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의당 여영국 의원이 평가하는 20대 국회와 현 패트 정국
‘패트’ 선거법 개정안, 정치개혁 필요성 부합하는 최소 안…후퇴 안 돼
정시확대는 곧 사교육 시장 활성화…문 대통령 걸어온 공정의 길과 역행
대학서열화 타파, 대한민국 사회의 불평등 해소하는 출발점 될 수 있어

정의당 여영국 의원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정의당 여영국 의원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정의당 여영국 의원은 지난 4월 3일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고 노회찬 의원의 지역구였던 창원 성산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여 의원은 당선 기자회견에서 “말 하나, 행동 하나가 국민에게 희망되는 의정활동을 펼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국회 입성과 함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관련 여야의 대치로 국회는 멈춰섰다. 9월부터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열렸지만, ‘조국 사태’가 이어지며 대정부질문, 국정감사도 정쟁이 휩쓸었다.

이런 가운데 여 의원은 조국 대전의 최전선 중 하나였던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정쟁에 휩쓸리지 않고 대학과 대학병원 내의 노동문제, 고교서열화 등 교육불평등 문제 등 정책질의에 나서는 등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다.

본지는 여 의원을 만나 내부에서 바라본 20대 국회의 모습, ‘20대 국회 처음이자 마지막 국감’을 마친 소회를 들었다. 또한 정의당 원내대변인으로서 최근 패스트트랙 처리정국에서 선거법 개정안을 두고 일고 있는 의원정수 확대 등 논란과 정부·여당의 대입 정시 확대 기조에 대한 당의 입장을 물었다.

정의당 여영국 의원이 지난 10월 15일 경남 진주시 경상대학교 GNU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뉴시스
정의당 여영국 의원이 지난 10월 15일 경남 진주시 경상대학교 GNU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뉴시스

이질적 요소 많았던 20대 국회, 갈등 확대·재생산하는 역기능해

Q. 국회에 입성한 지 어느덧 7개월이 넘었다. 내부에서 바라본 국회는 어땠나

처음 와서 보니까 너무나 이질적인 요소들이 많이 섞여있었다. 때문에 20대 국회에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절망을 먼저 느꼈다. 정치라는 공간은 어떠한 사실관계에 대한 가치판단은 다를지언정, 그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논쟁하고 서로의 정치적인 이익을 조금씩 양보하며 합의점을 찾아가야 한다. 그런데 국회에는 전혀 그런 문화와 토대가 형성돼 있지 않았다. 합리적 토론에 기초한 대안을 만들고, 갈등을 조정하는 기능을 전혀 못하고, 오히려 갈등을 확대·재생산하는 공간으로써 역기능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한편으론 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 정국 등에서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고 막말하면서 정치혐오감을 더 깊게 만드는 등 이게 정치적 전략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대결정치에만 몰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1대 국회는 이런 걸 넘어서는 국회 구성이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간절하다.

Q. ‘20대 국회 처음이자 마지막 국정감사’를 마쳤다. 소회는 어떤가

국감은 1년간 국가 예산, 주된 사업을 들여다보고 문제점과 개선점을 찾아내는 게 주된 목적이다.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에 어려운 보고서를 보고 국감을 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겉핥기식밖에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문에 상시국감체제로 국회의 운영구조를 바꿔야 한다. 교육부 국감에서도 출석한 산하 직속 기관장 십수명 가운데 단 한번도 질문을 안 받고 종일 대기만 하다가 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하고 있는 사업에 눈을 돌릴 여유가 없어 못 보는 거다. 그런 점에서 상시국감체제로 개편돼야 한다. 그렇게 해서 국회의 기능을 효율적으로, 제대로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Q. 교육위와 여가위에서 정책질의로 활약했다. 특히 교육위는 이번 국감에서 정쟁의 최전선 중 하나였다. 주목도 등에서 아쉽지는 않았나

이번 국면도 그렇고, 또 총선을 앞두고 있다 보니까 더 그런 측면이 있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문제에 대해 대정부질문할 때 했던 얘기들이 국감장에서도 똑같이 되풀이됐다. 국회라는 공간은 조 전 장관을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여러 민낯과 문제점들을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화하고, 특히 교육에 대해서는 부모찬스 등이 개입될 수 있는 여지들을 살펴 차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국회의원들이 해야 할 주된 과제들은 내팽개친 채, 정쟁만을 향해 달리는 모습에 너무도 힘들었다. 국감장에서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얘기를 하면 ‘내가 좀 이상한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쨌든 굴하지 않고 부족하지만 정책감사에 집중했던 게 잘했던 것 같다.

Q. 공감·경청투어 ‘만인보’를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지역화폐 통한 골목상권 살리기 정책 토론회’, ‘철도차량 제작 공공성 강화 토론회’, ‘스펙과 전쟁을 선포한 청년 증언대회’, ‘미래교육과 진로 공감 토크’ 등을 진행했다. 간략히 소개해달라.

‘스펙과 전쟁을 선포한 청년 증언대회’는 다 아는 문제지만 당사자들과 직접 만나 각자 느낀 문제들을 사회적으로 한번 더 객관화시켜내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막연하던 걸 더 구체적으로 당사자들로부터 듣는 기회가 되고, 이를 통해 이런 문제들을 정치의 영역에서 풀어내야겠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지역화폐 통한 골목상권 살리기 정책 토론회’는 정책 제안이다.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기조고 한국도 그 영향권 안에 있어, 우리 역시 상당 기간 동안 저성장기조로 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호황일 때 형성된 산업구조, 자영업 시장구조가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은 돼 가더라도 함께 살 수 있는 최소한의 토대는 만들어내야 한다는 거다. 그래서 공동체경제의 출발점이라는 의미로 정책제안을 하는 차원이었다.

‘철도차량 제작 공공성 강화 토론회’는 철도 제작부터 공공성을 갖춰야 한다는 취지다. 과거 2000년도 DJ정부 빅딜1호 사업으로 한국 철도차량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3개의 철도차량 제작회사를 하나로 합쳤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와 경쟁회사 2곳이 생겼다. 이로 인해 지난 2000년 한량에 14억원이었던 기차가 20년 지난 지금은 8억원이 안 된다. 저가수주로 들어가다보니 값싼 중국산 자재, 부품을 쓰게 돼 결국 우리 국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대중교통 수단인 철도가 안전위험에 노출돼 있는 거다. 산업현장에서도 저가수주를 하니까 노동자들한테 돌아가는 몫이 작아지고,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더욱 심각한 노동권 침해 문제로 나타난다.

‘미래교육과 진로 공감 토크’는 교육방식의 문제에 대해 다뤘다. 아이들의 잠재력, 특성을 잘 발현하는 교육시스템으로 가야하고, 지금 변화되고 있는 4차산업혁명시대에서 아이들이 기존의 4지선다, 5지선다형 시험방식으로는 미래 직업을 찾아 갈 수 없다는 걸 공감했다.

‘청년노동자 토크콘서트’는 많은 창원의 제조업 공장이나 서비스업 현장을 보면, 이른바 ‘꼰대’들과 20~30대 간의 문화적 충돌이 많다. 제조업 같은 경우에는 여전히 군대문화 같은 기질이 남아있다. 때문에 20~30대 청년노동자들을 모아 현장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등을 털어놓는 수다자리를 마련해 노조, 현장 문화는 어떻게 변화돼 나갔으면 좋을지에 대한 얘기를 들으려 한다.

정의당 여영국 의원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정의당 여영국 의원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의원정수 확대 문제, 거대양당에 공 넘겼을 뿐…정의당이 물고 늘어지는 형국 아냐

Q. 정치개혁과 관련해 정의당은 의원정수 확대를 언급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물론, 민주당도 의원정수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의원정수확대 문제는 심상정 대표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질의응답에서 일단 수면 위로 올렸다. 사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지정에 함께했던 여야 4당은 지역구 의석수가 줄어드는 문제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지역구 의석수를 유지하기 위해 의원정수를 확대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심 대표가 총대를 메고 그런 여러 당의 속마음을 얘기한 거다. 공을 민주당하고 자유한국당에 넘겼고, 이제 그쪽에서 답할 차례다. 정의당이 자꾸 물고 늘어지는 형국은 아니다.

Q.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의 지역구 대 비례대표 비율과 관련해서도 ‘지역구 240석-비례대표 60석’ 안이 논의되고 있다.

정의당이 주목하는 건 패스트트랙 안이 그대로 통과되든, ‘지역구 240석-비례대표 60석’ 안이 통과되든, 정수가 확대되든 어떤 방식의 정치개혁이든, 뭔가 변화가 생길 때는 정치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등 국회 개혁을 우선적으로 추진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적어도 의원들의 셀프징계, 세비 셀프인상, 셀프해외출장 심사 등은 외부기관에 맡겨 객관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하자는 거다. 또 현재 연봉으로 치면 1억5000만원 가까이 되는 국회의원 세비도 최저임금의 5배 정도 이내로 줄이자는 거다. 아울러 이번에 입시문제로 드러난 자녀입시전수조사도 합의해 통과시키는 등 개혁적 조치를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Q. 이런 주장은 기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여야 4당의 선거법 개정안에서 후퇴한 내용인데

패스트트랙 안에 대해 후퇴하는 얘기들이 최근 나오고 있다. 지역주의 해소, 수도권 집중 완화, 국민의 뜻이 제대로 반영되는 대표성의 강화, 국민의 뜻이 그대로 반영되는 비례성 강화 등 4가지 측면에서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자유한국당도 지난해 12월까진 동의했다. 이 정신을 제대로 지켜야 한다. 현재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안이 이에 부합하는 최소한의 안이라고 보기 때문에 절대 후퇴해선 안 된다는 게 정의당의 생각이다.

Q. 패스트트랙 협상과 관련해 자유한국당에서는 정의당에 잇따라 날선 반응을 내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정의당을 자꾸 물고 늘어지는 건 그들의 전략적 실패라 본다. 정의당이 의원정수확대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띄우니까 자유한국당은 ‘의원수 축소, 비례대표 폐지’를 아예 공론화하고 있다. 자기주장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의당을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국회 개혁문제나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에는 입을 닫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지금 자유한국당은 전략적 실패를 하고 있다고 본다. 정국의 흐름과 국민들의 마음을 너무 겉핥기식으로만 보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정의당 여영국 의원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정의당 여영국 의원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교육의 불평등, 노동의 불평등으로 고스란히 이어져

Q. 교육 공정성과 관련해 최근 정부·여당의 정시 확대 기조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바로 시장에서 나타난 반응은 입시전문학원들의 주가상승이었다. 대통령의 정시 확대를 중심으로 한 입시제도개편이 누구한테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가, 그 본질이 그대로 전달된 거다. 정시확대는 바로 사교육 시장의 활성화다. 이건 문 대통령이 걸어온 공정의 길과는 역행한다. 당장 떨어지는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한 대증요법에 불과한 거다. 교육문제를 그렇게 다뤄선 안 된다. 정의당은 정시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그동안 여러 통계나 지표, 교육전문가들의 의견을 보더라도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이 가진 장점을 통해 공교육이 살아나고 있다는 게 대략적인 객관화된 평가다. 그걸 다시 거꾸로 돌리려는 시도에 우려한다. 이번에 교육부 학종 종합실태조사에서 드러났다시피 일부 대학에서 고교등급제가 분명히 살아있다. 이런 것들을 엄하게 규제하고 서열화돼 있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폐지해야 한다. 하향평준화하는 게 아니라 모든 일반고에서 천편일률적인 교육과정을 자율화해 아이들의 특기·특성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교육으로 바꿔야 한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정시확대 발언은 교육의 방향성에 역행하는 거다.

Q. 이번 논란과 관련해 정시와 수시의 이분법에 빠지지 말고 부모찬스, 사적찬스 없는 이들에게 ‘공적찬스’를 주는 게 대학입시제도 공정의 핵심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렇다. 공교육이 강화되면 소득불평등으로 인한 교육기회의 차이를 공교육의 틀 안에서 맞춰줄 수 있다. 반면, 공교육이 약해지면 이 편차는 사교육 시장을 활용하는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 간의 차이가 더 커지는 거다.

Q. 앞으로 어떤 이슈에 집중할 계획인가

정의당이 주되게, 또 강조해서 목소리를 내야할 분야가 기득권을 해체하는 문제와 우리 사회 곳곳에 있는 불평등을 해소하는 문제다. 교육문제에 있어서는 현재 입시제도를 아무리 개편해도 대학이 서열화 돼있는 상황에서는 부모개입요소를 절대 배제할 수 없다. 대학이 서열화 돼있지 않다면 굳이 그렇게까지 하겠나. 아이들을 보다 창의적으로, 그들이 가진 특기·특성을 끄집어내 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이끌어주는 게 교육의 본질이라 생각한다. 그러려면 대학이 서열화돼 있는 불평등구조부터 없애야한다. 교육의 불평등은 어느 대학, 무슨 과를 졸업하느냐에 따라 사회에 나오면 살아가는 조건 자체가 달라지게 돼, 결국 노동의 불평등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그런 점에서 대학서열화를 타파하는 게 한국 사회의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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