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계열 선진, 패티 제조사 맥키코리아 지분 20% 보유
맥키코리아 거래 중단되자 계열사 선진이 공급 재개
선진 “경영 참여 없이 지분만 보유, 이익 챙긴 것 없어”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하림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하림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하림그룹(회장 김홍국)이 ‘햄버거병 사건’ 논란을 일으켰던 패티 제조사와의 관계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림그룹의 계열사 선진은 육류가공업체 맥키코리아의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다.

맥키코리아는 햄버거병으로 알려진 용혈성요독증후군(HUS) 발병 논란이 불거진 패티를 제조했던 기업이다.

‘햄버거병 사건’은 지난 2016년 맥키코리아가 제조한 패티가 들어간 햄버거를 먹은 4세 아이가 HUS로 신장장애 2급 판정을 받으면서 불거졌다. 이후 아이 부모는 햄버거 제조업체인 맥도날드를 고소했지만 지난 2018년 검찰에서 ‘증거불충분-불기소’ 처분이 내려진바 있다. 햄버거를 먹고 병에 걸렸다는 인과관계 입증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맥키코리아는 대장균 오염 우려가 있는 패티를 회수하거나 폐기하지 않고 대량 유통한 혐의로 임직원 3명과 법인이 재판을 받고 있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맥도날드에 대한 검찰 불기소 처분과 관련해 위증교사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햄버거병 사건’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선진이 맥키코리아 지분 20%를 보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하림그룹과의 관계도 새삼 조명 받고 있다.

선진은 사료와 조제식품 등을 만드는 하림그룹의 주력 계열사 중 하나다. 현재 선진은 그룹 김홍국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그룹 지주사인 하림지주가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은 선진의 사내이사도 맡고 있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선진은 지난 2001년 8월 맥키코리아 지분 20%를 8억원에 인수했다.

맥키코리아는 지난 2017년 당기순이익이 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는 40억원 흑자로 돌아선 뒤 올해 상반기 38억원 순익을 거두며 회복세를 이어갔다.

맥키코리아는 지난 7월 5일 ‘명승식품’으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햄버거병 논란’ 꼬리표 떼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선진의 상황도 나쁘지 않다. 햄버거병 논란으로 맥키코리아가 지난 2017년 12월 맥도날드와 공급계약이 중단됐지만 그 자리를 선진이 차지하게 된 것이다. 선진은 호주 육류가공업체 AFC와 신세계푸드와 함께 맥도날드의 새로운 패티 공급업체로 참여하게 됐다.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 문제를 일으켜 공석이 된 자리를 모회사가 다시 차지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일각에서는 햄버거병 사건에 대해 하림그룹도 일부 관계된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하림그룹 측은 맥키코리아 지분만 보유했을 뿐 경영에 관여하지는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선진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맥키코리아 지분을 보유한 것은 경영참여나 이윤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다”라며 “지분 확보 이후 (맥키코리아에) 추가로 투자하거나 배당금을 받는 등 이익을 챙긴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선진은 맥도날드 국내 진출 초기 패티 등 국내 공급 파트너사였다. 이에 자체 공급 차원에 맥키코리아가 설립되면서 사실상 거래처를 빼앗긴 것이라는 게 선진 측의 설명이다.

맥키코리아 지분을 보유한 것도 시상 상황에 따라 맥키코리아 인수 가능성을 염두에 두둔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과거 파트너사 였다보니 인력 등이 이동하게 마련이다. 혹시라도 맥도날드 측에서 사업을 철수하면 그분들이 갈 곳이 없어진다”며 “오래전 일이라 명확하진 않지만 장기적 안목으로 (맥키코리아를) 인수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겠다 싶어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선진이 다시 공급사로 참여한 것에 대해서도 “과거 맥키코리아 때문에 거래가 끊겨 맥도날도 제안을 거절하려고 했지만 과거 거래 관계도 있어 다시 공급하게 됐다”며 “이는 맥도날드와 거래로 맥키코리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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