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클레어 루이스 지음/ 김경숙 옮김/ 152mm x 225mm/ 1만2000원/ 레인보우 퍼블릭 북스

“활발한 저술 활동과 더불어 생생하고 입체적인 서술적 표현, 위트와 유머, 새로운 유형의 인물 구성 등에 대한 창작 능력”- 1930년 스웨덴 한림원이 공개한 노벨 문학상 선정 동기

“꽤 기발한 내용의 이 책은 내용상의 구상과 등장인물 묘사에 있어서 일반적인 소설과는 그 궤를 달리한다. 찰스 디킨스와 비교할 만하다.”- 더 뉴욕 타임즈

【투데이신문 김지현 기자】 미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싱클레어 루이스의 작품 <우리의 미스터 렌>이 출간됐다.

이 책에는 언제나 직장 상사에게 깨지며(?) 복수할 날 만을 꿈꾸는 평범한 회사원인 미스터 렌이 등장한다. 그는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오래 꿈꿔오던 여행을 떠날 기회가 우연히 찾아와 낯선 곳에서 친구들을 사귀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한층 더 성숙해져 돌아온다.

때로는 “우리의 미스터 렌”으로, 때로는 사나운 “빌 렌”으로 시시각각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미스터 렌은 어쩌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날 밤 다른 승객들이 코를 골며 잠에 빠져있을 동안 캔버스 천으로 만들어진 등받이가 없는 의자에 소심하게 앉아 차가운 파란색 천으로 짜인 바다를 흡족한 듯 바라보며 밤을 지새웠다. 바다는 등대가 비추거나 배들이 지나갈 때마다 황금색 실타래로 가득 찼다. 새벽녘이 되자 미스터 렌은 지치고 눈이 쓰라렸지만 범람해오는 여명을 기분 좋게 바라보았다. -62p

그는 사랑에 빠진 사람의 구슬픈 염원을 쓰고 지우길 반복하다가 편지지를 찢어 버렸다. 그것은 히말라야 삼나무들 사이에서, 바이킹들의 배에서, 그리고 프로방스의 달빛 비치는 뜰에서 울려 퍼지던 애수였다. -214p

인생은 차오르는 용기로 원하는 것을 추구하는 장밋빛의 무언가였다. -112p

이 책의 저자인 싱클레어 루이스는 미국의 자만심과 허영을 비꼬는 풍자적인 작품을 써 대중적인 인기와 함께 미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여 받기도 했다.

다른 작품들과 달리 이 책은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기 전에 쓴 초기 작품이다. 특유의 위트 넘치는 문체로 출간 당시에는 문단의 호평을 받았지만, 당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는 아니었다. 이후 ‘코스모폴리탄’ 등 인기 잡지에 꾸준히 글을 기고하면서 서서히 이름이 알려지고, 1920년 그의 역작으로 평가받는 “메인 스트리트”로 인해 본격적으로 작가로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1930년 노벨 문학상을 미국인 최초로 수여 받으면서 부와 명예를 얻었으나 두 번의 이혼과 알코올 중독에 시달리며 의사인 아버지와의 불화 등으로 매우 불운한 삶을 살았다. 말년에는 해외에서 삶을 전전하다 1951년 로마에서 알코올 중독에 인한 심장마비로 쓸쓸히 생을 마감한다.

이 같이 불운했던 그의 삶과는 대조적으로 그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소심하지만 성실하고 유쾌하며 낙천적인 캐릭터로 묘사되곤 한다.

총 20장으로 이뤄진 “우리의 미스터 렌”은 한편의 유쾌한 단막극을 보듯 잔잔하게 내용이 흘러가면서도 주인공 앞에 어떤 일이 펼쳐질지 전혀 예측이 불가한 전개를 가진다.

좌충우돌하며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삶을 개척해 나가는 미스터 렌을 보노라면 슬쩍 미소가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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