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11월 6일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생명과 평화의 일꾼 고(故) 백남기 농민 민주사회장 금남로 노제’가 열린 가운데 운구차량이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지난 2016년 11월 6일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생명과 평화의 일꾼 고(故) 백남기 농민 민주사회장 금남로 노제’가 열린 가운데 운구차량이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지난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뒤 숨진 농민 고(故) 백남기씨의 유족들이 서울대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법원이 5400만원 배상과 함께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부장판사 심재남)는 지난 21일 백씨 유족이 서울대병원과 당시 주치의 백선하 교수를 상대로 낸 1억3500만원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서울대병원과 백 교수가 공동으로 4500만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아울러 서울대병원 측에는 백씨 사망 정보를 경찰에 누설한 책임에 대해 유족에게 900만원을 지급하라고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서울대병원과 백 교수는 백씨 유족에게 총 54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

백씨는 지난 2015년 11월 1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했다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쓰러져 의식불명이 됐다. 백씨는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이듬해 9월 25일 숨을 거뒀다.

당시 백 교수는 백씨의 사망진단서에 사인을 외부 충격으로 인한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기재해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2017년 6월 서울대병원은 병원 의료윤리위원회의 수정 권고를 받아들여 백씨의 사인을 외인사로 수정했다.

이에 백씨 유족은 “사인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이 증폭됐고 한 달이나 고인의 장례를 치르지 못해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이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백 교수가 레지던트에게 사망의 종류를 ‘병사’로, 직접 사인을 ‘심폐정지’로 기재토록 한 행위는 의사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서울대병원은 이에 대한 사용자 책임을 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인은 경찰의 직사살수로 쓰러진 뒤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숨져 사망의 종류를 ‘외인사’로 기재함이 타당하다”면서 “직접사인으로 기재한 ‘심폐정지’는 사망의 증세이지 사망의 원인이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국민은 자신에 관한 정보에 대해 자기결정권과 사적 영역의 비밀을 요구할 권리를 갖는다”며 서울대병원 소속 의료진이 백씨의 의료정보를 누설한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송 당사자들이 법원의 화해권고결정을 전달받은 때로부터 2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경우 법원의 결정은 그대로 확정돼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백씨 유족 측은 “진단서의 기재는 통상 의사의 재량이 넓게 인정되는 영역임에도 위법성을 인정하는 취지로 화해권고 결정을 한 것은 의미 있는 결과”라며 결정을 받아들였다.

서울대병원과 백 교수 측은 아직 화해권고결정 수용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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