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규 기자의 젠더 프리즘] ‘동성혼 사회적 합의’ 요구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순
[김태규 기자의 젠더 프리즘] ‘동성혼 사회적 합의’ 요구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순
  • 김태규 기자
  • 승인 2019.11.20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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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MBC ‘국민과의 대화’ 방송화면 캡처
<사진 출처 = MBC ‘국민과의 대화’ 방송화면 캡처>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성소수자의 권리는 도대체 언제쯤 ‘지금의 문제’가 될 수 있을까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동성혼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또다시 성소수자 인권을 유보했습니다.

국민과의 대화 종반부에 한 시민이 “‘성소수자를 차별하고 박해하는 것은 반대하지만 동성혼은 시기상조’라고 하면서도 동성커플인 주한 뉴질랜드 대사 부부를 초청해 만찬을 가진 것은 자국민과 외국인을 차별대우 하는 것 아닌가”라며 동성혼 법제화에 대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동성혼을 합법화하기에는 아직 우리 사회가 합의를 이루고 있지 않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라며 “뉴질랜드 대사 부부의 경우 동성혼이 합법화된 뉴질랜드 법에 따라 외교관 배우자에게 필요한 비자를 발급하고 초청했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뉴질랜드도 동성혼이 합법화되기까지 오랜 세월 사회적 갈등과 논란을 겪어왔다. 미국도 오랜 세월동안 수많은 갈등을 겪고 드디어 사회적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며 “우리사회도 보다 많은 논의가 필요하고, 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을 때 합법화가 가능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러나 어떤 차별도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혼인의 권리에서 성소수자를 배제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입니다. 개인과 개인이 만나 가정을 이루고자 하는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건 사회가 나서서 개인의 사랑을 반대한다는 말이기도 하죠. 결혼에는 개인 간의 합의가 필요할 뿐 사회적 합의는 필요치 않습니다. 당사자가 서로 동의한 사랑에 사회가 개입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죠.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으로 묶이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배우자’라는 법적 지위와 그에 따른 권리도 함께 제공되죠. 혼인권에서 배제된다는 건 단순히 결혼을 할 수 없다는 것뿐만 아니라 법적 부부에게 제공되는 복지나 세제 혜택에서도 배제되는 것입니다. 또 배우자에게는 수술 등 위급한 상황에서 법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는데, 여기에서도 성소수자는 배제됩니다.

문 대통령은 “성소수자 차별에는 반대하지만 동성혼 합법화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말이 모순임을 모르는 걸까요. ‘차별에 반대하지만 차별철폐는 시기상조다’라는 것은 차별을 용인하는 말입니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시절부터 이 같은 입장을 견지해왔습니다. 앞서 지난달 21일 7대 종단 지도자 청와대 초청 오찬에서도 문 대통령은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박해나 차별은 안 되지만 동성혼은 국민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죠.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 합의를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사회적 합의를 운운하며 계속해서 성소수자 인권을 나중으로 미뤄왔습니다. 정부가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데 어떻게 사회적 합의가 도출될 수 있을까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말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면 그때 동성혼 법제화를 추진하겠다’는 말입니다. 사회적 합의라는 것은 결국 다수 여론이 이를 지지해야 한다는 뜻이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위치에 있는 대통령이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면 결국 목소리가 큰 혐오세력에 인권을 넘기는 것입니다.

문 대통령이 정말로 차별에 반대한다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말 대신 “청와대가 나서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라고 했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소수자의 인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앞장서겠다”라고 말해야 합니다.

국민과의 대화에서 문 대통령이 등장할 때 비틀즈의 ‘All you need is love’가 흘러나왔죠.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사랑의 토대는 이해이고, 이해하려면 더 많은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 소통의 대상에 성소수자가 포함돼 있는지 의문입니다.

인권은 합의 대상이 아닙니다. 인권을 합의 대상으로 여기는 정부에서 성소수자 인권은 언제나 ‘나중’으로 미뤄질 수밖에 없습니다. “차별에 반대한다”는 문 대통령이 남은 임기동안 차별금지법 제정, 동성혼 법제화 등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나서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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