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전형 합격자 발표 후, 불만 터져 나온 SNS
가산점 빌미로 아이디어 요구, 불필요한 부담 지워

ⓒ제주항공 인스타그램 캡쳐
ⓒ제주항공 인스타그램 캡쳐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대대적인 하반기 채용에 나선 제주항공이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을의 위치에 있는 객실승무원 취업준비생들에게 가산점을 빌미로 마케팅 아이디어를 요구하면서 정작 채용심사에 제대로 적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객실승무원을 포함한 제주항공의 대대적인 채용접수는 지난달 17일부터 시작해 30일 마무리 됐다. 서류전형 합격자 발표는 이달 15일 이뤄졌다. 하지만 채용 과정을 두고 최근 제주항공 공식 SNS에는갑질 및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는 댓글들이 올라왔다. 채용지원자라고 밝힌 다수의 누리꾼들은 상당한 시간을 들여 제주항공이 제시한 우대조건을 맞췄지만 전혀 반영이 안됐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제주항공 채용에 참여했던 취준생들은 가산점을 빌미로한 항공사의 갑질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항공사가 우대사항으로 제시한 상담카드를 받기 위해서는 채용박람회에 참석해 아이디어카드를 제출해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취준생들의 아이디어 갈취가 이뤄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제주항공 인스타그램에 댓글을 남긴 한 채용 지원자는 “김포공항에서 몇 시간씩 줄서서 억지로 아이디어 뽑아먹고 가점 주는 척 즐거우셨나”라며 “지원자들이 왜 지금 화가났는 지에 대해서는 공감이나 이해도 못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다른 지원자도 “온갖 승무원 준비생들의 아이디어와 노력은 모두 제주항공의 홍보와 마케팅으로 가져가고 싶으시고 막상 뽑기는 싫으신가”라며 “채용설명회 진행한 항공과 학생들만 뽑고 싶으신가. 오피셜로 가산점 얘기 다 해놔서 바쁜 승무원 준비생들 전국으로 국민체력 다 보게 만들고 상담카드라는 명목으로 채용 설명회 때 5시간 기다려서 아이디어 갈취해 가놓고 제주항공 이미지 챙기려고 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이밖에도 제주항공 취준생들은 항공사가 ‘공정채용’이라며 우대사항으로 제시한 조건들은 취준생들로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드는 것들이지만, 정작 채용에는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취준생들은 공유된 접수번호와 온라인 커뮤니티, SNS, 카카오톡방 등에서 교류되는 후기를 토대로 8000여명 가까이 채용에 참여해 200여명이 서류전형에 합격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항공사가 채용박람회 참석자에게 발급하는 상담카드와 국민체력100 등의 우대조건을 제시해놓고 정작 서류전형 합격에는 해당 서류가 없는 지원자들이 더 많이 합격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또 다른 제주항공 지원자는 “국민체육 검증과 우대카드 없는 분들이 서류합격 됐다는 게 기만당한 느낌이 든다. 또 기존 합격인원 배수보다 상향해서 합격자를 선발했다는데 전혀 아닌 걸로 알고 있다”라며 “대체 이번 채용이 어떻게 이뤄지는 건지 정말 모르겠다. 가면 갈수록 실망만 더 커져서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번 채용이 취준생들의 입방아에 오르자 제주항공 인사팀은 공식 SNS에 입장문을 내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채용이 진행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제주항공은 입장문을 통해 “최근 발표된 서류 전형 결과에 대해 저희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받아들여져, 실망했던 지원자 분들께 조금이나마 저희의 진심 어린 부분을 말씀 드리고 싶다”라며 “제주항공을 비롯한 항공업계 전반적으로 내·외부 시장환경의 변화 및 보잉 737-MAX 이슈에 따른 기단 도입계획의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신규채용을 진행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기업의 사회적 의무를 다하기 위해, 고민 끝에 채용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예년보다 적은 인원이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철저한 채용절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입사지원서에 증명사진 제출을 없애고 체력검정 시 외부기관을 활용해 공정성을 확보했다”라며 “공정한 채용을 위해 고민하고 기획하던 부분들이 하반기 제주항공 채용만을 바라보고 준비하신 지원자 분들의 노력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오해하고 상처받지 않으셨으면 한다. 개선해야 할 내용들에 대해 지원자 분들의 입장에서 좀 더 고민하여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제주항공 관계자 역시 “현재 알려진 서류합격자 수는 추측된 것이다. 항공사에서는 공개한 것이 없다. 총 채용계획은 100명 정도 인데, 객실승무원을 포함해 각 부서별로 몇 명을 뽑을지는 공개하지 않았다”라며 “우대조건은 말 그대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지만, 다른 지원자들이 더 괜찮은 평가를 받는다면 합격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디이어카드 요구에 대해서는 “항공사에서는 더 좋은 평가를 내리기 위한 방법이었다. 블라인드 채용을 진행하며 지원자들의 능력을 판단하기 위한 근거들 중 하나라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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