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 사태’ 서부발전, 6000만원 쓰고 3년 연속 ‘안전대상’
경실련 “기관장 치적 위해 예산 낭비, 방만 운영 사례” 비판

자료제공=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자료제공=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공공기관이 언론사와 민간단체로부터 상을 받기 위해 5년간 44억원 가량을 지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11일 공공기관 307개로부터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언론사와 민간단체로부터 수상 및 지출 내역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4년~2019년 8월 까지) 307개 공공기관 중 90개 기관이 516개의 상을 받고 총 43억8000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결과 공공기관 중 국민건강보험공단이 35건에 4억1000만원으로 가장 많은 돈을 지출했다. 이어 인천국제공항공사 27건에 3억5000만원, 국민연금공단 36건에 2억800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들 상위 10개 기관이 받은 상 516개 중 35.5%인 183개, 지출한 돈 43억8000만원 중 45.0%인 19억7000만원을 차지했다.

일부 기관의 수상의 경우 심사 공정성이 의심스럽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 12월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 사망으로 안전불감증 문제가 지적됐던 한국서부발전의 경우 3년 연속으로 ‘글로벌스탠다드경영대상 안전경영대상’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부발전은 이 상을 받으며 3차례에 걸쳐 총 6000만원을 홍보비 명목으로 주최 기관인 한국경영인증원에 지출했다.

또 채용 비리로 물의를 일으킨 강원랜드 또한 지난 2017년부터 3년 연속 ‘대한민국 인적자원개발대상’을 수상했다.

공공기관 소관 부처로 보면, 산업통산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이 가장 많은 돈을 지출했다. 24개 기관에서 121건의 상을 받고 13억2000만원의 돈을 지출했다. 이어 보건복지부 산하 8개 공공기관이 103건에 9억1000만원, 국토교통부 산하 9개 공공기관이 58건에 6억4000만원을 지출했다. 이들 3개 부처 산하 40개 공공기관이 받은 상은 전체의 516건 중 54.7%인 282건, 금액으로는 65.3%에 해당하는 28억7000만원에 달했다.

이어 금융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해양수산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들이 1억원이 넘는 돈을 지출했다. 반면, 방송통신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 기획재정부, 법무부, 통일부, 관세청, 국방부, 문화재청, 소방청 등 10개 부처의 산하 22개 공공기관은 상을 받지도 돈을 주지도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실련은 “대다수 공공기관은 경영악화나 막대한 부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경영난에도 불구하고 기관장의 성과나 치적을 위해 예산을 낭비하는 것은 공공기관의 방만 운영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권익위원회에 지자체와 공공기관에 대한 실태점검과 더불어 돈 주고 상 받기 근절을 위한 법·제도 마련을 촉구하고, 정부 부처의 돈벌이 시상식에 들러리도 참여하지 말 것을 촉구할 예정”이라며 “국민의 막대한 세금이 낭비되고 있는 돈 주고 상 받는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지자체·공공기관의 이러한 행태를 지속적으로 감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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