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작업 중 안전 사고 이어 또 노동자 사망
코레일 “노조의 일방적 주장…경찰 조사 마무리돼야”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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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홍세기 기자】 인사발령 문제로 현장소장과 갈등하던 철도노조 지부대의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논란이 일고 있다. 노조는 고인이 평소 소장의 갑질 때문에 힘들어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20일 파업을 앞두고 교섭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상황에서 노사 갈등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철도노조는 지난 12일 성명서를 내고 “조합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의 단체교섭을 중단하고 고인의 명예회복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코레일 철도시설 노동자인 정모씨는 지난 11일 아침 8시께 자신의 근무처 앞에 세워진 본인 차량에서 동료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해당 차량에서는 번개탄이 피워져 있었다.

철도노조는 정씨가 함께 일하던 사업소 소장의 갑질로 고통스러워했다고 주장했다.

철도노조는 “지난 10월 22일 작업을 하던 조합원이 열차에 치어 숨진 지 20일도 안된 상황에서 현장의 부당노동행위로 고인이 떠나갔다”며 “안전인력 부족으로 인한 죽음과 부당노동행위로 인한 죽음은 하나”라고 강조했다.

철도노조는 정씨가 일하던 사업소 소장이 “앞으로 사업소 직원들에게 잘해 줄 필요없이 규정대로 밟아줘야 한다”는 등의 발언으로 갑질을 일삼았고, 이로 인해 노동조합이 해당 사업소에 성명서를 게시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 정씨는 평소에 ‘나에 대한 일방적인 인사 발령에 항의했다가 소장의 갑질이 시작됐다’며 주변 지인에게 고통을 호소해왔다고 전했다.

조상수 철도노조 위원장은 “현장의 부당노동행위로 조합원이 떠나갔고, 조합원의 생명을 지키지 못해 부끄럽고 비통하고 분노가 차오른다”며 “철도공사와 진행하던 다른 교섭을 일시 중단하고 고인과 관련한 교섭과 투쟁에 집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코레일 관계자는 노조의 주장과 관련 “노조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경찰 조사가 마무리 돼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앞서 철도노조는 지난 11~13일 보충교섭 결렬에 따른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거쳐 15일 파업선포 기자회견을 연 뒤, 15~17일 준법투쟁 이후 20일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또 이런 쟁의행위에 대한 중앙노동위원회 조정도 15일로 예정됐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밀양역에서 선로유지보수 작업 중 발생한 사망사고와 이번 부고까지 겹치면서 무기한 총파업에 대한 노조의 의지가 더욱 강경해졌다.

당초 철도노조는 주 52시간제 시행·체불임금 지급·4조2교대 변경을 위한 적정인력 충원·안전업무 정규직화 등을 요구해 왔다. 또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해 연내 한국고속철도(KTX)와 수서고속철도(SRT) 통합에 착수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 측은 지난 5일 손병석 사장이 직접 간담회를 열어 “11월 총파업을 최대한 막아보겠다”고 밝히면서도 어려움을 호소했다.

손 사장은 “노조 측이 요구하는 수준의 증원은 어렵다”며 “인력이 많이 필요한 야간과 최소 대응 인력만 둘 주간을 구분하는 식으로 자체적으로 인력을 재배치하고 효율화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국 2명이 할 일을 1명이 하면 안전이 저해되는 꼴”이라는 지적에 대해 “인력 운영에 ‘탄력성’을 확보한다면 안 되는 건 아니다”라고 반박도 했다.

아울러 ‘자회사 직원 직고용’과 ‘KTX-SR 통합’ 등은 코레일 노사 차원의 논의 범위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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