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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하림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다. 과거 사료값 담합 조치와 관련해 공정위와 소송을 벌이고 있는 하림이 올해 초 가격 후려치기 제재 조치에 불복해 벌인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얻어냈다. 이런 가운데 늦어지고 있는 공정위의 김홍국 회장에 대한 사익편취 혐의 고발 건에 대해서도 하림이 소송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3부(문용선 부장판사)는 하림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 취소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공정위는 지난해 하림이 550여개 닭 사육 농가에 생닭 가격을 의도적으로 낮게 책정했다며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7억98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하림은 지난 2015년에서 2017년 사이 계약 농가들 중 변상농가와 출하실적이 있는 재해농가를 제외한 채 평균 생닭 매입가격을 낮게 책정했다. 변상농가란 재해나 관리소홀 등 내외부적인 요인들에 의해 변상이 필요한 농가를 일컫는다. 이를 두고 공정위는 하림이 변상농가 93곳을 의도적으로 누락해 생닭 매입가를 낮게 책정했다고 판단하고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하림은 재해 농가가 평가 모집단에서 제외된 것은 보상과 지원을 대가로 농가들과 합의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며 공정위 조치에 반발했다. 이에 올해 2월 공정위를 상대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상당 부분 하림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하림의 변상농가 제외 행위가 계약농가에 부당한 불이익을 제공한 행위라고 볼 수 없다”며 “하림이 생계매입대금을 산정하는 행위가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중 불이익제공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관계자는 “아직 판결문이 우리 쪽에 송달되지 않아 아직까지 항소 여부에 대해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림은 공정위의 제재에 대해 소송으로 대응을 이어오고 있어 이번 과징금 취소 소송에 대한 항소가 이뤄질 경우 하림과 공정위의 소송전은 더욱 확전될 것으로 보인다.

하림은 사료값 담합에 대한 제재 조치에 대해서도 공정위와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2015년 하림홀딩스를 포함한 사료업체 11개사가 가축 배합사료 가격의 평균 이산과 적용시기를 담합했다고 판단하고 이들 기업에 77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당시 하림계열사인 하림홀딩스와 제일홀딩스, 팜스코 등 3개사에 부과된 과징금은 총 140억원이었다.

하림은 사료 가격 결정을 위한 정보습득을 위한 만난 것일 뿐 가격 담합은 없었다며 공정위의 과징금 명령에 불복, 지난 2015년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2017년 12월 진행된 항소심에서 서울고등법원은 가격 담합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며 하림 측 손을 들어줬다. 공정위가 재판부 판단에 불복하며 항소에 나서며 해당사건은 현재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림은 오너일가의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사익편취 혐의와 관련해서도 공정위와 맞서고 있다.

공정위는 김 회장이 2012년 장남 준영씨에게 비상장 계열사인 올품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일감몰아주기와 편법증여 등 부당한 지원행위가 있었는지 살펴봤다. 준영씨는 하림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올품의 주식 100%를 김 회장으로부터 2012년 물려받았다. 하지만 증여 이후 올품에 계열사 일감이 몰리면서 매출이 급증하자 논란이 일었다. 이에 조사에 나선 공정위는 김 회장이 아들 승계와 관련해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사익편취 행위에 관여했다고 보고 지난해 12월 김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안을 전원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

당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하림의 부당지원 행위에 대해 올해 상반기 안에 순차적으로 처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공정위는 결론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같은 시기 함께 거론된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의 경우 실제 고발로 이어졌지만 하림에 대한 건은 이례적으로 전원회의 상정조차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하림의 제기한 소송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 측이 절차적인 문제로 공정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소송이 완료된 후에나 전원회의 상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송 내용과 성격에 대해 하림이나 공정위 측이 말을 아끼고 있어 정확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림이 소송 건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는 가운데 공정위 관계자 또한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서는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림은 공정위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계열사 오너일가 지분을 낮추거나 내부거래를 축소하는 등 규제 회피 작업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지난해 내부거래 매출 규모가 23억원으로 전년도(310억원)에 비해 92.6%나 줄었다. 그동안 20%대를 유지하던 내부거래 비중도 0.8%까지 떨어트렸다. 사실상 공정위의 올품에 대한 제재 명분이 크게 퇴색된 셈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소송 분쟁으로 공정위 심사를 늦춘 사이 제재 회피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하림은 연이은 공정위와 소송 분쟁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하림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기업 입장에서 공정위와의 분쟁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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