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적 기업들의 추락 이어져
기업가치 하락 도미노 현상
구조조정까지 예고한 위워크
‘신 4대 발명’ 오포도 파산 위기
자체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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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공유경제는 새로운 소비형태로 각광 받았다. 집, 자동차 등을 구매할 필요 없이 임대로 누릴 수 있게 한다는 것이 아이디어의 핵심이다. 친환경적이고 개방적인 성격의 공유경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전통적인 소유의 관념마저 바꿀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2010년을 전후로 주목할만한 공유기업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매출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을 일컫는 ‘유니콘’으로 성장하며 세계 경제를 이끌 유망주로 떠올랐다. 영국의 다국적 회계 감사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ricewaterhouseCoopers, PwC)도 세계 공유경제 시장이 2025년이면 3350억 달러(한화 약 378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업계의 상징적 존재였던 기업들이 잇달아 몰락하거나 추락 조짐을 보이면서 공유경제시장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부상했다. 일각에서는 닷컴버블의 몰락과 유사한 성격을 보인다며, 공유경제 기업들이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위워크 홈페이지 캡쳐
공유오피스 기업 위워크는 세계 곳곳에 지점을 확대하며 성장해 나갔지만 최근 IPO를 연기하는 등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위워크 홈페이지 캡쳐

위워크 IPO 유보, 기업가치 절반 이하로 폭락

대표적인 공유경제 시장의 유니콘 위워크는 야심차게 추진했던 기업공개(IPO)를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위워크는 지난달 중 추진하려 했던 미국 뉴욕 증시 상장 계획을 연기했다. 위워크는 연내에 상장을 완료하다는 입장이지만 기업가치 하락을 막지 못하는 한, 투자자모집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위워크는 지난 2010년 공유오피스 시장을 선도하며 폭발적인 확장을 이어나갔다. 건물 일부를 임대해 재임대하는 방식을 기본 아이디어로, 업무공간과 함께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제반 시설을 제공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현재 100개가 넘는 도시에서 500여개의 업무공간 임대가 이뤄지고 있으며 2016년 국내진출을 시작해 서울 18곳, 부산 2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IPO가 연기되면서 위워크의 몰락이 가속화 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음달 중순쯤이면 위워크의 현금보유고가 바닥나 유동성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올해 초 470억달러(한화 약 55조5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받던 위워크의 회사 가치는 200억 달러(한화 약 23조6000억원)를 밑돌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현지에서는 위워크의 IPO 주간사로 참여했던 골드만삭스가 지분 일부를 처분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대규모 구조조정 소식도 전해졌다. 위워크가 은행 관계자들과 직원 1/3을 해고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인포메이션 등 현지 언론은 위워크가 빠른 시일 안에 2000여명을 해고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위워크의 전체 직원은 1만5000여명 수준이다. 보도내용이 사실이라면 앞으로 3000여명까지 추가 해고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이에 따른 여파로 스타트업계에서는 위워크코리아의 차민근 대표가 사임을 표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구체적인 사임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본사의 경영난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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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위기 직면한 오포, 중국 ‘신 4대 발명’의 추락

중국 공유자전거 기업 오포(ofo)의 파산도 공유경제 업계에서는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오포는 2014년 설립된 공유자전거 기업이다. 베이징대학교 출신 다이웨이가 동문들과 함께 운영을 시작해 수차례 투자유치에 성공하며 확장을 거듭했다. 

2017년에는 시장가치 30억달러(한화 약 3조5000억원)를 돌파하며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올라섰고 중국 전역은 물론, 미국·이탈리아·오스트리아·태국 등으로 영역을 넓혀나갔다. 오포 서비스 이용수준은 전성기 기준 하루 3200만 회에 달하기도 했다. 오포는 한때 중국의 ‘신 4대 발명’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하지만 후발주자들이 생겨나는 가운데, 자전거 고장 건수 증가에 따른 서비스불만이 이어지면서 2018년 1000만명의 사용자들이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오포가 지급해야할 금액은 최소 10억 위안(한화 약 1600억원)으로 추정됐다. 

여기에 투자유치에까지 실패하면서 오포의 경영위기는 가속화됐다. 지난해 말 다이웨이 대표는 직원들에게 보내는 서신을 통해 ‘기업 해산, 파산 신청도 고려했다’는 속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2017년 8월 국내에 설립한 ‘오에프오에스케이 주식회사’가 연계 추진했던 국내 사업도 사실상 무산된 상황이다. 파산을 목전에 둔 오포는 신한카드, KT 등과 함께 기획했던 ‘한국형 공유자전거 서비스 상용화’를 현실화시키지 못하고 철수했다. 

이 같은 공유경제 유니콘들의 몰락은 개별 기업들의 단편적인 사건이 아닌 구조적 현상으로 평가되고 있다. 실제 세계적인 공유차량 플랫폼 우버와 리프트의 주가는 상장 이후 1/3 수준으로 하락했고, 상장을 앞둔 에어비앤비도 올해 1분기에 3억600만달러(한화 약 3600억원)의 손실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유진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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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 한계 직면한 공유경제 기업들

공유경제 기업의 몰락 이유로는 ▲자체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 ▲회계의 불투명성 ▲정부의 규제 등이 지목된다.  

먼저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게 위워크의 사례다. 위워크는 태생적으로 이른바 만기 불일치 현상을 보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오피스 공유업체는 장기로 건물의 일부를 임대하고 고객은 단기로 사무실을 빌리기 때문이다. 실제 위워크의 건물 및 사무실 리스 계획은 평균 15년 단위로 이뤄지지만 고객들의 임차계약은 1.5년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부분의 공유경제 기업들이 직면한 문제기도 하다. 공유경제의 기본 수익 아이디어는 임대서비스다. 공유업체는 집, 자동차 등 장기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확보해 단기 임대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 이 같은 만성적인 만기 불일치는 기업의 안정적인 수익을 방해하는 요소로 지적된다. 

회계의 일관성이 낮다는 점도 공유경제 기업이 해결해야할 문제다. 특히 우버는 점유율 유지비용을 제외한 수익이 자사의 실수익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위워크를 비롯한 다른 공유경제 기업들도 유지비용을 투자로 인식하며 수정된 수익 구조를 대외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자, 세금, 감가상각 등을 제외한 이익의 적자 규모가 실제 늘어나고 있음에도 투자자들에게는 수익을 내고 있는 것처럼 정보가 전달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임의적인 회계처리 이슈가 닷컴버블과 유사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닷컴버블은 인터넷 IT 분야의 급격한 성장으로 지난 1995년부터 2000년 무렵까지 이어진 거품 경제 현상을 말한다. 당시에도 급성장 기업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회계기준을 적용해 시장의 거품을 키웠다. 

일례로 미국 텍사스 지역의 어네지·물류 회사 엔론(Enron)은 매출 1110억 달러(한화 약 131조원)를 이끌어내며 2만명의 직원을 거느렸지만, 2001년 파산을 맞이하면서 자의적인 회계처리로 부실한 재정상태를 은폐해왔던 사실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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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를 운영하는 쏘카의 자회사 VCNC는 이달 초 운영 차량 확대계획을 밝혔다가 정부와 택시업계의 반발로 유보했다.  ⓒ뉴시스

“비용 절감·효율성을 찾기 위한 노력 나서야”

국내에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공유경제 기업들도 유사한 구조적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실제로 대표적인 국내 공유경제 기업인 직방과 쏘카도 실속 없는 매출 증대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직방의 매출은 지난 2015년 120억원에서 2016년 275억원, 2017년 345억원, 2018년 414억원으로 매년 증가했지만 당기순이익은 2016년 12억원, 2017년 11억원, 2018년 17억원으로 큰 변화가 없다.

쏘카의 매출 역시 2014년 147억원에서 2018년 1594억원으로 가파른 성장을 이뤄냈지만 2017년 231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낸데 이어 지난해에도 409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했다. 

쏘카는 자회사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의 운행 차량을 1만대로, 드라이버를 5만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는데, 투자를 통해 규모만 키워가다 무너진 중국의 오포 등의 사례와 비교해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밖에 국내에서는 기존 업계의 반발 등에 따른 정부 규제가 매우 강한 상황이라는 변수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에는 특히 플랫폼 노동자들의 권리 인정 이슈가 부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지난달 18일 공유경제 업체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정직원으로 인정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로 우버 같은 기업이 5억 달러(한화 약 5900억원)의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우버, 리프트, 위워크 등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해 상장했던 공유경제 업체들에게 시련이 찾아왔다”라며 “이들 업체들의 성공은 창의적인 비용 절감과 그에 따른 자산의 효율성 향상에서 시작됐지만 몰락은 자체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와 규제에 따른  비용 증가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들 업체들이 실패했다고 단정짓기는 이르다”면서도 “그러나 투자자들은 적자 공유 경제 기업들의 성장 스토리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했다. 공유 경제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도 좋지만 실질적인 비용 절감과 효율성을 찾기 위한 노력이 더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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