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섭 지음/252쪽/145*210mm/1만5000원/인물과사상사

ⓒ인물과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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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대리사회> 등 전작을 통해 한국사회를 진단해 온 김민섭 작가가 스스로를 ‘경계인’으로 규정하며 신간 <경계인의 시선>을 펴냈다.

김 작가는 대학에서 대학원생이나 시간강사로 있으면서 중심부도 주변부도 아닌 완전한 경계에 자리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교수도 아니고 학생도 아니며 노동자나 사회인으로 여기기에도 어려운 경계인이었다는 것이다.

경계인으로 자리하면서 ‘나는 지금 여기에서 무엇으로 존재하고 있는가’하는 물음에 도달한 김 작가는 자신과 닮은 타인의 삶을 살피고, 나아가 자신을 둘러싼 구조가 가진 균열을 발견하게 됐다.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일한 김 작가는 먼저 대학의 부당한 구조를 고발한다. 학교에서 근로장학생이나 조교라는 이름의 행정노동자로 존재하는 학생들은 임금을 제대로 지급받기가 매우 어렵다. 대신 등록금의 일부가 감며뇌거나 근로장학금 명목으로 돈을 받는다. 최저시급, 주휴수당, 4대보험, 퇴직금 등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사회적 안전만은 무시된다. 법망의 빈틈을 이용해 ‘편법’으로 착취하는 것이다. 때문에 학생들은 노동을 제공하면서도 노동자로 존재하지 못한다. 그렇게 학생으로도, 노동자로도 바로 설 수 없는 존재가 된다.

아울러 김 작가는 취업난으로 고통받는 청년들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그는 수많은 청년문제의 근본 원인을 ‘취업난’으로 곱는다. 취업을 할 수 없어 연쇄적으로 연애, 결혼, 출산, 육아, 주택 등을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취업준비생들은 어느 세대보다도 가혹한 시대를 살아가며, 어느 세대보다도 빠르게 ‘꼰대’가 된다. 가혹한 생존경쟁을 치르며 살아가는 청년들은 경쟁에서 승리하든 패배하든 그에 대한 보상심리를 간직하게 된다. 김 작가는 이 같은 세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아재’와 ‘꼰대’가 될 사회적 조건을 충분히 갖췄다고 말한다.

김 작가는 책에서 이 같은 사회현상을 진단하면서 연대보다 강력한 ‘느슨한 연결’의 힘을 제시한다. ‘느슨한 연결’이란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구호를 외치는 연대가 아닌, 어떤 한 가지를 매개로 연결돼 있는 것을 말한다. 취향이나 지향이 비슷한 타인과 만나되 그들의 개인 정보를 묻는 일은 금지하는 것이다.

‘느슨한 연결’을 최근 청년들이 보이는 사장 큰 세대적 특징이라고 말하는 김 작가는 이를 통해 청년들이 자신과 타인을 감각하며 실체가 없어보이는 조직을 움직여나간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완벽한 중심도 주변도 없다는 것을 강조하며 우리 모두가 경계인일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의 자리를 명확히 파악하고 타인을 감각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경계인의 시선>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다시 한 번 살펴보고, 타인과의 ‘느슨한 연결’을 통해 희망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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