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사진출처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가수 겸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25)의 죽음을 계기로 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통한 악플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8일 현재 인터넷 실명제와 관련한 청원 7건이 등장했다. 청원자들은 모두 악플을 막기 위해 인터넷 실명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터넷 실명제는 악플과 허위사실 유포 등을 막기 위해 지난 2006년 제4차 지방선거 즈음 한시적으로 시행된 바 있다. 이후 2007년 7월에는 정보통신망법상 본인확인제라는 이름으로 시행됐다. 인터넷 게시판을 설치·운영하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본인확인조치의무를 부과하고 이용자 본인확인절차를 거쳐 게시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듬해인 2008년 네이버, 다음 등 일평균 이용자 수 30만명 이상의 포털사이트와 일평균 이용자 수 20만 이상의 인터넷언론, 일평균 이용자 수 30만 이상의 동영상 사이트 등 27개 사이트가 본인확인제 의무화 대상이 됐다.

2009년 1월에는 의무 대상을 153개 사이트로 확대한 정보통신망법 시행령 개정안을 시행했다.

이에 2010년 1월 참여연대는 YTN, <오마이뉴스> 이용 네티즌 등과 함께 본인확인제가 헌법상 익명표현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같은 해 4월에는 <미디어오늘>이 같은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후 2012년 8월 헌법재판소는 본인확인제가 익명표현의 자유,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언론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한다며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위헌을 결정했다.

당시 헌재는 본인확인제가 인터넷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적용범위를 광범위하게 정해 법 집행자에게 자의적 집행의 여지를 부여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본인확인제 시행 이후 명예훼손 등 불법정보 게시가 유의미하게 감소했다는 증거가 없으며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 사이의 차별 또는 자의적 법 집행의 시비로 인한 집행곤란 등 문제를 발생시켜 당초 목적과 같은 공익을 실질적으로 달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 헌재는 본인확인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 소셜미디어 등 새로운 의사소통수단의 등장으로 본인확인제의 효과가 매우 제한적인 반면 본인확인제로 인해 인터넷 이용자들이 자신의 신원 노출에 따른 규제·처벌 등을 염려해 표현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고, 외국인이나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재외국민은 인터넷 게시판 이용에서 배제되며 소셜미디어와 경쟁해야 하는 인터넷 게시판 운영자는 업무상 불리한 제한을 당하게 되며, 본인확인정보 보관으로 인해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부당하게 이용될 가능성이 증가했다고도 덧붙였다.

인터넷 실명제, 이미 ‘위헌’ 판결…재도입 어려워

최근 설리의 사망으로 인해 인터넷 실명제의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으나 헌재의 위헌 판결이 있었던 만큼 이를 도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이미 실명을 기반으로 하는 소셜미디어에서도 악플이 여전히 지속되는 만큼 인터넷 실명제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악플 피해를 막기 위해 실질적으로 혐오발언을 제한할 수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경희대학교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이택광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터넷 실명제는 이미 위헌 판결이 났기 때문에 도입하기 어렵다”며 “이 같은 주장은 악플이나 혐오발언이 익명성에 기대 발생한다고 보는 것인데 이는 옛날 미디어 이론이다. 지금은 실명을 달고서도 악플을 쓴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리씨 같은 경우 여성이기 때문에 많은 비난에 노출됐다. 아이돌의 역할에 만족하지 않고 여성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에 대한 비난이었다”며 “설리씨의 경우는 그래서 단순한 연예인의 사망으로 볼 수 없다. 그런 부분들이 방치됐기 때문에 이 같은 비극이 일어났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지금이라도 이 같은 문제가 공론화 돼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본다”며 “차별금지법을 통해 혐오표현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고 사이버불링(온라인 상에서 특정인을 반복적으로 괴롭히는 행위)을 하면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악플 피해에 대한 사회의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혐오표현을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악플은 더 이상 인터넷 실명제로는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악플·혐오표현을 막을 수 있도록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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