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운용 157개 펀드, 1조5587억원 환매중단
투자금 회수 장기화, 투자자 4096명 피해 예상
금감원 “운용사 실수...유동성 전수조사 실시”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이달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국제금융센터(IFC 서울)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뉴시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이달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국제금융센터(IFC 서울)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뉴시스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라임자산운용의 잇따른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당초 규모보다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은행권의 DLF 사태와 같이 대규모 투자자 피해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사모펀드(해지펀드) 업계 1위인 라임자산운용이 운영 중인 모(母)펀드 재간접 형태로 투자된 펀드가 잇따라 환매 중단이 결정되면서 촉발됐다. 환매중단을 결정했다는 것은 운용하는 펀드 수익률에 문제가 생겨 투자자들에게 돈을 못 돌려준다는 뜻이다.

예상 뛰어 넘은 환매중단 규모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환매 중단이 가능한 펀드를 157개, 금액을 1조5587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당초 예상액을 뛰어 넘는 규모다. 앞서 라임자산운용은 사모 회사채에 투자하는 ‘플루토 FI D-1호’와 코스닥 기업의 CB·BW 등 메자닌에 투자하는 ‘테티스 2호’, 해외 무역금융펀드에 투자한 ‘플루토-TF 1호’(무역금융펀드)에 재간접 형식으로 투자된 펀드에 대해 환매를 중단했다.

라임자산운용은 지난 1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환대 중단 가능한 자펀드가 149개, 환매 중단 가능 금액 또한 1조1600억에서 1조3400억원 수준으로 내다봤다.

대상 펀드 수 차이는 일부 만기도래 펀드를 제외(4개)하는 통계 오류 등에 기인했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구조는 다소 복잡한 편이다. 유통시장에서 손쉽게 팔 수 있는 주식과 달리 라임은 코스닥 기업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자산 투자를 급격히 늘려왔다. 이런 사모채권에 직접 투자한 펀드는 기초자산을 즉각적으로 매매할 수 없어 사실상 환매가 쉽지 않다.

라임자산운용은 이 같은 매자닌 펀드의 단점을 해소하기 위해 CB 등 사모채권이 편입된 모펀드에 다시 투자하는 여러 재간접 펀드를 붙여 유동성을 보강한 환매형 메자닌 펀드를 만들어 판매해왔다. 이번에 환매중단이 결정된 펀드도 환매가 허용된 개방형 자(子)펀드였다.

금융업계에서는 CB와 BW의 경우 대부분 코스닥 기업이 발행한 것들로 코스닥 시장의 전반적인 약세와 운용과정에서 자산 유동화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환매 중단 사태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라임이 메자닌 펀드 대부분을 폐쇄형이 아닌 개방형으로 운용해온 것을 우려 요인으로 봤다. 통상 CB는 환매에 대응하기 쉽지 않아 대부분 폐쇄형으로 운용됐는데 개방형 메자닌 펀드의 경우 대량 환매가 쏟아질 경우 사실상 펀드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위험성 안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도 현 사태와 관련해 “코스닥 주가 약세로 운용 중인 메자닌 펀드 수익률이 악화됐고 주식전환을 통한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졌다”며 “개방형 펀드의 상환 청구 증가와 폐쇄형 펀드의 만기 도래로 급격하게 상황이 악화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금감원의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성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은 환매 중단 사유에 대해 “비유동성 장기 자산에 투자함에도 개방형 또는 단기 폐쇄형 펀드로 투자자금을 모집했다”며 “라임은 다수펀드 자금(자펀드)을 소수 특정펀드(모펀드)에 집중·운용해 모펀드에서 발생한 유동성 부족 현상이 다수 자펀드로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이 같은 환매중단 사태에 따른 투자자 피해여부다. 라임자산운용 측은 대체투자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화로 상환에 대응할 경우 발생할 환매투자자와 잔존투자자 간 형평성 침해, 주가 및 투자심리 악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환매 및 상환 연기가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뉴시스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뉴시스

투자자 피해 불가피, 사모펀드 시장 불신 확산

하지만 사실상 투자자금 회수가 어려운 만큼 투자자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 펀드가 편입하고 있는 비유동성 자산의 자금 회수여부에 따라 투자자 피해여부가 확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투자자금 회수에 장기간이 소용될 것으로 예상돼 이로 인한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까지 환매가 중단되거나, 중단될 우려가 있는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수는 4096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개인 투자자는 360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현실화 우려와 함께 이번 사태로 사모펀드 시장과 운용에 대한 신뢰도 타격도 크다. 특히 라임자산운용의 경우 앞서 파킹거래, 수익돌려막기 의혹 등이 제기된 바 있다. 금감원은 지난 8월 21일부터 2일까지 이에 대한 대대적인 현장 검사를 벌였다. 라임운용에 대한 제재는 내년께 이뤄질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판매사들은 이번 사태 이후 사모펀드 운용사를 상대로 자료 요구 등에 나서고 있는 등 운용사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금감원은 라임운용과 비슷한 투자를 진행하는 운용사에 대해 유동성 점검에 착수했지만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 사태는 고위험 금융상품이자 대규모 투자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에서 시중은행이 판매한 해외금리연계 파생상품 ‘DLF 사태’와 비교되고 있다.

다만 투자형태와 발생 배경에 차이를 보이고 있다. DLF는 조건에 따라 파생결합증권에 투자하는 것으로 실제자산이 펀드에 편입되는 사모펀드 운영 구조와 차이가 있다. 게다가 DLF 사태의 경우 판매자의 불완전판매 여부가 쟁점인 반면 라임자산운용의 경우 운용상 실수가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하지만 현재 금융 시장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것과 위험을 감수하고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 환경이 만들어낸 사태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작년 11월 자본시장 혁신과제 추진 방향을 제시하면서 사모발행 규제 완화 등을 핵심 내용으로 담는 등 사모펀드 활성화 방안을 추진해왔다.

이렇다 보니 국회 국정감사에서 DLF 사태와 마찬가지로 라임자산운용 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관리 소홀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 대한 대책에 대해 추궁 당했다. 금융당국은 금융사 내부통제 강화를 유도하는 한편 유동성에 문제가 있는 자산운용사에 점검해 퇴출 등도 모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은 위원장은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 대해) 전반적으로 조사하고 있고, 자본잠식이라든지 요건이 맞지 않는 회사는 법에 따라 정리가 필요하면 할 것”이라면서 “사모펀드 진입장벽을 낮추는 일은 없을 것이지만 강화하겠다고도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금융사 내부통제가 강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함께 출석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유동성 리스크 부분 등에서 자산운용사가 실수했다고 파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윤 금감원장은 자산운용사 유동성 우려에 대해 “전수 조사를 할 것이고, 이미 진행 중인 부분도 있다”며 “시장 퇴출 문제는 금융위와 협의해 절차에 따라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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