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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2015년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모텔에서 한 여중생이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됐다. 피해자는 채팅앱을 통해 성매매 포주와 접촉했고, 조건만남을 알선 받아 가해자를 만나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에는 주로 오갈 데가 마땅치 않은 가출 청소년들이 업소를 통해 혹은 인터넷 채팅 사이트를 이용해 성매매를 했다면, 최근에는 이처럼 스마트폰 채팅앱을 기반으로 한 청소년 성매매 유입률이 굉장히 높다. 성매매 경험 청소년 10명 중 7명이 스마트폰 채팅앱을 창구로 삼았을 정도다.

청소년의 성매매 피해는 폭력이나 강압적 성관계, 촬영, 성매매 알선 등의 피해까지 확대된다. 그러나 피해자로 인정받기 쉽지 않다. ‘자발적 선택’이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현행법상 채팅앱 등을 통한 성매매는 처벌 근거가 불분명해 가해자에게 책임을 물기도 어려워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시민단체에서는 미성년자에 대한 성매매와 성폭력을 구분하지 않고 미성년자의 성을 사거나 유도하는 행위 자체를 ‘범죄’로 판단해 이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구체적인 진전은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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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성매매 온상이 된 ‘채팅앱’

국가인권위원회가 2016년 성매매에 이용된 아동·청소년 관련 종사자들을 상대로 인권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성매매 유형은 대부분 1:1 조건만남(88.3%)이며 성매매 유입 경로는 스마트폰 채팅앱(59.2%)이 가장 많았다.

같은 해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청소년 성매매 실태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성매매 중 조건만남 경험이 있는 청소년의 74.8%가 채팅앱을 통해 만남이 이뤄졌다고 응답했다.

청소년들이 채팅앱을 선택한 이유는 비교적 접근이 쉽다는 점이다. 성매매를 조장하는 앱 317개 중 278개(87.7%)가 본인인증이나 기기인증을 거치지 않고도 사용 가능했고, 개발자가 정한 사용연령도 17세인 곳이 210곳(66.2%)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달 25일 여성가족부에서 주관한 3차 성매매방지 정책토론회에서 공개된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용역과제로 수행하고 있는 연구 ‘온라인 기반 청소년 성착취 현황과 법·제도적 대안’ 중간보고서에서도 203개의 채팅앱 중 80개가 청소년 나이대로 설정이 가능했다.

십대여성인권 조진경 대표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청소년 성매매 접근이 쉬워지며 과거 가출 청소년의 유입률이 높았던 것과 달리 이제는 그 대상의 범주가 넓어졌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스마트폰 보급 이후 청소년 성매매 유입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과거에는 가출 청소년 등 특정 아이들이 위험군에 속했다면, 이제는 가출과 비가출, 학교 안과 밖 경계가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청소년 성매매 유입도 문제지만 그에 따른 폭력이나 폭언, 협박, 성 매개 질환 감염, 원치 않는 임신 등의 2차 피해도 만만치 않다.

위 인권위 실태조사에서 성구매자로부터 부당한 경험이 있다는 청소년은 80%에 달했다. ‘콘돔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61.2%로 가장 많았고 △‘약속한 금액을 주지 않았다’ 53.4% △‘성 매개 질환(성병 등)에 감염’ 47.6% △‘성매매 전 제시했던 조건 어김’ 46.6% △‘선불금 미지급’ 38.8% △‘욕설, 폭행, 협박’ 36.9% △‘변태 성행위’ 28.2% △‘가족, 친구들에게 알리겠다는 협박’ 19.4% △‘동영상 촬영’ 15.5% △‘강간’ 14.6% △‘원치 않은 임신’ 7.8% 등이 뒤를 이었다.

성매매 피해 상담소, 경찰 등 관련 기관 담당자들은 아동·청소년 성매매의 가장 큰 원인을 ‘가정불화’(37.8%)로 꼽았다. 이 밖에도 ‘경제적 이유’(23.9%), ‘성인 유도’(18.7%), ‘아동·청소년의 잘못된 성인식’(14.7%), ‘또래문화’(2%) 등도 있었다.

실제 아동·청소년들이 성매매로 유입된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처음 성매매를 하게 된 이유(복수응답)로 △‘잘 곳이 없어서’ 35.0% △‘돈을 준다고 해서’ 32.0% △‘막연히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31.1%, △‘화장품, 옷을 사려고’ 30.1%, △‘친구의 권유’ 29.1% △‘호기심’ 27.2% △‘다른 일자리가 없어서’ 26.2% 등이 꼽혔다.

조 대표는 청소년들이 성매매 유입에 쉽게 노출되는 원인으로 스마트폰 보급화를 꼽았다.

조 대표는 “어린아이들이기 때문에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상상하지 못한다. 여러 가지로 호기심이 많은 시기기도 하다. 스마트폰 보급 전에는 경험할 수 있는 게 한정적이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이 일상이 돼버렸으니 다양한 정보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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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으로 처벌 ‘미흡’

청소년 성매매 유입률이 많은 채팅앱과 그 운영 주체를 제재하면 되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지만, 현행법으로는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청소년의 성을 사고팔 목적으로 그들을 유인하거나 권유하는 자에 대한 처벌은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이른바 아청법에 규정돼 있다. 

아청법 제15조에 따르면 정보통신매체를 통해 성매수 관련 알선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업으로 삼거나 그 정보를 제공한 사람에 대해 처벌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개인이 정보통신매체를 통해 청소년에 직접 만남을 유도하거나 성적 행위를 요구한 경우에 대한 처벌 규정은 별도로 없다.

즉, 채팅앱 상에서 실제 성매매 행위가 일어나지 않고 성매매 정보를 제공하는 당사자는 채팅앱 운영자가 아닌 개인이기 때문에 앱과 운영자에 대한 성매매 알선 규제가 어렵다는 해석이다.

정보통신망법상 온라인 음란물, 명예훼손 정보 등 불법 정보 유통을 금지하고 있고, 14세 미만 아동에 대해 부적절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도록 채팅앱 운영자의 노력 의무를 정하고 있지만 이를 처벌하기엔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 2016년부터 조 대표는 채팅앱 운영자를 대상으로 아청법 위반, 정보통신망법 위반, 성매매처벌법 위반, 아동복지법 및 청소년보호법 위반 등으로 고소·고발을 진행해왔지만 관련법과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기각됐다.

조 대표는 “채팅앱이 사이버상 만남을 주선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사실상 알선이라고 판단되지만 현행법에서는 성매매가 이뤄지는 오프라인 공간만 인정한다. 사이버상에서 만남이 이뤄졌더라도 실질적으로 성매매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성매매 알선으로 보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채팅앱으로 인한 청소년 성매매 문제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조치를 하지 않는 게 성매매 알선이 아니면 무엇이냐고 문제제기를 하지만 관계법령이 없다는 이유로 이 같은 주장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규탄했다.

채팅앱이 청소년 성매매의 온상이 된다는 논란이 지속되자 구글플레이, 원스토어 등 앱장터가 미성년자의 랜덤채팅 앱 이용에 제한을 두는 조치에 나섰다.

관련법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바른미래당 임재훈 의원은 지난 5월 채팅앱 등 온라인을 통해 아동·청소년의 만남을 유도하거나 성적 행위를 요구할 시 강력히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이른바 ‘청소년 성매매 방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정보통신매체를 통해 청소년에게 성을 사고파는 의도를 가지고 만남을 요구하거나 성적 행위를 요구한 자에 대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해, 청소년을 겨냥한 성범죄를 예방하고자 하는 취지다.

조 대표는 관련법 개정 등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대책 수단을 강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5년 이후 매년 청소년 성매매로 인한 끔찍한 사건이 해마다 벌어지고 있다”며 “학교 안과 밖 경계가 무너질 정도로 10대 성매매 문제가 심각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법적 제재 장치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담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민간 전문가와 함께 문제의식을 반영한 성인인증절차 등 기술적 조치를 취하고, 이 조치들이 기업과 청소년 모두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적 근거를 정부가 나서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성인과 청소년은 동등한 지위가 아니다. 성매매에 있어 성인과 아동이 동등하게 자기의사결정권이 있다고 봐서는 안 된다”며 “경제적, 정신적, 신체적으로 성인이 청소년보다 우위에 있기 때문에 위력에 의한 관계, 착취로 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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