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적인 영화 속 서양음악 이야기 자연스럽게 녹여내
‘엑소시스트’ 배경음악 첼로 협주곡, 가장 애착가는 곡
인상 깊은 장면에 사용된 클래식, 더욱 가까워질 계기
강연 등 통해 올바른 클래식 음악 알리기 이어갈 계획

【투데이신문 박수빈 기자】 일반적으로 영화감상을 하는 관객들은 등장인물과 스토리에 집중을 하곤 한다. 영화가 펼쳐나갈 스토리를 예측하며 집중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집중해서 본 영화들은 인상 깊은 장면 하나쯤은 기억에 남기 마련이다. 아마 등장인물과 스토리는 영화감상의 가장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하지만 영화감상에 있어 등장인물과 스토리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가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영화에 삽입된 ‘배경음악’이다. 각 장면에 삽입된 음악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감정을 더 이입하게 하고 이로 인해 잊지 못할 인상을 남기기 때문이다. 배경음악이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갔던 배경음악은 앞으로 진행될 스토리를 암시하는 복선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감정이입만을 위해 삽입된 것이 아니라 영화의 스토리까지 고려해 배경음악을 선정하고 이에 맞는 음악을 삽입한 것이다. 영화에는 주로 어떤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삽입될까.

음악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대중과 꾸준히 소통하기로 유명한 ‘김태용’은 영화와 클래식 음악은 높은 연관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영화에 삽입된 배경음악은 클래식계의 대가들의 작품이 많다고 덧붙인다. 사실 클래식 음악은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고 느껴지는 분야중 하나이기도 하다. 칼럼과 강연, SNS 등을 통해 대중과 소통, 클래식 음악을 알기 쉽게 설명해 그 매력을 알리고 있는 김태용은 클래식 음악은 조금의 관심만 갖는다면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다고 전한다.

그는 최근 출간된 ‘영화관에 간 클래식’의 저자이기도 하다. 책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영화에 배경음악으로 삽입된 클래식 음악을 소개한다. 영화의 스토리와 클래식 음악 이야기를 함께 풀어내 더욱 인상 깊게 다가오기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저자 김태용을 만나 영화와 클래식 음악에 대해 들어봤다.

Q.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집에서 육아를 담당하며 틈틈이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글을 쓴다. 음악을 결과적으로 판단하는 이성적인 평론보다는 음악 감상을 위해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주제를 다룬다. 음악의 역사나 아주 기본적인 이론 같은 거 말이다. 이는 음악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적이면서 총체적인 음악 지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대중들에게 클래식 음악은 진입장벽이 높다. 그래서 요즘 SNS를 통해 길지 않으면서 누구나 편하게 접근할 수 있고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만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 ‘모차르트의 천재성 이면에 감춰진 그의 진짜 모습’을 주제로 아마데우스의 엽기적인 음악을 소개하기도 한다. 이렇게 올린 글의 반응을 보며 대중과 직접 소통하고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동향을 파악한다. 또 강연을 통해 대중들을 직접 만나 클래식 음악의 진짜 매력을 널리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Q. 책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린다.

영화 속에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는 책이다. 전면에 내세운 영화는 22편이지만 내용으로 들어가 보면 그보다 더 많은 영화들을 소개하고 있다. 무엇보다 배경음악으로 삽입된 클래식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의 각 장면에 삽입된 클래식 음악에 대한 배경과 왜 그 장면에서 음악이 삽입됐는지 등 상세하게 풀었다. 아마 읽다보면 봤던 영화를 또다시 보게 되는 마법 같은 일이 생길 것이다.

Q. 영화와 클래식 음악을 연결시킨 것이 흥미롭다.

이미 시중에는 내 책과 유사한 책이 몇 권 출간돼 있다. 나에게 있어서도 사실 새로울 주제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주제를 들춘 이유는 최신 트렌드에 맞는 흥행영화를 통해 다양한 계층과 공감하고 싶어서이다. 단순히 클래식 음악만이라면 많은 대중들을 만족시키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적 영화를 통해 서양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녹여낸다면 얘기는 다를 거라 생각했다. 영화와 음악을 모두 만족시키고 싶었기 때문에 영화 ‘아마데우스’, ‘파가니니: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카핑 베토벤’ 등과 같은 클래식음악만을 위한 영화는 애당초 배제시켰다.

Q. 독자가 영화와 클래식 음악이라는 주제에 어떻게 가다가면 좋을까.

아마 대부분 음악이 좋아서 영화가 괜찮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영화의 비중은 당연히 그 영화의 주제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이번에 다룬 영화들에는 주로 명장면에 클래식 음악이 많이 삽입돼 있어 다루기가 한결 수월했다. 인상 깊은 장면들에서 사용된 음악들이라 클래식 음악과 쉽게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 책에 들어간 영화들은 다들 알만한 영화들이다. 처음 접한 영화가 있다면 책을 먼저 보고 관람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또 책을 보고 나면 다시 영화를 보며 그 음악이 어디에 사용되었는지 찾아보는 즐거움도 있을 거라 생각된다. 

Q. 책에 수록된 영화는 어떤 기준으로 선별되었는가.

집필 시작부터 특별한 기준을 두고 선별한 것은 아니다. 우선 기존 다른 책들에서 다루지 않았던 영화 속 클래식과 현재로부터 가까운 흥행작들에서 찾아야 했던 게 첫 번째였다. 그러다 보니 생각보다 다룰 수 있는 영화들이 많지 않았다. 여러 다양한 영화들에서 클래식 음악이 쓰였지만 영화와 음악의 상관관계를 두고 상당한 고민을 했다. 무조건 클래식 음악이 쓰였다고 해도 집필을 위한 의미부여와 동기가 충족되지 않으면 다룰 수 없으니까. 또 대중에게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려는 목적성을 가진 책이기에 레퍼토리 선정에도 신중해야 했다. 이런 나름대로의 요건들을 가지고 쓰다 보니 책의 목차를 위해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다 쓰고 보니 균형 있으면서도 적당한 테마로 나눌 수 있다는 걸 발견했다. 또 클래식 음악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주옥같은 작품만 모여 있었다.

Q. 장마다 추천 음반도 함께 서술했다.

각 장에서 다룬 음악이다. 영화를 통해 어떤 음악이 사용되었는지 확인하는 선에서 끝난다면 그 음악의 진짜 가치를 전달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영화를 통해 친숙해진 음악들이니 이를 발판 삼아 제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음악 감상을 도와드릴 수 있으면 하는 바람에서 각 장 끝에 음반과 음악을 정리해 놓았다. 영화에서는 부분적으로 들려오니 음악 전체의 느낌을 알기 힘들다. 진짜 오리지널 음악을 감상해 그 매력을 느꼈으면 좋겠다. 클래식 음악을 잘 모르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난감해 하는 거 같다. 그런 분들을 위해 주로 인터넷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으로 추려보았다.

Q. 책에서 소개한 영화에 삽입된 클래식 음악중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음악이 있는가.

특별한 음악이 있어 소개하고 싶다. 좋아한다기보다 책을 집필하면서 아마 가장 많이 들었던 음악이 아닐까 싶다. 여전히 귓가에 맴돌 정도로 각인되어 있는 작품이다. 바로 공포물 레전드인 ‘엑소시스트’의 배경음악이다. 공포스러운 장면을 묘사하기 위해 사용된 소리들이 다름 아닌 클래식 음악이다. 놀랍게도 영화에 쓰인 음악들이 거의 현대 클래식 음악 거장들이 쓴 작품들이다. 그중 개인적으로는 폴란드의 현대음악 작곡가인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의 첼로 협주곡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의 첼로 협주곡은 모두 2곡이 있는데 영화에서 부분적으로 발췌해 간헐적으로 쓰여 2곡 중 어떤 것을 사용했는지 찾기 어렵다. 그래서 그의 작품 파트를 파악하고 구분하려고 거의 6시간 동안 반복적으로 들어야 했다. 음악을 들어보면 아시겠지만 영화의 장면이 떠올라 처음에는 끔찍할 수 있다. 나도 그랬으니 말이다. 그래도 집필하면서 대가의 작품이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고 듣게 되니 익숙해졌고 지금은 그의 첼로 협주곡이 아름답기까지 하다. 독자들이 나를 믿고 그의 음악을 꼭 감상해보길 바란다(웃음).

Q.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현재 베토벤 교향곡을 주제로 열심히 집필 중이다. 작년부터 쓰기 시작했는데 완성까지 시간이 꽤 걸릴 듯하다. 시간이 늦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역시 대중성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베토벤의 교향곡들이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기는 해도 감상을 위해 쉽게 풀어쓰는 일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지금도 여전히 딜레마에 빠져 있기까지 하다. 너무 깊은 내용을 쓸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너무 쉽게 가면 작품의 가치를 정확히 전달하기 어려우니 말이다. 그 사이에서 여전히 고민하며 타협하는 과정에 있다. 그 결과가 대중 앞에 나오는 날을 고대하며 매진할 생각이다. 또한 글을 쓰는 것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대중들을 위한 강연을 통해 대중과 꾸준히 소통하고 올바른 클래식 음악 알리기를 이어갈 계획이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영화관에 간 클래식’은 영화애호가와 음악애호가 모두를 위한 책이다. 이미 봤어도 충분히 다시 볼 만한 이유와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봤던 영화를 다시 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라고 하면 좋을까. 이미 개봉한지 시간이 지난 영화지만 책과 함께 음악도 찾아보며 영화의 색다른 묘미를 다시금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을 거라 여긴다. 많이 사랑해 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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