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15일부터 ‘히트텍’ 10만장 공짜로
국내브랜드 탑텐, ‘우리는 20만장’ 애국마케팅
공짜 히트텍 받으려는 줄에 누리꾼 비난 이어져
“자존심 좀 지켜라”vs.“개인 선택에 맡겨야” 팽팽

유니클로 감사제 ⓒ유니클로 홈페이지
유니클로 감사제 ⓒ유니클로 홈페이지 캡처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히트텍(내의) 10만장을 공짜로 준다는 일본 패션브랜드 유니클로의 공격적 마케팅에 매장이 문전 성시를 이루며 지난 7월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로 불붙은 불매운동이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불매운동을 지속해야 한다는 쪽과 개인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나뉘며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니클로는 지난 15일부터 일주일간 할인 행사인 ‘15주년 기념 겨울 감사제’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행사의 일환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고객에 한해 선착순으로 히트텍 10만 장을 제공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유니클로가 전에 없던 무료 증정 이벤트를 벌이는 것이 불매운동으로 인한 매출감소를 타개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에 대한 불매운동은 지난 7월 일본의 부당한 수출 규제 발표로 촉발됐다. 그러다 같은 달 유니클로 본사인 패스트리테일링의 오카자키 다케시 최고재무책임자(CFO)의 “한국 내의 불매운동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폄하 발언으로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당시 국내 소비자 반발이 거세지자 유니클로 측은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17년에는 전범기인 욱일기가 들어간 티셔츠를 판매했고 지난 10월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조롱하는 후리스(재킷) 광고를 송출해 한국 소비자들의 발길을 끊게 만들었다.

유니클로는 실적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지만 지난 8월 금융감독원이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유니클로 매출액(국내 8개 카드를 이용해 결제한 금액)은 6월 마지막 주 59억4000만원에서 7월 넷째 주에는 17억7000만원으로 약 70%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지난달 10월 10일 패스트리테일링은 수익이 상승세를 보였던 2019 회계연도 전기(2018년 9월∼2019년 2월)와는 달리 후기(2019년 3월∼8월)에는 봄 의류의 판매 부진과 7월부터 이어진 불매 운동 등으로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꾸준히 이어진 유니클로 측의 망언과 실수로 불매운동이 힘을 받으며 몇 달째 유니클로 오프라인 매장은 썰렁한 상태를 유지해 왔지만 이번 이벤트로 소비자가 몰리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이처럼 유니클로가 ‘공짜 내의 10만장’ 카드를 내놓자 국내 브랜드 탑텐은 두 배 물량인 20만장을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맞불을 놓으며 애국 마케팅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유니클로 측은 “특별 사은 이벤트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이번 이벤트가 혐한 마케팅이라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국내 창립 15주년을 기념하여 고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기획된 특별 사은 이벤트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판매 진행 상황에 대해 묻자 “글로벌 본사 정책에 따라 각국의 단기간의 매출에 대해 밝힐 수 없는 점 양해 바란다”며 대답을 피했다.

지난 주말 유니클로 매장앞에 줄을 선 구매자들 모습 ⓒ서경덕 교수가 제보받은 사진
지난 주말 유니클로 매장앞에 줄을 선 구매자들 모습 ⓒ서경덕 교수가 제보받은 사진

이번 이벤트와 관련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1919년 3.1운동 당시에도 참가하라고 강요하지 말라는 이완용 같은 자가 있었다. 자유에 앞서는 가치가 분명히 존재한다”, “허탈하다. 내복 한 장에 무너지는 불매운동이. 자존심은 팔지 말자”, “일본과 유니클로에 농락당했다. 제발 일본인의 말이 맞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지마라” 등의 자조 섞인 댓글이 올라오며 무너진 불매운동에 허탈한 심정을 드러냈다.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지난 18일 트위터를 통해 “유니클로의 한국인에 대한 히트텍 무료 배포는 ‘공격적 마케팅’이 아니라 ‘혐한마케팅’이다”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그는 “‘조선인들은 공짜라면 오금을 못편다’‘조선인들은 외상이라면 소도 잡아 먹는다’(등의 발언이)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의 대표적 ‘혐한’담론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념을 강요하지 말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유니클로 이벤트와 관련한 한 뉴스 댓글창에는 “대한민국에서 불매운동을 하든 말든 자유다”, “유니클로 입었는지, 일제 볼펜 쓰는지 검열하는 시선 지겹다. 자기 신념을 남에게 강요하지 마라”, “소비자들은 싼 걸 사면 되는 것이지 왜 거기에 민족주의를 집어 넣냐” 등의 댓글이 달렸다.   

성신여대 서경덕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내복을 받으려 길게 줄을 선 모습을 찍은 사진을 순국선열의 날에 제보 받았다”라며 “그동안 유니클로는 임원의 한국인 비하 발언, 욱일기를 새긴 티셔츠도 모자라 위안부 할머니들을 조롱하는 광고도 찍었는데 이런 기업의 물건을 아무리 공짜로 준다고 해도 줄까지 서서 받으려는 모습에 다소 충격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불매운동이 강요될 수 없고 개개인의 선택을 존중하지만 개인의 자유가 있기까지는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 기회에 국산 제품을 사용한다면 내수시장을 살리는 좋은 계기도 될 것이다”라며 “한 번만 더 생각해 보고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켰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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