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 초우량 항공사 넘어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 목표
신용평가사 일제히 등급 하향 검토, 금투업계도 유동성 악화 우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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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본격적인 인수 준비 절차에 돌입했지만 향후 운영 성패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는 모습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범(凡)현대가와 항공업의 시너지로 성공적인 사업 연계 가능성을 예상하는 동시에 인수 후 발생할 추가비용 등 유동성 악화를 근거로 부정적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2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준비단을 최근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항공업계 진출 작업을 추진 중이다. 각 부문 전문가들이 참여한 인수준비단은 주식매매계약 체결 이후 내년 상반기 중 인수절차 마무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최종입찰에는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이하 HDC 컨소시엄), 애경그룹-스톤브릿지 컨소시엄, 강성부펀드(KCGI)-뱅커스트릿 컨소시엄 등 3곳이 참여했다. 금호산업은 HDC 컨소시엄이 아시아나의 경영 정상화 달성에 있어 가장 적합한 인수 후보자였다고 평가했다. 

HDC 컨소시엄은 국내 1위 증권사가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한 만큼 최종입찰 전부터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됐다. 실제 HDC 컨소시엄이 제시한 인수가격은 2조5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자회사 6곳도 포함된 가격으로 추정된다. 

HDC그룹 정몽규 회장 ⓒ현대산업개발
HDC그룹 정몽규 회장 ⓒ현대산업개발

모빌리티 그룹 도약 꿈꾸는 현대산업개발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이 공식화 되면서, 건설사의 항공업 투신 배경과 운용 능력 등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현대산업개발은 이를 의식한 듯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초우량 항공사로서의 성장을 예고하는 한편,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HDC그룹 정몽규 회장은 기자회견 당일 입장문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 산업이 HDC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부합한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인수 후에도 신형 항공기와 서비스 분야에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 초우량 항공사로서 경쟁력과 기업가치가 모두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HDC그룹은 항공 산업 뿐만아니라 나아가 모빌리티 그룹으로 한걸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의 임직원들과 함께 긍정적 시너지를 이끌어냄으로써 주주와 사회에 기여하고, 더불어 대한민국의 국가 미래경쟁력을 강화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이 언급한 모빌리티 도약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현대자동차와의 협업을 통한 플라잉카, 자율주행 사업으로의 영역 확장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고 있다. 

키움증권 라진성 연구원은 “정몽규 회장이 ‘모빌리티’를 내세웠다는 점에 주목해야 된다. 모빌리티는 단순 탈 것이 아닌 흐름(통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라며 “현대산업개발은 도로 인프라와 항만 인프라를 보유, 운영 중이다. 향후 플라잉카, 자율주행, 공유경제, 이커머스 등과 결합된 육·해·공 모빌리티 플랫폼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라 연구원은 이밖에도 “이번 인수는 단순히 건설사가 인수했다기보다는 ‘범현대가’가 품었다는 게 명확한 표현이다”라며 ▲현대오일뱅크는 항공유 ▲현대백화점 그룹은 면세점 및 기내식 ▲현대해상은 보험 ▲KCC 한라그룹 현대종합상사는 물류 ▲현대카드는 마일리지▲현대아산은 대북사업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나이스신용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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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악화‧항공업계 경쟁 등 산적한 위험요소

하지만 이 같은 장밋빛 예상과는 달리 재무 부담에 따른 유동성 악화를 전망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범현대가의 자금이 투입되거나 회사채, 기업어음 등의 발행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더라도 현대산업개발은 보유한 현금 대부분을 아시아나 인수에 소모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2조5000억원의 인수금액 중 5000억원을 미래에셋대우가, 1조원을 범현대가에서 지원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현대산업개발은 나머지 1조원 조달을 위해 올 3분기 기준으로 보유한 현금성 자산 9100억원 가량을 모두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15일 나란히 현대산업개발의 등급을 하향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한국기업평가는 특히 무보증사채 및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부정적 검토 대상에 등록한다고 밝히며 자체 재무여력 약화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재무부담 가능성 등을 부정적 평가 사유로 지목했다. 현대산업개발이 보유한 현금성자산과 인수금융 사용이 불가피한만큼 우수한 재무안전성이 저하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나이스신용평가 역시 현대산업개발의 장‧단기 신용등급에 대한 하향검토 의사를 공개하며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확정될 시 인수 대금 지불과 대규모 유상증자 실시에 따라 회사의 재무적 부담이 증가하게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와 관련 현대산업개발의 2019년 9월 잠정실적을 기준으로 ‘즉시 인수 시 재무상태 변화’를 추정했다. 추정치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즉시 인수할 경우 부채가 1조원 가까이 늘어나면서 3조3280억원대로 증가하며 부채비율도 109.6%에서 156.6%로 급증한다. 

항공업계의 경쟁이 날로 격화되고 있다는 점도 현대산업개발이 넘어야할 산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장거리에서는 대한항공에, 단거리에서는 저비용항공사(LCC)에 치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올해 2분기 기준 국적항공사 8곳이 모두 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은 업계에서 가장 많은 1241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 와중에 LCC들은 무한경쟁 체제의 돌파를 위해 장거리 노선 도입을 노리고 있다. 또 정부는 올해 들어 항공여객 증가를 이유로 LCC 3곳을 새로 허가했다. 현대산업개발의 의욕적인 인수 참여에도 업계 내외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성장에 의문을 품는 이유도 이 같은 이유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DB금융투자 조윤호 연구원은 “개발기업의 항공사 인수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현대산업개발 기업가치의 기본은 개발사업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이다. 하지만 그 유동성을 온전히 항공업에 투자하게 됐다”라며 “HDC그룹이 영위하는 일부 사업과 항공업 간 시너지는 분명히 존재할 수 있지만 그룹 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설, 특히 디벨로퍼와의 시너지는 크지 않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KTB투자증권 김선미 연구원도 “아시아나항공이 인수자금으로 부채비율을 300% 이하까지 낮춘다고 하더라도 노후화된 기체, 낮아진 경쟁력, 최근 들어 늘어난 기체결함 등을 고려했을 때 향후 신규 항공기 구입을 위한 추가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영업실적의 빠른 회복 없이는 재무구조 추가 악화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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