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2017년 6월 기자는 난생처음 금강을 찾았다. 학창시절 교과서나 TV프로그램을 통해 알고 있던 금강은 맑은 물과 금빛 모래톱이 어우러진 평화로운 곳이었다. 그러나 직접 목격한 금강은 물결이 비단결과 같다해 붙여진 이름과는 달리 물 위에는 녹조가 창궐했고, 금빛 모래와 자갈이 가득해야 할 강바닥은 저질토에 가려져 본래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었다.

비극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서 시작됐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금강, 낙동강, 영산강, 한강 등을 살리겠다며 ‘4대강 사업’을 추진했다. 가뭄과 홍수 예방, 생태계 복원, 원활한 농업용수 공급에 따른 식량 증진, 영농의 안정화 등을 명목으로 4대강에 16개의 보(洑)와 댐 5개, 저수지 96개를 설치했다. 들어간 사업비만 해도 22조2000억원에 달한다. 

4대강 사업의 결과는 참혹했다. 감사원 조사 결과 부실한 설계로 인한 보의 내구성 부족, 수질 악화, 보강 공사 부실 등 4대강 사업의 허점이 낱낱이 밝혀졌다. 저질토와 녹조 탓에 4대강은 해를 거듭할수록 본래의 모습을 잃어갔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가 국민들의 반발로 무산된 대운하 사업을 ‘4대강 살리기’로 둔갑해 부활시킨 대국민 사기극에 불과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2년 간 4대강 사업의 비자금, 권언유착 등을 취재하고 보도한 내용을 바탕으로 추적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을 제작했고, 영화는 이달 1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기자는 운 좋게도 4대강 취재로 인연을 맺은 오마이뉴스 김종술 시민기자의 초대를 받아 VIP 시사회에 참석해 영화를 미리 관람할 수 있었다.

영화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부역자들이 등장한다. 12년 후 4대강 사업에 대한 생각을 묻자 그들이 보인 태도는 우습고, 한심하기 짝이 없어 실소가 터져나왔다. 아무런 대답도 없이 웃기만 하는 4대강 사업 총책임자 이 전 대통령. 너도나도 앞장서서 4대강 사업을 홍보하던 시절은 잊고 카메라를 피해 꽁무니를 빼거나 궤변을 늘어놓기 바쁜 부역자들. 이들을 보고 있자니 분노가 일었다.

다행히도 그동안 4대강 사업 저항자들이 진상규명을 위해 끈질기게 노력한 덕분에 진실이 만천하에 공개됐고, 현정부의 4대강 살리기 정책으로 4대강은 느리지만 천천히 회복 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책임자에 대한 처벌은 이뤄진 바 없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뇌물수수, 비자금 조성 혐의 등으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지만 지금까지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어떤 심판도 받지 않고 있다. 부역자들은 과오를 잊은 채 아무렇지 않게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다.

<삽질>을 만든 김병기 감독은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할 수 없고 기억하지 않으면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책임을 묻지 않으면 제2, 제3의 4대강 삽질이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를 잊으면 미래도 없다. ‘4대강 사업으로 대한민국을 살리겠다’던 이 전 대통령, ‘4대강 사업이 잘못되면 내가 책임지겠다’던 이만의 전 환경부 장관, ‘국토의 품격을 높이는 사업이었다’는 권도엽 전 국토해양부장관, ‘묘비석에 4대강 잘했다고 써달라’는 이재오 전 특임장관이 국민 앞에 사죄하고 책임지는 그날까지 그들을 기억하고 또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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