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노조 와해 사건, 삼성 경영진 법정 공방 마무리
정금용 대표도 삼성 계열사 노조 와해로 징역 3년 구형

정금용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대표(부사장)ⓒ뉴시스
정금용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대표(부사장)ⓒ뉴시스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삼성 에버랜드(삼성물산 리조트부문)가 노조와해 혐의에 대한 경영진의 재판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작 에버랜드를 이끌고 있는 정금용 대표도 삼성 계열사 노조와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경영진 공백마저 우려되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3부(부장판사 손동환)는 지난 11일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의 에버랜드 노동조합 와해 혐의에 대한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검찰은 강 부사장에게 업무방해 등 혐의로 징역 3년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이모 전 삼성에버랜드 인사지원실장도 징역 3년이 구형됐다. 어용노조 위원장 의혹을 받고 있는 임모씨 등 11명에게는 벌금 500만원에서 징역 2년까지 구형됐다.

앞서 강 부사장 등은 올해 1월 1일 노조 및 노동관계 조정법 위반, 업무방해, 개인정부 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검찰 조사결과 강 부사장 등은 2011년부터 2012년 사이 삼성그룹의 비노조경영 방침에 따라 에버랜드 내 비상상황실을 설치하고 조장희 삼성물산 노조 부지회장 등 핵심 노조원 3명에 대해 징계 처리해 노조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노조원들과 그 주변인들을 감시하고 동향을 파악해 당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 보고하는 등 개인정보 226건을 무단으로 수집하고 비전자계열사 임직원들의 개인정보 205건을 당사자 동의 없이 공유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에버랜드 노조 와해 사태는 금속노조 삼성지회(옛 에버랜드 노조)는 지난 2013년 공개된 ‘2012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근거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 관계자 36명을 부당노동행위로 검찰에 고소·고발하며 불거졌다.

검찰 조사 결과 에버랜드 사측은 차량운행 업무를 맡고 있는 협력기업에서 노조가 설립되자 이를 와해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조원을 회유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원에게 노조 탈퇴 회유와 함께 협박과 입막음도 시도하고 조합원의 개인 취향이나 지인 관계까지 파악하는 등 감시까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에버랜드가 노조 와해 혐의로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정작 회사를 이끌고 있는 정금용 대표도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처지다.

정 대표는 강 부사장과 함께 삼성 계열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재판은 에버랜드와 함께 대표적인 삼성의 노조 와해 사건으로 꼽히고 있다.

정 대표는 이달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 심리로 열린 노조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로부터 징역 3년을 구형받았다.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과 강 부사장에 대해서도 각각 징역 4년이 구형됐다. 정 대표는 과거 삼성전자 인사팀 상무와 옛 삼성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 전무, 부사장을 역임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 대표는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등과 함께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설립 움직임이 본격화된 2013년 6월 종합상황실을 꾸리고 신속대응팀도 설치해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협력업체 폐업 및 조합원 재취업 방해하고 ‘심성관리’를 빙자한 개별 면담 등으로 노조탈퇴 종용하고 조합 활동을 이유로 한 임금을 삭감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한국경영자총협회와 공동으로 단체교섭의 지연·불응 등을 추진하는가 하면 노조 탄압에 반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염호석씨의 부친을 불법행위에 동원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정 대표에 대한 재판부 1심 선고는 내달 17일 내려질 예정이다.

에버랜드는 기업 수장마저 재판대에 오르면서 경영인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정 대표의 경우 최근지지 부진한 실적을 거두고 있는 에버랜드의 성장을 이끌어야할 책임을 지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삼성물산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연결 기준 각각 7조7346억원과 2163억원이다. 삼성물산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6% 줄었고 직전 분기 대비 3.0% 감소했다. 특히 에버랜드(리조트 부문)의 경우 매출 7440억원으로 9.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0% 감소한 500억원에 그치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더욱이 그동안 인사 전문가로서 입지를 굳혀온 정 대표의 경우 인사 과정에서 이른바 전문성 논란이 뒤따라 다녔다. 이런 가운데 재판으로 인한 경영 공백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에버랜드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에버랜드 관계자는 “아직 재판이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다만 정 대표가 재판을 받고 있지만 현재 경영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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