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오는 6일 SKB·티브로드 기업결합 심사
LG유플러스·CJ헬로 결합 등 대규모 재편 예고
고용불안에 노출된 외주 비정규직 노동자들
유선방송서 발생한 노조탄압 인수사가 해결해야
“나쁜 M&A 안돼…다양한 공적규제 병행 필요”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대기업 이동통신사들의 유선방송 시장 진출에 대한 심사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를 SK브로드밴드는 티브로드를 인수합병할 계획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의 기업결합에 대한 승인을 잠시 유보했지만 업계에서는 정부가 긍정적인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유선방송 시장의 대대적인 재편이 다가오면서 설치기사 및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이들은 인수 회사에 고용승계 및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수개월째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당사자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노동계와 시민단체진영에서는 이통사들의 공공책무 이행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통사들이 사회적 공기인 통신서비스를 사실상 독과점하고 있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비정규직 고용, 노동조건 개선, 가입자 권리침해 방지 등의 문제해결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통사-유선방송 시장 지각변동 예고

공정위는 지난달 17일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기업결합 승인을 유보한다고 밝혔다. 전날 열린 전원회의에서, 추후 유사 건을 심의하고 다시 합의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말한 유사 건은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기업결합을 가리킨다. 하나의 사안을 특정해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두 건을 함께 심사해 연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것이다. 

LG유플러스는 올해 초 CJ ENM이 보유하고 있는 CJ헬로 지분 53.92% 중 50%+1주를 8000억원에 인수하는 조건으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LG유플러스는 기존 방송서비스와 5G를 기반으로 한 AR·VR서비스에 인공지능 및 사물인터넷을 접목해 다양한 융합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를 통해 지난 2월 티브로드와의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본계약은 두 달 후인 4월 진행됐으며 SK텔레콤은 합의 내용에 따라 74.4%로 합병법인의 최대 주주가 된다. SK텔레콤은 본계약 체결 당시 공시를 통해 ‘종합 미디어 사업자로서의 경쟁력과 시너지 향상’을 합병 목적으로 내세웠다.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기업결합 심사를 위한 공정위 전원회의는 오는 6일 열릴 예정이다. LG유플러스와 CJ헬로에 대한 심사도 비슷한 시기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가 이들의 인수합병 심사에 조심스러운 이유는 말 그대로 업계의 지각변동을 불러올 만한 안건이기 때문이다. 현재 유료방송 시장은 KT의 독주체제로 이어지고 있지만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가 뛰어들면 대대적인 재편이 예고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18년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 및 시장점유율’을 보면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가입자는 각각 약 387만명, 409만명 수준이다. 두 회사가 결합하면 총 가입자 약 796만명으로 1위 사업자 KT의 686만명을 훌쩍 넘어서게 된다. 

업계에서는 전원회의 심사 전에 실시된 심사계획 내용을 근거로 인수합병이 부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지만, 비정규직 고용 방침 등 산적한 문제들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정부의 판단을 기다려봐야 하는 상황이다.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 조합원들이 지난달 29일 고용 보장 약속 없는 SK를 규탄하며 농성 중인 SK텔레콤 본사에서부터 SK그룹 본사까지 삼보일배 투쟁을 진행했다. ⓒ희망연대노조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 조합원들이 지난달 29일 고용 보장 약속 없는 SK를 규탄하며 농성 중인 SK텔레콤 본사에서부터 SK그룹 본사까지 삼보일배 투쟁을 진행했다. ⓒ희망연대노조

방통위도 고용승계 문제 등 사회적 책임 강조

특히 기업결합을 앞두고 노동계와 시민단체에서는 거대 이통사들의 사회적 책임 이행을 강조하며 행동에 나서고 있다. 먼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승계 이슈는 이번 결합 심사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권의 요구에 따라 유선방송사업자 기업결합에 의견을 제출할 예정인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심사과정에서 고용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을 제기한 상황이다. 

1일 방통위 회의에서는 최대주주의 공적기능 실현에 대한 배점을 늘리고 비정규직 처우에 대한 심사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고용불안을 겪고 있는 당사자인 CJ헬로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지난달 31일 오전부터 12시간 동안 필리버스터(이어 말하기)를 이어가며 LG유플러스에 고용안정을 요구는 등 방송의 공공성 강화 역할을 강조했다. 

이날 희망연대노조 CJ헬로 고객센터지부는 특히 피인수 기업인 CJ헬로가 책임을 회피하는 가운데, LG유플러스가 적극적으로 나서 책임을 다해야 하다고 촉구했다.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티브로드지부도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SKT타워 앞에서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삼보일배을 진행했다. SK서린빌딩을 목적지로 한 이날 삼보일배는 조합원 5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티브로드지부 역시 공문을 통해 직접고용에 대한 요구를 수차례 전달했지만 SK텔레콤으로부터의 회신은 없었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 ⓒ뉴시스
정의당 추혜선 의원 ⓒ뉴시스

“인수사가 불법시정하고 고용안정안 제시해야”

이밖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 문제도 이통사들이 해결해야할 문제로 거론된다. 특히 CJ헬로 고객센터의 노동자 탄압은 정치권을 통해 수차례 증언이 쏟아져 나오며 이슈화 되고 있는 상황이다. 

CJ헬로는 외주협력업체에서 운영을 하고 있는 만큼 정확 파악이나 개입이 어렵다고 해명하지만 원청이 나서지 않는 한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된다. LG유플러스 역시 CJ헬로 인수 이후 노동현장의 개선에 대한 문제를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지난달 2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J헬로 고객센터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조탄압 정황을 공개하고 나섰다.

이날 CJ헬로 고객센터지부는 외주협력업체에서 노조 가입을 이유로 노동자들에 대한 갖가지 탄압이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일방적 업무 전환을 강요한 뒤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퇴사를 강요하고, 업무시간 중 조합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몰래 촬영하는 불법사찰까지 포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추 의원은 “이런 불법과 불안정을 해소하지 않고 기업결합을 한다한들 어떤 효과를 낼 수 있겠나”라며 “피인수 기업이라는 핑계를 앞세워 불법을 방치하는 CJ헬로를 용인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이 횡행하는 노동환경에서 고객들을 가장 가까이서, 가장 많이 대면하는 노동자들이 어떻게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겠나”라며 “LG유플러스가 CJ헬로 협력업체들의 불법을 시정하고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 방안을 적극 제시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송통신공공성강화공동행동
ⓒ방송통신공공성강화공동행동

나쁜 인수합병에 대한 시민사회의 우려

시민사회에서는 좀 더 복합적으로 고려해야할 부분을 제시하고 있다. ▲이용자의 권리보장 ▲지역성 강화 ▲일자리 확대 등 이번 기업결합이 나쁜 인수합병이 되지 않도록 세부적인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서울마을미디어네트워크, 전국언론노조 등을 비롯해 전국 풀뿌리 단체가 함께 모여 결성한 방송통신공공성강화공동행동(이하 공공행동)은 이와 관련해 ‘유료방송 인수합병에 대한 시민사회 요구안’을 내놓기도 했다. 

공공행동은 특히 이통사들이 유선방송사업자들을 인수한 후 결합상품 마케팅을 통해 수익 극대화에 나설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가의 마케팅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증가한 마케팅 비용이 요금에 반영돼 이용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 것이다. 

또 전국사업자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면 필연적으로 방송의 지역성이 약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별도의 강력한 조건을 부과하지 않을 경우 케이블방송의 지역성이 무너져 지역 서비스의 차별성이 사라지는 한편, 전국적 획일화가 이뤄져 사회문화적 다양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공공행동 김동찬 공동집행위원장은 이에 따른 요구안을 발표하며 “방송과 통신의 공공성이 중대한 기로에 섰다.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이 추진하는 인수·합병이 초읽기에 돌입한 것”이라며 “이대로 가면 유료방송의 80%를 통신3사가 차지한다. 이미 모바일 90%, 초고속인터넷 85%를 장악한 상황에서 유료방송까지 틀어쥐게 된다. 시민이 일상 커뮤니케이션에 이용하는 방송 통신 서비스의 전 영역을 통신재벌이 독과점하는, 말 그대로 ‘재벌 미디어의 시대’가 도래 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인수합병에 나선 통신재벌들은 ‘규모의 경제’를 위해 인수합병이 성사돼야 한다고 주장한다”면서 “하지만 우리 사회는 ‘공공성’을 핵심가치로 방송 통신 산업을 발전시켜왔다. ‘공공성’은 결코 ‘규모의 경제’로 실현되지 않는다. 독과점에 대한 통제와 다양한 공적 규제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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