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따라 바뀌는 연애관·연애 방식
다양하고 많아지는 만남의 창구
부담 없는 만남 ‘데이팅 앱’ 주목
20·30 세대 문화현상으로 봐야

<사진 출처 = 데이팅 앱 ‘아만다’, ‘틴더’ 소개 이미지 일부 캡처>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젊은 층의 연애관이 점점 자유롭게 변하고 있다.

현 20·30대 조부모 세대만 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사람이 아닌 집안 어른들끼리 합의에 따라 교제 단계를 뛰어넘고 곧장 결혼으로 이어지는 만남이, 부모 세대에는 결혼을 명목으로 한 맞선이나 주변 지인을 통한 소개 만남이 주를 이뤘다.

친구나 학교 선·후배, 직장 동료 등 가까운 지인의 소개를 통한 만남이 여전히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최근에는 동호회나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스스로 짝을 찾는 젊은이들도 적지 않다.

특히나 ‘소셜데이팅 앱’(이하 데이팅 앱)은 스마트폰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맺는데 거리낌이 없는 20·30대에게 새로운 연애의 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짧은 시간 안에 누구를 통하지 않고 직접 상대방의 외모와 인적 사항 등을 파악하고 원하는 사람을 선택할 수 있는 ‘속전속결’ 데이팅 앱에 대한 젊은 층의 선호도는 높아지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2030세대의 연애관, 연애 방식의 변화를 하나의 트렌드, 문화적인 특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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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람은 내가 찾는다
인연 찾아 나선 젊은이들

현 20·30대의 조부모, 노인 세대는 집안 대 집안 간의 만남을 중요시해 서로 조건만 맞으면 연애랄 것도 없이 바로 결혼식까지 이어졌다. 실제로 연애는 생각지도 못하고 식을 올리기 전까지 남편이나 아내의 얼굴을 못 본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후 연애라는 개념이 좀 더 분명해진 20·30대의 부모, 장년 세대에는 맞선이나 소개팅을 통한 만남이 주를 이뤘다.

결혼 22년 차 신은숙(가명·49)씨는 “친구의 결혼식에서 지금의 남편을 우연히 알게 돼 만남을 시작했다. 남편이 좋은 이유가 가장 컸지만, 당시 29살이었는데 그 시절엔 혼기가 꽉 찬 나이였고 부모님의 재촉도 있어 결혼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과거에는 부모님이나 친인척이 잘 아는 중매인이나 주변 지인 등 누군가를 통해 소개받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요즘에는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원하는 사람을 선택하는 것을 선호하는 20·30대가 늘었다. 우연히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면 직접 연락처를 물어보거나 취미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인 동호회 활동, 단체 소개팅 행사 참여 등 그 방식도 다양하다.

특히 최근에는 온라인 서비스를 통한 만남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성별, 이름, 나이, 직업 등 개인정보를 입력한 후 원하는 조건에 맞는 이성을 매칭 시켜주는 스마트폰 앱 서비스 이른바 데이팅 앱은 스마트폰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맺는데 거부감이 없는 20·30대 사이에서 새로운 연애 창구로 떠오르고 있다.

데이팅 앱의 인기는 상당하다. 앱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1월~6월) 동안 이들의 결제 금액은 한국 구글플레이 비게임 부문 결제금액 순위 2위부터 5위까지 모두 데이팅 앱이 차지했다. △2위 ‘정오의데이트’ 30억원 △3위 ‘아자르’ 27억원, △‘심쿵소개팅’ 26억원 △5위 ‘아만다’ 25억원 추정으로 알려졌다.

국내보다 온라인 데이팅 앱 이용이 더욱 대중화·보편화된 미국에서의 인기는 더하다. 미국 전역에서 큰 인기를 얻은 데이팅 앱 ‘틴더’ 이용자는 196개국 50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소개팅 매칭도 매일 1200만건 이상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자가 입력한 사진과 몇가지 개인정보만으로 상대방을 고르고 만남이 성사되는 데이팅 앱 특성 탓에 일각에서는 가벼운 인간관계를 야기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실제 데이트 앱 이용자의 상당수는 진지한 만남을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5년 국내 소개팅 어플 ‘이음’이 자사 이용자 480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중 남성 70%, 여성 74%가 ‘진지한 만남’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또 남성 7%, 여성 16%가 ‘결혼 상대를 만나고자 한다’고 답했다.

같은 해 데이팅 앱 ‘코코아북’이 20·30대 17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남성 62%, 여성 48%가 데이팅 앱을 통한 결혼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미국에서는 데이트 앱을 포함한 온라인 데이트 서비스를 통한 만남이 실제 결혼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2017년 오스트리아 빈 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미국에서 연인을 만나는 방식 2위를 온라인이 차지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하반기 ‘온라인 데이팅’ 시장에 뛰어든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도 “미국 내 결혼하는 커플의 1/3은 온라인으로 만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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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팅 앱 선호 이유는?
속전속결·선택적 만남 추구

20·30대가 데이팅 앱을 선호하는 이유는 만남에 부담이 없고 원하는 조건의 사람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데이팅 앱 ‘아만다(아무나 만나지 않는다)’를 운영하는 넥스트매치는 지난해 1월 3일부터 5일까지 앱 이용자 1만1000명을 대상으로 ‘데이팅 앱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데이팅 앱의 장점(중복선택) 중 △‘다른 사람에게 소개팅을 부탁하지 않아도 돼서’가 54%로 가장 많았으며 △‘마음에 드는 상대를 직접 선택할 수 있다’ 51.1% △‘인맥을 통해서 만날 수 없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44.7% △‘빠른 시간에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 20% 순으로 뒤를 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의향이 있다는 이용자는 71%에 달했는데, 이들의 추천 사유 또한 △ ‘주변 사람에게 소개팅을 부탁하지 않아도 돼서’가 48.3%로 가장 많았다. 이 밖에도 △‘편하고 빠르게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37.5% △‘괜찮은 이성이 많아서’ 36.3% △‘재미있어서’ 36.3% △‘비용이 적게 들어서’ 12.4% 등이 있었다.

최근 데이팅 앱을 이용했다는 28세 여성 김혜진(가명)씨는 “연애를 안 하고 싶은 건 아닌데 직장 생활을 시작한 뒤로는 기존에 알고 지내던 사람 외에 새롭게 사람을 만날 기회가 확실히 줄어들었다”며 “주위에서 소개해 달라고 하기에는 마음에 안 들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불편한 지점들이 걸렸는데, 최근 데이팅 앱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 써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음에 드는 사람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혹했다. 확실히 내가 원하던 이상형이나 조건, 가치관이 맞는 사람을 찾을 가능성이 지인 소개보다는 데이팅 앱이 높았다”며 “지인 소개팅처럼 이상형 조건에 맞지 않은 사람이 나왔더라도 이후 지인과의 관계를 고려해 시간을 보내야 하는 불필요함을 줄일 수 있는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고스펙의 프리미엄 인증 소개팅을 원하는 소비자를 위해 학력과 직업 등의 철저한 인증 절차를 거치는 ‘다이아매치’, 20세부터 40세까지 크리스천 청년들을 위한 ‘CCM’, 동성애자를 위한 ‘그라인더(Grindr)’와 ‘호넷(Hornet)’ 등처럼 가치관에 따른 특정 계층을 노린 다양한 데이팅 앱도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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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바뀌는 연애관, 문화현상으로 봐야”

20·30대의 자유로운 연애관이나 연애 방식에 대해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는 하나의 트렌드 혹은 문화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기성세대는 결혼 중심의 연애 가치관을 가졌다면 요즘 세대는 연애와 결혼은 별개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기성세대보단 유연한 발상을 가지고 있다”며 “기성세대의 시각으로 바라봐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디지털화와 밀접해진 모바일 환경이 20·30대의 자유로운 연애관을 촉진했다고 봤다.

이 교수는 “디지털화, 모바일 환경 등을 통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통로가 다양해졌다. 그중 하나가 데이팅 앱이다”라며 “부모님 혹은 지인의 소개로 소개시켜준 사람은 예의상 더 만나야 할 것 같은 부담이 있을 수 있다. 데이팅 앱처럼 모바일을 통한 만남을 기성세대 관점에서는 ‘가볍다’, ‘인스턴트 만남’이라고 생각할 순 있지만 오히려 가볍기 때문에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처럼 바쁜 시대에 어떤 관계에 있어 부담을 줄이고자 이 같은 만남을 선호하는 것”이라며 “요즘 세대는 불필요한 시간은 줄이고 원하는 조건의 사람을 선택하는 실리적인 만남을 추구한다. 이 같은 가치관이나 이것이 반영된 다양한 연애 방식을 기성 세대의 입장에서 문제로 보지 말고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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