭇잎의 잎맥을 생각해 보자. 짧은 시간에 가장 먼 곳까지 영양분과 피를 전달해야 하는 사명을 띤 우리 몸과 자연은 한정된 공간에서 최대한 넓은 면적을 펼쳐 효율을 극대화하는 프랙털 구조를 갖는다. 한글은 어떤가? 기본자 8자는 가획의 원리로 확장되고 서로 결합하며 11,172자가 된다. 최소의 노력을 들여 최대의 효과를 끌어내는 효율의 극치다. 자기 유사성의 반복, 지극히 효율적인 구조와 생성·소멸의 동시성. 한글에 나타나는 프랙털 성질은 한글이 자연의 질서를 오롯이 반영한 문자임을 재차 실감케 한다.

「1장. 인간의 언어, 자연의 언어」 중에서

 

  • 세종 × 몬드리안 ‘추상’

세종은 인체의 발음기관을 살피고, 소리 날 때의 모양을 그림으로 그려 간결하게 다듬어갔다. 자음자는 도형에 가까운 모양으로 추려지고, 모음자는 점과 선의 형태로 추려졌다. 추상은 문자의 개념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사용되었을 뿐 아니라 문자의 시각적 형태를 만들 때도 사용되었다.

「2장. 아티스트 세종의 작품세계」 중에서

 

  • 세종 × M.C. 에셔 ‘시스템’

한 자, 한 자를 만들 때마다 임의로 새로운 글자 모양을 창작하는 방식이었다면 한글이 이토록 무궁무진한 확장의 가능성을 갖기 어려웠을 것이다. 대칭과 가획의 원리로 형태가 분화하는 시스템을 개발했기에 한글은 조화롭고 균형감 있는 문자로 완성될 수 있었다.

「2장. 아티스트 세종의 작품세계」 중에서

 

  • 한글의 색 + 한글의 형 = ‘그림한글’

‘만약 한글이 문자가 아닌 ‘비언어nonverbal communication’의 형식을 취한다면 어떨까?’ 쉽게 말해, 한글에 담겨있는 기호요소를 시각요소를 활용하여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이다. 한글이 그림이 된다니, 말이 되는 소리인가 싶을 것이다. 하지만 말이 된다. 세계 모든 문자 중 유일하게 제자원리를 가진 문자이기에 가능하다!

「3장. 안녕, 또 다른 한글」 중에서

 

  • 한글 = 과학 + 예술

한글에서 기호의 외투를 벗기고 그림의 옷을 입히는 시도가 가능했던 이유는 제자원리에 담긴 통섭적 요소 덕분이다. 한글에 내재한 자연의 철학, 소리의 과학, 색과 형의 미적 실마리로 인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문자 한글로부터 감성적이고 예술적인 그림한글을 꺼낼 수 있었다.

한글로 인해 백성은 문자를 독점한 중앙세력으로부터 읽을 권리를 획득할 수 있었다. 마치 블록체인이 정보를 모든 참여자의 컴퓨터에 분산시켜 동등한 권리를 갖게 하듯, 한글 역시 어떤 세력에 종속되지 않고, 모든 백성의 삶에 편만하게 분산되어 누구나 읽고 쓰는 것을 가능케 했다.

「4장. 한글인 듯, 한글 아닌, 한글 같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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