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구충제 펜벤다졸이 암 치료제?…임상 근거 없어 주의要
동물구충제 펜벤다졸이 암 치료제?…임상 근거 없어 주의要
  • 김효인 기자
  • 승인 2019.11.07 2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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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효과 있다는 ‘펜벤다졸’ 품절 사태 빚어
암 환자,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에
보건당국, 인체 대상 데이터 없어 위험 경고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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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동물 구충제인 펜벤다졸(Fenbendazole)이 항암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연일 품절 사태를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보건당국과 암학회‧대한의사협회 등 전문가 집단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약물 사용에 우려를 표하고 나서 당분간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개나 고양이, 소 등의 동물을 위한 구충제인 펜벤다졸은 동물의 위장에 사는 기생충을 박멸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인다. 

해당 약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 9월 4일 한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에서 시작됐다.

영상에서 미국에 거주하는 말기암 환자는 2016년 소폐포암 말기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후 수의사의 제안으로 파나쿠어(펜벤다졸)를 복용했더니 3개월 후 암세포가 모두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해당 영상은 7일까지 228만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댓글도 5000개 이상 달리는 등 화제가 되고 있다.

펜벤다졸에 항암 효과가 있다는 주장은 지난해 8월 국제학술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펜벤다졸이 암세포를 성장시키는 물질을 차단시킨다는 내용의 논문이 발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더욱 힘을 얻고 있다.

펜벤다졸 마음 놓고 먹게 해 주세요…국민청원 등장

이처럼 펜벤다졸에 관한 암 환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펜벤다졸 암치료 효능을 입증할 수 있는 임상실험을 정부차원에서 진행해주세요’라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서 청원인은 “암 환자들은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펜벤다졸은 누구도 임상실험 하려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암치료제로서 특허나 독점을 할 수 없는 일반 약이기 때문”이라면서 “비정한 자본 논리에 따라 임상을 할 수 없고, 수입까지 금지하며 복용을 막는 것은 암 환자에 잔인한 일이다. 정부가 나서서 임상을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암 환자 커뮤니티 등에서는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암을 앓고 있는 환자의 마지막 희망까지 꺾는다는 이유다.

커뮤니티에서는 “항암제는 부작용 없나. 훨씬 심하다. 간 독성이 부작용 중 가장 큰 것이니 간 검사 받으면 된다”, “더 이상 약이 없는 사람에게는 마지막 약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도전하는 건데 막아서는 안 된다” 등의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또 폐암 말기 진단을 받은 MBC 공채 5기 개그맨 출신 김철민씨와 일부 암 투병중인 유튜버들도 펜벤다졸을 먹고 항암치료 임상실험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여론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김씨는 지난 9월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자가 치료를)병원에서 말렸지만, 최종 선택은 제가 하는 것이다. 모험 한 번 해볼까 한다”라며 펜벤다졸을 통한 치료를 시도할 것이라고 예고한 후 “통증이 줄고 혈액검사가 정상으로 나왔다”고 4주차 후기를 밝히기도 했다. 

직장암 4기로서 암투병 과정을 중계하는 유튜버 안핑거도 9월 말부터 임상시험 3개월을 목표로 펜벤다졸을 복용하며 긍정적인 후기를 남기는 중이다.  

이에 따라 동물용의약품판매업소 등에도 문의가 폭주하는 등 펜벤다졸은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일반적인 의약품과 달리 펜벤다졸은 동물에게 쓰겠다고만 하면 아무런 제약 없이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암 환자들의 간절함을 이용해 펜벤다졸 사재기를 해 폭리를 취하는 이가 등장하는가 하면 일부 약사들은 적극적으로 동물구충제를 홍보하기도 해 환자들은 다시 한 번 고통 받고 있다.

실제로 2~3만원이면 살 수 있는 약을 인터넷 카페에서는 수십 배의 가격을 받는 등 부르는 게 값인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러면서 정작 구충제가 필요한 동물들은 약을 구하지 못하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 사람 위한 약 아냐…근거 없어 너무 위험

하지만 전문가들은 펜벤데졸을 항암제로 사용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통상 항암제는 신 물질 발견 후에도 암세포 실험과 동물실험 등을 거쳐 안전성을 확인한 후에 비로소 시판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대한약사회는 지난 9월 20일 16개 시도지부에 펜벤다졸 성분 동물용의약품 판매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는 공문을 발송해 구매자용도 확인 등 판매에 주의를 강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한암학회 또한 지난달 28일 펜벤다졸을 암 환자에게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섭취하지 않을 것을 당부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이들은 최근 SNS 등을 통해 확산되는 펜벤다졸의 항암효과는 사람이 아닌 세포와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이며, 장기 손상과 항암제와 구충제 간 약물상호작용 등의 부작용도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안이 커지자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도 7일 펜벤다졸의 암 치료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없어 복용을 권장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펜벤다졸은 동물에서 구토, 설사, 알레르기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며, 고용량 복용 시 독성 간염이 발생한 사례가 보고된 바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의협은 권고했다.

이와 관련 대한의사협회 김대하 홍보이사는 “펜벤다졸이 항암효과가 있다고 발표된 논문은  실험실에서 동물과 암세포를 대상으로 하는 등 인체에 미치는 영향까지 신뢰할 만한 근거수준이 아니다”라며 “사람에 대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고 부작용에 대해서도 섣불리 예단할 수 없어 복용을 권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적 선택까지 막을 수는 없겠지만 최근 유튜브 등을 통해 자가 임상시험을 중계하는 등 홍보하는 이들이 있다. 그런 선정적인 콘텐츠로 인해 정상적 치료를 받고 있는 암 환자들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라며 “암 환자들은 이미 쇠약해진 상태기에 같은 부작용이라도 더욱 크게 겪을 수 있으니 검증된 암치료를 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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