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덕 지음/512쪽/143*217mm/2만원/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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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근현대 서민문화 중심의 답사기로 주목을 받은 규장각 한국학 연구소 김시덕 교수가 서울에서 경기도까지 시민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그린 책 <갈등 도시>로 독자들 곁에 돌아왔다.

<갈등 도시>는 서울에 인접한 경기도까지 지역을 넓혀 재개발 예정 불량 가옥과 성매매 집결지, 이름 없는 마을 비석과 어디에 놓여 있는지 찾기도 힘든 머릿돌 등의 답사기다.

조선 왕조를 찬양하는 건축물이나 일제 강점기의 가슴 아픈 유산을 답사하는 것도 좋지만 그것만이 서울의 전부는 아니다. 크고 아름다운 구조물뿐만 아니라 재개발 동네의 벽보, 이재민과 실향민의 마을 비석, 부군당과 미군 위안부 수용 시설에도 서울의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도시의 가장 아래를 산책하는 이 책은 불온하지만, 이런 답사기야말로 진정한 서울의 역사를 만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에서 바라본 서울은 내부적으로뿐만 아니라 경계를 맞댄 인접 도시들과 갈등상태에 놓여 있다. 인접 도시들끼리도 마찬가지다. 특히 재개발·재건축에 관한 이해 충돌, 부유한 동네와 가난한 동네를 편 가르기 하는 지역 간 반목 갈등상태가 심각하게 비친다.

<갈등 도시>는 서울의 배제와 추방의 역사에 주목했다. 서울이 발전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서울 시민이 보기에 나쁘다고 간주되는 수많은 사람과 시설을 경기도로 밀어낸 역사라는 것이다. 저자는 혐오시설과 가난한 사람들을 외곽으로 밀어냄으로써 계급적으로 균질해진 서울특별시가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배제와 추방은 비단 서울과 경기도만의 문제는 아니다. 빈민과 한센인, 혐오시설과 군사시설처럼 눈에 보이는 대상들만 쫓겨난 것이 아니다. 재개발이나 국가 정책으로 인해 내몰리기 전까지 그곳을 터전으로 잡고 살아온 서민·시민들의 문화와 역사까지 통째로 사라져버렸다.

서민·시민들의 역사가 사라진 자리에는 조선시대 왕과 지명, 기념비, 건축물 둥 사대부 문화가 대신했고, 역사는 새롭게 미화됐다. 저자는 이를 ‘기억의 전쟁이자 계급의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저자가 굳이 시민들의 갈등과 삶, 죽음의 이야기들을 모으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정한 공간을 놓고 수많은 사람이 말하고 책을 쓰는 순간에도 서울 대부분을 차지하는 나머지 공간은 누군가의 관심에서 멀어져 재개발·재건축돼 사라지고 있다. 서울은 오늘도 공사 진행 중이고, 어쩌면 지금 본 것을 다음 달에는 못 볼 수도 있다.

아주 잠시 동안 서울 어딘가에 존재하다가 미처 보지 못한 사이 없어져 버리는 순간이 많다는 사실을 아는 저자는 오늘도 답사를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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