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히 늘어난 공정 요구…경제·대북문제 등 난제도 산적해
전반기 정책평가, 복지·외교만 긍정 우세…지지층 따라 간극 커
공정 띄운 文 대통령…여론은 ‘경제’·‘권력기관 개혁’ 요구 높아
앞서 촛불민심이 요구한 과제·개혁에서 성과 내야한다는 지적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0년도 예산안 정부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0년도 예산안 정부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을 기점으로 집권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국정농단사건 이후 촛불정국을 지나 2017년 5월 장미대선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2018년 시작부터 남북 대화의 물꼬를 텄다. 새해부터 시작된 남북 유화무드는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더욱 가속화됐다. 이로 인해 지난 2007년 이후 10년 넘게 열리지 못했던 남북정상회담은 2018년 한해에만 3차례 진행됐다. 또 이 같은 한반도 평화 무드는 북미 비핵화 협상으로 이어지며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으로 연결됐다.

그러나 올해 들어 다시 분위기가 바뀌었다.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노딜로 무산된 이후 북미관계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남북관계 역시 멈춰섰다. 계속해서 발목 잡았던 경제문제는 대외여건 악화로 인해 연 2% 성장률 달성이 사실상 무산됐다. 게다가 지난 7월부터 최근까지 이어진 조국 사태로 인한 극심한 논란과 사회 분열은 문재인 정부에 타격이 됐다.

이제 막 반환점을 돈 문재인 정부의 앞에는 조국 사태 이후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공정에 대한 요구와 경제·대북 문제에 있어 악화되거나 큰 진척 없는 대외여건 등 난제가 산적해 있는 형국이다.

文 정부 전반기 정책평가…복지·외교만 긍정평가 우세

14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2년 6개월이 지난 현시점에서 주요 분야별 정책평가에서 복지와 외교분야만 긍정률이 부정률 보다 높았다.

복지정책은 57%의 긍정률을 기록하며 2017년 8월부터 지금까지 아홉 차례 조사에서 모두 긍정률 50%를 웃돌았다. 외교 정책은 지난해 5월 74%에서 올해 8월 39%까지 하락했으나, 이번 11월 조사에서는 45%로 반등했다.

대북 정책은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던 지난해 5월 83%를 기록한 이후 하락, 올해 8월과 11월에는 38%에 머무르며 남북 관계에 대한 기대와 실망의 간극을 보였다. 공직자 인사는 지난해 5월까지 긍정평가가 우세했지만, 같은해 8월 긍·부정평가가 처음으로 역전된 후 부정률이 지속적으로 늘었고, 이번 조사에서 55%로 최고치에 달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진한 평가가 이어진 경제 분야의 긍정률은 올해 네 차례 조사에서 모두 20%대 중반을 기록했고, 부정률은 60% 내외다. 고용·노동 정책 긍정률은 지난 2월 26%에서 이번 11월 33%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정률은 59%에서 52%로 감소했다.

올해 들어 30%대 긍·부정률을 기록하던 교육 정책은 이번 11월 조사 결과, 지난 8월과 비교해 긍정률은 2%p 증가한 32%를 기록했고, 부정률도 4%p 늘어 처음으로 40%를 넘었다. 이에 대해 한국갤럽은 정부가 정시 확대, 외고·국제고·자사고 2025년 일반고 일괄 전환 방침 등을 내놓은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문재인 정부의 전반기 주요 분야별 정책평가는 지지층에 따라 크게 엇갈리며 간극을 드러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분야별 정책 긍정률은 복지 78%, 외교 77%, 대북·국방 68%, 고용노동 56%, 교육 51%, 경제 49%, 공직자 인사 46% 순으로, 모든 분야에서 긍정률이 부정률을 앞섰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지지층에서는 복지분야만 긍정률 32%를 기록했을 뿐, 교육 8%, 외교·국방 6%, 대북·고용노동 5%, 공직자 인사 4%, 경제 2% 등 이외 분야에서는 모두 한 자릿수에 그쳤다.

무당층의 경우는 보수 야당 지지층에 가까운 경향을 보였다. 복지 42%, 외교·국방 24%, 교육 21%, 고용노동 18%, 대북 13%의 긍정률을 나타냈고, 경제 분야와 공직자 인사(각각 9%)에서는 한 자릿수 긍정률를 기록했다.(12~14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6815명에 통화 시도, 최종 1002명 응답, 응답률 15%,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공정에 힘 싣는 文, 여론은 ‘경제 활성화와 권력기관 개혁’ 요구

앞서 문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를 맞아 국정운영의 주요 키워드로 혁신, 포용, 공정, 평화를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엄중한 마음으로 들었다. 공정과 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며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겠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이 바탕이 돼야 혁신도 있고 포용도 있고 평화도 있을 수 있다”며 “경제뿐 아니라 사회·교육·문화 전반에서 공정이 새롭게 구축돼야 한다”며 “국민의 요구를 깊이 받들어 공정을 위한 개혁을 더욱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11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도 문 대통령은 “국민이 변화를 확실히 체감할 때까지 정부는 일관성을 갖고 혁신, 포용, 공정, 평화의 길을 흔들림 없이 달려가겠다”며 “그 과정에서 더욱 폭넓게 소통하고, 다른 의견들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이면서 공감을 넓혀나가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앞으로 2년 반, 국민들에게나 국가적으로 대단히 중대한 시기다. 임기 후반기를 맞이하는 저와 정부의 각오와 다짐이 더욱 굳고 새로울 수밖에 없다”며 “국민이 바라는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내겠다. 국민과 시대가 요구하는 대통령의 소임을 최선을 다해 완수하겠다”고 했다.

현재 여론은 문재인 정부의 집권 후반기 최우선 과제로 ‘경제활성화’와 ‘권력기관 개혁’을 꼽고 있다. 1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 ‘노종면의 더뉴스’의 의뢰로 문재인 정부 임기 후반기에 집중해야 할 최우선 국정과제에 대해 조사한 결과, ‘경제활성화’가 41.1%로 가장 높게 집계됐다. 이어 ‘권력기관 개혁(24.0%)’, ‘국민통합(9.8%)’, ‘공정 사회 실현(9.2%)’, ‘한반도 평화·안보(7.8%)’, ‘양극화 해소(5.4%)’ 순으로 뒤를 이었다.

세부적으로는 보수층과 중도층, 자유한국당 지지층과 무당층에서 ‘경제활성화’ 응답이 1위였고, 진보층과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권력기관 개혁’이 가장 많았다.(1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9586명에 통화 시도, 최종 500명 응답, 응답률 5.2%,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4%p,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조)

지난 2017년 3월 1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탄핵축하 촛불집회 모습 ⓒ뉴시스
지난 2017년 3월 1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탄핵축하 촛불집회 모습 ⓒ뉴시스

文 정부 집권 후반기 성패…다시 촛불민심

이처럼 문재인 정부 집권 후반기의 주요 과제로 경제와 권력기관 개혁이 꼽힌다. 또한 정부로서는 대통령이 천명한 바와 같이 조국 사태 이후 높아지고 있는 공정에 대한 국민 열망도 충족시켜야 한다. 이와 함께 촛불민심이 말했던 주요 국정과제와 개혁에서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앞으로 1년이 문 대통령이 주요 국정과제와 개혁을 마무리할 마지막 골든타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집권 초기 대북문제에 집중하면서 놓쳤던 적폐청산, 검찰개혁이나 선거제 개편, 개헌 등 각종 개혁과제, 청년·서민 대책 등 촛불민심이 외쳤던 주요 국정과제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 소장은 역대 대통령들이 임기 4년차부터 국정지지율이 본격적으로 하락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지금으로서는 총선전망도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아, 이 기간 동안에 개헌, 선거제 개편, 검찰개혁, 기타 서민·청년 대책 등을 처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의 성패는 무엇보다도 내년 4월 치러지는 21대 총선에 달려있다.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단독 과반, 또는 국회 선진화법에 구애 받지 않고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180석까지 확보한다면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들은 보다 확실히 힘을 받을 수 있다.

반면, 민주당이 원내1당에서 밀려난다면 조기 레임덕은 물론, 국정동력 자체를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 그 경우, 엄청난 피해를 감수하면서 궤도에 올린 검찰개혁도 좌초할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국회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태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실시되고 있는 모든 개혁들도 멈춰 설 수밖에 없다.

내년 총선에 영향을 미칠 요소에 대해 엄 소장은 경제문제보다는 촛불민심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는 구조적 문제가 있고, 전 세계적으로도 좋지 않아 자유한국당이 얘기하는 것처럼 3~4% 성장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총선 이슈가) 야당이 얘기하는 경제심판론으로 가기 어렵다고 보고, 촛불민심이 요구했던 적폐청산, 검찰개혁이나 선거제 개편, 개헌 등 각종 개혁과제, 청년·서민 대책 등이 얼마나 실현됐는지가 보다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자유한국당이 촛불민심을 반영하지 못한 채 대척점에 서있던 과거 스탠스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촛불민심이 이번 총선에도 여전히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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