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시세 절반도 안 되는 보상가
집회에 나선 고령의 농가 토지주들
파주시 입장번복이 주민 불신 키워
“법적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

파주희망프로젝트 개발 대상 지역 ⓒ파주시청 시정백서
파주희망프로젝트 개발 대상 지역 ⓒ파주시청 시정백서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파주희망프로젝트 개발사업이 주민들의 희망을 저버리고 있다는 주장이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시행사가 납득할 수 없는 보상가를 제안하고 토지수용을 강행하려는데, 시가 이를 묵과하는 것은 물론 오히려 말을 바꿔가며 주민들을 기만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령층으로 구성된 주민들은 지난해 12월부터 100회째 집회를 이어오며 적합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봉암리 일대 주민들은 왜 시위에 나섰나

파주희망프로젝트는 파주읍 봉암리, 백석리 일대 375만㎡를 대상으로 하는 개발사업이다. 이는 파주시 최종환 시장의 공약이기도 했는데, 주한미군 반환기지 및 주변구역에 ‘주한미군 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이 적용되면서 개발이 가능해졌다. 

개발사업은 ▲1단계 센트럴밸리일반산단 ▲2단계 외투 및 R&D복합단지 ▲3단계 데이터센터 거점단지 ▲4단계 친환경주거단지 ▲5단계 시니어복합휴양단지로 구분돼 있다. 현재 추진 중인 1단계 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에는 입주 예정 기업들이 파주센트럴밸리사업협동조합을 만들어 시행사로 나섰다.

하지만 1단계 사업지역 48만6000㎡ 봉암리 일대의 평균 토지보상가가 평당 30만원대 수준으로 나오면서 주민 반발에 부딪혔다. 지난해 7월 말 보상계획공고 이후 이 지역의 평당 감정보상가는 34~38만원 선으로 책정됐다. 

토지주비상대책위원회 이수미 위원장에 따르면 인근 지역 매물의 매매가는 평당 90만원까지 거래가 되고 있다. 1단계 일반산단 지역의 보상가는 이 같은 시세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설명이다. 

60대에서 80대까지 고령층으로 구성된 이 지역 주민들은 헐값에 땅을 넘길 수는 없다며 집회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시작된 집회는 이달 초를 기점으로 100회째에 접어들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이 지역에서 40~50년 이상 농지를 보유해왔던 주민들이다. 

이 위원장은 “100평 남짓한 곳에 11명이 사는 주민이 있는데 9000만원을 쳐주면서 나가라고 한다. 이 지역에 억울한 사연이 많다”라며 “불합리한 일이다. 사유재산을 이렇게 박탈해 가는 건 대한민국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12월 파주센트럴밸리 산업단지 부지 토지주들이 보상가 산정에 항의하고 나섰다. ⓒ뉴시스
지난해 12월 파주센트럴밸리 산업단지 부지 토지주들이 보상가 산정에 항의하고 나섰다. ⓒ뉴시스

주민 불신 키운 파주시 입장번복

주민들의 불만을 키운 데에는 파주시의 미숙한 대처도 한몫했다. 비대위는 올해 초 시 관계자가 주민들과의 대화에서 산업단지법에 따라 토지 협의율 50% 이상을 확보해야만 사업재개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얘기했지만 추후 입장을 번복했다고 주장한다. 

시가 입장을 바꾼 이유는 이 지역이 산업단지법이 아닌 미군공여지역특별법의 적용을 받는 곳이기 때문이다. 파주 지역의 상당부분은 미군공여지법에 따라 개발이 제한됐지만 최근 국내 미군부대가 평택으로 일괄 통합되면서 제한이 풀렸다. 정부는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부터 특별법을 제정해 이 지역의 개발이 가능하도록 했다.

산업단지법에서는 지역 개발 시 토지주들의 100분의 50 이상을 승인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미군공여지역특별법에는 토지수용에 대한 협의율 규정이 없어 사실상 주민동의 없이 개발 사업이 가능하다. 시는 산업단지법에 따라 이 지역 협의율을 확보하겠다고 얘기했다가 이를 뒤집어 주민들의 판단에 혼선을 준 셈이 됐다.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시는 50% 이상 토지주 승인을 받도록 시행사에 권고했고 최종적으로 50.8%의 동의를 얻었다는 답변을 내놨다. 주민들이 제공한 문자 메시지에 따르면 지난 9월 11일 시는 시행사의 의견을 담아 “현재 저희 조합은 여러 토지소유자분과 지역주민 여러분의 협조로 협의율 50%를 달성해 수용재결신청을 접수했으며 예정대로 사업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달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주민들이 확인한 협의율 세부내용에는 국공유지가 포함돼 있었다. 주민들은 당초 국공유지는 협의율에 포함시키지 않겠다고 대답을 들은 바 있다며 등기부 소유권을 직접 재확인 했다. 주민들이 집계한 후 주장하는 실제 협의율은 지난 10월 2일 기준 28.9%에 머물고 있어 시행사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주민 비대위가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제출한 감정평가서 위산 및 오기내역 中 ⓒ토지주비상대책위원회
주민 비대위가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제출한 감정평가서 위산 및 오기내역 中 ⓒ토지주비상대책위원회

감정평가 담합 의혹…오타 및 위산까지 동일

주민들이 토지감정가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이유는 또 있다. 감정평가 내용이 오타부터 계산오류까지 동일하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해 7월 보상공고계획이 고지된 후 경기도와 시행사, 토지주는 각각 감정평가법인을 선정해 토지감정 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주민들은 각 평가사별로 조사된 보상사례, 거래사례, 목록의 순서가 모두 동일하고 오타까지 똑같이 기재돼있다는 점을 들며 감정평가의 신뢰성은 물론, 이들의 담합 가능성까지 제기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주민들은 국토교통부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의견서에는 ▲비교표준지 공시지가 선정 ▲비교표준지와 실거래사례 격차율 산정 ▲접근조건 격차율 산정 등의 항목에서 동일한 오기 및 오산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담겨 있다.  

일례로 의견서 중 감정평가서 위산 및 오기내역에 따르면 감정평가법인 3곳은 봉암리 489-3번지 일대의 가격변동률을 0.03%로 오기하고 이에 따른 평균값도 -1.132%로 위산했다. 주민들은 실제 값은 각각 0.3%와 0.32%가 맞다고 주장하며 의혹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문제는 최종환 파주시장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가 제공한 녹취록에 따르면 최 시장은 올해 1월 파주읍사무서에서 열린 주민과의 대화 자리에서 주민들이 의구심을 갖는 부분을 인정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최 시장은 “감정평가사 3개사가 담합을 했다. 이런 문제가 있었다. 감정평가사 문제에 파주시는 공정하고 객관적 입장을 견지하기 위해서 현재까지도 이전에도 앞으로도 불간섭의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라며 “다만, 문제제기가 있었던 부분에 그 의구심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고 오탈자의 반복사유 등 문제점 등은 인정을 하고 국토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할지 여부를 판단해서 결정하도록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토지주비상대책위원회 입장문
ⓒ토지주비상대책위원회 입장문

주민 토지보상 갈등 소송전으로 이어져 ‘장기화 우려’

이 지역 주민들의 갈등은 소송으로 이어진 상황이다. 주민들은 정확한 주민 협의율을 확보해야만 사업을 시행하겠다는 시의 말을 믿고 법적대응에 나서지 않았지만 수용재결로 이어진 상황에서 손 놓고 있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먼저 지난 9월 직권남용, 직무유기, 권리행사방해죄로 파주시장 및 담당공무원 2명을 고소했다. 이에 대해서는 최근 고소인 조사가 이뤄지면서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감정평가사 3곳도 담합 혐의로 고소했다. 

비대위 이수미 위원장은 “협의율이 안 나오면 움직이지 않겠다고 해서 법적대응은 안 해왔다. 감정평가가 나오고 1년이 지나면 재감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평가를 받으면 저희가 원하는 감정평가사로 올바르게 받을 수 있겠다 생각했다”라며 “하지만 추석 전에 갑자기 수용재결을 통보했다. 이제는 법적으로 다툴 수밖에 없어 시청 관계자들을 고소했다. 감정평가에 대해서는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고 법인 3곳에 대해 형사 고소고발을 진행해 지금 수사 중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는 토지보상법 절차에 따라 진행이 됐고 오히려 시행사에게 협의 보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달라고 요청해왔다는 설명을 전했다. 또 감정가에 문제가 있다면 수용재결 과정에서 판단이 이뤄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미군공여구역법에 토지 확보 요건 비율 등이 명시 안 돼 있어 토지보상법에 따른 절차를 진행해야하고 그 부분에 대한 유권해석도 받았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는 사업 시행자에게 최선의 노력을 다해 협의 보상을 하라고 권고했다. (감정가에 대한 불만은) 수용재결로 가게 되면 재감정을 받는다. 그때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 재감정 결과에 따라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감정평가 담합에 대한 의혹은 시가 조사를 할 수 있는 권한 자체가 없다. 이 부분은 잘잘못에 대한 결과를 내놓거나 평가를 내리기가 힘든 사안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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