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크리스털볼룸에서 열린 세계여성이사협회 창립 3주년 국제포럼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15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크리스털볼룸에서 열린 세계여성이사협회 창립 3주년 국제포럼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세계여성이사협회(WCDKorea, 회장 이복실)는 창립 3주년을 맞아 ‘여성의 경영참여 확대: 기업의 도전과 과제’를 주제로 15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크리스털볼룸에서 국제포럼을 개최했다.

여성임원확대를 위한 기업의 도전 사례들을 살펴보고, 향후 과제들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이날 포럼에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 등 정부 관계자와 롯데지주 황각규 부회장, 삼정KPMG 김교태 대표, 한국거래소 정지원 이사장, MBK 파트너스 김광일 대표, 메리츠 자산운용 존 리 대표 등 재계 주요 인사 및 기업 여성임원, 법조계, 언론계, 학계 여성 리더 등 170여명이 참석했다.

이복실 세계여성이사협회장은 “한국 사회가 처한 저출산·고령화, 장기 디플레이션 가능성 등 경제적 악조건들의 극복은 여성인력의 적극적 활용에 달려있다”며 “현 정부에서도 여성 장관 30%, 공공기관 여성임원 의무화, 3년 내 여성 고위공무원 10% 달성 등 다양한 촉진책을 펴고 있는데, 기업들도 이 같은 시대흐름을 잘 읽고 여성 인재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미국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여성 고위직이 많을수록 기업의 실적이 더 좋고 여성비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성공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여성의 경영참여 확대를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최고 경영자의 의지, 일과 가정의 양립 등 사회 제도적 변화 등 삼박자가 잘 맞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일본의 여성 30% 클럽을 이끌고 있는 시세이도 그룹의 우오타니 마사히코 회장이 ‘변혁의 여정(Our Transformation Journey)’을 주제로 시세이도의 혁신에 관해 기조강연을 했다. 우오타니 회장은 “기업문화의 다양성 확보와 우수한 인재 활용을 위한 핵심과제는 여성인재의 발굴과 등용”이라고 말했다.

우오타니 회장은 지난 2014년부터 시세이도 회장으로 취임, 4차 산업 혁명에 발맞춰 시세이도의 대혁신을 이끌고 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경영인이다. 인재 우선, 영어 공용어 사용, 근무조건혁신, 다양성 추구, 여성역량강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실제 시세이도는 그가 취임한 후 4년간 판매는 9%, 영업이익은 41% 증가했으며, 그룹 내 여성이사 및 감사는 45%, 글로벌 여성간부는 38% 수준으로 급성장했다.

이어진 패널토의는 채경옥 삼일회계법인 전문위원(전 한국여기자협회장)의 사회로, 롯데쇼핑 강희태 대표, 맥킨지 한국사무소 강혜진 파트너, 신진영 기업지배구조원 원장, 박정림 KB 증권 대표가 토론에 나섰다.

롯데쇼핑 강희태 대표는 “여성들이 경력단절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만들어주는 회사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특히 여성임원 확대는 최고경영진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남성 CEO들의 인식 전환 없이는 달성되기 힘들다. 롯데처럼 회장이나 CEO가 강력한 실천의지를 보여야 기업 문화가 비로소 바뀌기 시작한다”고 전했다.

맥킨지 한국사무소 강혜진 파트너는 “현재 고위 리더 10명 중 1명만이 여성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약 45%의 남성은 여성들의 리더십 역할 참여가 적정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는 조사결과가 있다”며 “기업 내에서 여성 참여 확대를 위해서는 CEO가 강력한 이니셔티브를 쥐고 비즈니스 목표설정, 모니터링, 책임소재 명확화, 채용과 승진에서의 공정성 확보 및 적극적 지원체계, 업무 장소 및 시간의 유연성 증대, 여성 재교육 기회 마련 등 시스템 변화 및 제도적 지원을 통해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계 최초의 여성 증권사 대표가 된 KB증권 박정림 사장은 “한국기업에는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막는 유리천장뿐만 아니라 핵심 포지션이나 주요 업무는 여성에게 맡기지 않는 유리벽 같은 보이지 않는 차별이 적지 않다”며 “여성들이 보다 공정하게 일하고 승진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그 성과를 기업실적에 연결시키려는 CEO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신진영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은 “한국의 경우 83.5%의 이사회가 남성으로만 구성돼 있어 다양성, 공정성 면에서 현저히 뒤처진 상황”이라며 “대기업을 중심으로 적어도 한명 이상의 독립적 여성 사외이사를 보유하도록 정책적 방안을 마련하거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자본시장법 개정안처럼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의 경우 이사회 내 특정 성(性)이 3분의 1이상을 차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제도적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세계여성이사협회는 ‘기업 이사회 여성 이사 확대 및 육성’을 목표로 창립된 비영리 글로벌 회원 단체로, 한국 지부는 지난 2016년 9월 전 세계 74번째 지부로 창립됐다. 현재 국내 주요 기업의 여성 등기 이사 및 사외이사 70여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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