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규 기자의 젠더 프리즘] ‘아동음란물 유통’ 미국 20년형-한국 1년6개월…솜방망이 처벌 논란
[김태규 기자의 젠더 프리즘] ‘아동음란물 유통’ 미국 20년형-한국 1년6개월…솜방망이 처벌 논란
  • 김태규 기자
  • 승인 2019.10.22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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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조수사결과 발표 이후 변경된 아동음란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elcome to Video)’ 접속화면. 사진제공 = 경찰청
공조수사결과 발표 이후 변경된 아동음란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elcome to Video)’ 접속화면. <사진제공 = 경찰청>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지난 16일 미국, 영국, 독일 등 31개국과 공조해 ‘다크웹’에 개설된 아동음란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elcome to Video)' 운영자 손모(23)씨를 체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손씨 외에도 국제공조를 통해 32개국에서 310명이 검거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크웹은 IP 추적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인터넷망으로, 여기서는 음란물 공유, 무기 및 마약 거래 등 수많은 범죄들이 발생합니다.

손씨가 운영한 이 사이트는 전 세계 128만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었으며, 이를 통해 유통된 아동음란물은 22만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사이트에는 약 8TB의 아동음란물이 올라와 있었으며 이중 45%는 이 사이트를 통해 최초 유포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이번에 검거된 이 사이트 이용자 310명 중 223명이 한국인인 것으로 밝혀져 더 충격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더 경악스러운 것은, 미 법무부에 따르면 이 사이트에서 거래된 아동음란물은 영·유아(infants, toddlers, children)를 대상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손씨는 비트코인으로 아동음란물을 거래하는 이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약 4억원(315비트코인)을 챙겼습니다.

손씨에게는 2심에서 고작 징역 1년6개월이 선고됐습니다. 이마저도 1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됐다가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혀 선고된 것입니다.

미 법무부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피의자들의 실명과 형량을 밝혔습니다.

아동을 성폭행·성추행하고 촬영해 이 사이트에 영상을 공유한 영국인은 징역 22년을 선고받았으며, 이 사이트에서 아동음란물을 다운로드해 소지하고 돈세탁을 한 40대 미국인에게는 징역 15년형이 내려졌습니다.

또 이 사이트에서 다운로드·접속시청 각 1회씩을 한 미국 텍사스주의 전직 국토안보부 수사요원에게는 징역 70개월, 보호관찰 10년형과 함께 피해자 7명에게 3만5000달러 배상이 선고됐습니다.

사진출처 = 미 법무부 홈페이지 캡처
<사진출처 = 미(美) 법무부 홈페이지 캡처>

해외 사례와 비교해 턱없이 낮은 형량

단 한 차례 아동음란물을 다운로드하고 접속시청을 한 경우에도 징역 70개월을 선고한 미국과 손씨에게 내려진 판결은 형량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현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제작·수입 또는 수출한 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며, 영리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판매·대여·배포·제공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소지·운반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또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배포·제공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아동음란물 관련 최고 형량은 무기징역이지만, 실제로 중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4월 발표한 ‘2017년도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발생추세와 동향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7년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자에 대한 최종심 평균 형량은 ▲강간 징역 5년 2월 ▲유사강간 징역 4년 2월 ▲강제추행 징역 2년 6월 ▲성매매 강요 2년 11월 ▲성매매 알선 2년 10월 ▲성매수 1년 7월 ▲음란물 제작 등 징역 2년 ▲아동 성학대 징역 1년 4개월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외국의 형량과 비교할 때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미국의 경우 아동음란물 제작은 최소 15년, 최대 30년의 징역에 처해지며 이를 유통할 경우 최소 5년, 최대 20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습니다. 재범일 경우에는 가중처벌이 됩니다.

사진출처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사진출처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국제적 사법 망신’…처벌 강화 국민청원도

아동음란물 거래 사이트를 운영한 손씨에게 고작 징역 1년 6개월이 내려진 것이 알려지자 손씨를 엄벌해야 한다는 국민청원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1일 청와대 국민철원 게시판에 올라온 ‘아동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한 손모시와 사이트 이용자들의 합당한 처벌을 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청원자는 “미국에서는 영상을 1번 다운로드 한 사람이 15년형을 선고 받았는데, 한국에서는 사이트 운영자가 고작 18개월형을 선고받았다”며 “반인륜적 범죄가 어째서 한국에서는 ‘별 것 아닌’ 것처럼 여겨지며 범죄자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가”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조두순 사건 이후 변한 게 무엇인지 묻고 싶다. 우리 아이들이 살고 있는 나라가 너무나도 위험하고 파렴치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손씨 및 이용자 실명·사진 공개 ▲손씨 및 이용자들에 대한 합당한 처벌 등을 요구했습니다.

해외의 처벌 사례와 직접적으로 비교되는 이번 사건은 ‘국제적 사법 망신’이라는 비난도 일고 있습니다. 이제 걸음마를 배우고 있는 아동을 성적 대상화하고 이를 이용해 금전적 이익을 얻으려고 한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처벌이 너무 낮다는 것입니다.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아동 대상 성범죄 가해자에게는 ‘선처’가 있어서는 안 됩니다. 더욱 강력하게 처벌하고 경각심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만큼 사법부에서 ‘합당한’ 처벌이 내려질 수 있도록 엄히 판단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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