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추가 쟁송 없다’ 2011년 합의문 공개…“LG 약속 어겨”
LG화학, “현재 소송 합의한 특허와 달라...SK이노 억지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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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 특허 침해 소송전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양사가 과거 분쟁과정에서 맺은 합의사항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이 과거 약속을 깨고 소송을 벌이고 있다고 공세를 펼친 반면 LG화학은 별개의 특허라며 맞섰다. 누구 말이 맞느냐에 따라 기업에 대한 신뢰도 뿐 아니라 길어지고 있는 양사 간 배터리 분쟁의 결과까지 갈릴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ITC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29일 LG화학이 지난 9월 말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조사를 개시했다.

앞서 LG화학이 지난 9월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2차전지 핵심소재인 분리막 SRS® 미국특허 3건, 양극재 미국특허 2건 등 총 5건을 침해받았다고 ICT에 제소했다. 같은 달 초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구조 안정화 방식과 관련한 특허가 침해됐다고 제기한 소송에 대한 맞대응 차원의 조치였다.

양사 간 분쟁은 지난 4월 LG화학이 인력 및 영업비밀 탈취 혐의로 SK이노베이션을 ITC에 제소하면서 본격화됐다. 해당 제소 건은 지난 5월 말부터 조사가 시작, 내년 하반기쯤에나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양사 간 갈등이 지속되면서 ICT 등을 둘러싼 소송과 맞소송을 이어가고 있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과 과거 특허 소송 과정에서 맺었던 ‘합의문’을 공개하면서 LG화학의 소제기 자격 논란이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했다. LG화학이 과거 같은 문제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겼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8일 “LG화학이 시작한 배터리 사업과 관련한 분쟁이 계속되고 있고 급기야 두 회사의 과거 분쟁 시 ‘추가 쟁송을 안한다’라고 합의한 특허로 미국 ITC 등에 소송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지난 2014년 10월 LG화학과 맺은 합의문을 공개했다.

양사는 지난 2011년에도 LG화학이 분리막 세라믹 코팅 기술에 대한 특허침해를 문제 삼으며 소송전을 벌인 바 있다. 하지만 특허기관 1,2심 법원은 SK이노베이션의 손을 들어줬고 지난 2014년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양사는 전격 합의, 소송전을 매듭졌다.

SK이노베이션이 공개한 지난 2014년 LG화학과 맺은 합의서 내용

이번에 SK 측이 공개한 합의서를 보면 두 회사는 2011년 이후 계속된 세라믹 코팅 분리막에 관한 등록 제775310호 특허와 관련된 모든 소송 및 분쟁을 종결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합의서 4번항에서 ‘LG와 SK는 대상특허와 관련해 향후 직접 또는 계열회사를 통해 국내/국외에서 상호간에 특허침해 금지나 손해배상의 청구, 또는 특허 무효를 주장하는 쟁송을 하지 않기로 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또 해당 합의는 10년간 유효하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2차 소송에서 제기한 미국특허 517은 지난 2014년 합의서에 나오는 한국에 등록된 특허인 310과 같은 특허로 LG화학이 과거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허분쟁이 시작되면서 지속적으로 SK이노베이션 측은 2011년 분쟁 당시 LG 측이 합의를 제안해 와 대기업간 소송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감안해 전향적으로 합의해 줬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LG화학 태도를 비판해왔다.

급기야 지난 22일 SK이노베이션은 과거 합의를 파기했다며 지난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LG화학을 상대로 국내 법원에 소 취하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LG화학 측은 당시 합의가 한국 특허에 한정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도리어 SK측이 억지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역공을 펼쳤다.

LG화학은 “공개한 합의서에서 확인 가능하듯이 당시 양사가 합의한 대상특허는 ‘한국특허 등록 제775310’이라는 특정 한국특허 번호에 ‘관련한’ 것”이라며 “합의서 그 어디에도 ‘한국특허 등록 제 775310에 대응하는 해외특허까지 포함한다’는 문구가 없다”고 밝혔다.

합의문의 특허와 미국 특허는 등록 국가가 다르고 권리범위에 차이가 있는 별개의 것으로 현재 진행 중인 특허침해 소송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어 LG화학은 “결론적으로 경쟁사는 현재 특허 제도의 취지나 법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합의서 내용마저 재차 본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억지주장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사의 상반된 주장에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발명의 내용과 권리 범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져 부제소 합의 파기 여부를 쉽게 단정 짓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SK이노베이션 측 주장이 받아들여지게 되면 현재 미국에서 진행되는 ICT 소송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 이에 법원이 특허 동일 여부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 공방전의 향방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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