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허가로 기존 규제 3대 품목 모두 허가 수순
WTO 앞둔 일본의 ‘유리한 위치 선점’으로 해석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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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일본 정부가 반도체 핵심소재 3개 품목에 대해 한국 수출 규제를 발표한 후 처음으로 반도체 생산라인용 액체 불화수소(불산액) 수출에 대해서도 허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본 정부는 자국 화학소재 생산업체인 ‘스텔라케미파’에서 신청한 우리나라에 대한 불산액 수출 허가 건을 승인했다. 

앞서 올해 7월 초 일본 정부는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등에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FPI)와 반도체 기판 제작 때 쓰는 감광제인 포토레지스트(PR), 반도체 세정에 사용하는 기체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세 개 품목에 대해 한국으로의 수출 규제 강화를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일본 정부는 8월 초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수출 허가를 시작으로 같은 달 말 기체 불화수소에 이어 9월에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에 대해서도 한국에 대한 수출을 일부 허가했다.

이번 승인으로 제한적이나마 수출 규제 3대 품목의 한국 수출길이 모두 허가된 셈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허가가 오는 19일 열릴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의 2차 양자협의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일본의 전략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일본 정부가 90일로 규정된 수출 심사과정을 의식해 지난 7월 수출 규제 품목 발표 직후 서류 미비로 반려된 주문물량을 허가했다는 것이다. 특별한 사유없이 허가를 미루는 행위 자체가 부당한 수출통제로 간주될 수 있기에 한국 측의 제소로 열린 WTO 분쟁과정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이다.

산업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7월 4일 일본이 수출 규제를 발표한 이후 지난 10월까지 누적 기준 약 2억2000만 달러 상당의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를 들여왔다. 해당 품목들은 개별허가 품목이기에 다른 품목보다 수출 허가 절차가 까다롭다.

그간 우리 정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인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가 WTO 협정에서 어긋난 행위라고 주장해왔다. 일본이 한국만을 특정해 해당 품목을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로 바꾼 것은 WTO의 근본원칙에 위배된다는 것.

실제로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가트) 11조 1항에는 WTO 회원국은 수출에 대해 금지 또는 수량제한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한편 일본과의 2차 양자협의에 대해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일본의 뚜렷한 입장 변화를 기대하진 않지만 지속적 대화를 위한 제안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라며 “일본과 한국과의 관계 및 해당 안건에 대한 진행 상황에 따라 적절히 대처해 나갈 예정이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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