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 ⓒ뉴시스
고은 시인 ⓒ뉴시스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고은(86·본명 고은태) 시인이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최영미(58) 시인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서울고법 민사13부(부장판사 김용빈)는 8일 최씨와 언론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2심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다만 1심과 마찬가지로 시인 박진성(41)씨에 대해서만 1000만원을 배상 판결을 내렸다.

고씨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최씨의 주장과 언론사의 보도가 신빙성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최씨는 지난 2017년 9월 계간지 ‘황해문화’에 ‘괴물’이라는 제목의 시를 통해 문단 내 성폭력을 폭로했다. 시에는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등 ‘En선생’이라는 인물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En선생으로 표현된 인물은 고씨라고 알려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고씨는 지난해 3월 영국 가디언을 통해 “최근 논란에 내 이름이 거론돼 유감스럽다”며 성추행 의혹을 부인했다.

이후 고씨는 한국작가회의 상임고문직 등에서 물러나고, 지난해 7월에 해당 소송을 냈다.

고씨 측은 모두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허위 내용으로 명예가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최씨 등은 고씨 증언은 신빙성이 없고 손해배상 및 정정보도 책임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최씨의 진술은 자신이 쓴 일기를 바탕으로 (성추행) 당시 있던 고씨의 말 등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다. 허위로 볼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며 “반면 고씨의 증거로 제출한 증언이나 주변 사정은 허위라는 주장을 입증하기에 부족하다”고 최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한편 2심 재판을 마친 최씨는 “성추행 가해자가 피해자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건질 게 없다는 걸 보여줄 수 있어서 통쾌하다”며 “대리인과 응원해준 국민들께 감사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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