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파기 철회·공수처법 포기·선거법 철회’ 요구한 黃
내세운 명분 모두 수용 어려워…출구전략 나올 수 있을까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뉴시스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20일부터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이하 지소미아) 파기 철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법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를 촉구하면서다.

황 대표는 “필사즉생의 마음으로 단식투쟁을 이어가겠다”며 단식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그는 또 “누군가는 저의 단식을 폄훼하고 저의 생각을 채찍질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지켜야 할 가치를 지키기 위해 제 소명을 다할 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황 대표의 결단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눈초리는 여전히 냉랭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황 대표의 단식은 떼쓰기, 국회 보이콧, 웰빙 단식 등만 경험한 정치 초보의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조바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평가절하했다.

바른미래당 최도자 수석대변인은 “황 대표의 단식은 명분도 당위성도 없다”라고, 대안신당 김정현 대변인도 “자기 말을 안 들어준다고 드러눕는 것은 생떼고 정치지도자가 할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의회정치, 정당정치를 스스로 부정하면서 대권가도만 생각하는 소아병적인 행태”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이처럼 황 대표의 단식 명분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이 싸늘한 가운데, 단식 돌입 전날 영양제를 맞았다는 논란과 당직자들을 동원한 이른바 황제단식 논란 등 악재가 제기되면서 황 대표의 단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황교안의 단식…출구전략은 있나

황 대표의 단식으로 당분간 정국은 급랭될 수밖에 없다. 무기한 단식을 선언한 황 대표가 단식을 끝마치기 위해선 명분으로 내세운 지소미아 파기 철회, 공수처법 포기, 선거법 개정안 철회 등의 요구조건들에서 일정한 성과를 내야 한다. 그러나 황 대표가 단식의 명분으로 내세운 3가지는 정부·여당으로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무기한 단식을 선언한 황 대표가 단식을 마칠 출구전략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 문제다.

물론 지소미아와 관련해 정부가 종료를 6시간 앞두고 조건부 종료 연기를 발표했지만, 일본이 수출규제 철회 등 전향적인 입장 변화에 나서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종료시킬 수 있다는 전제를 달았다.

이처럼 일제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한 반발로 촉발된 수출규제조치에 대해 일본의 전향적인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또한 강제징용 배상문제와 관련해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국내 자산 압류와 현금화 작업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양국 관계에 따라 지소미아는 언제든지 종료될 수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황 대표도 지소미아 조건부 종료 연기를 넘어 공수처법 포기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에 더욱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자유한국당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황 대표는 지소미아 파기 철회를 촉구하는 단식을 이어왔다. 이제 산 하나를 넘어섰다”며 “이제 공수처법,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저지를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은 단식을 지속해나갈 것”이라면서 단식이 계속될 것을 예고했다.

다른 요구사항인 공수처법 포기와 연동형 비례대표 선거법 개정안 철회는 대통령이 아닌 국회의 영역이다. 현재 각각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해당 안건들은 문희상 국회의장이 오는 27일과 내달 3일 본회의 부의 방침을 밝힌 상태다.

앞서 문 의장은 공수처 설치법 등 사법개혁 관련 패스트트랙 안건을 내달 3일 본회의에 부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요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 등 정치개혁 관련 패스트트랙 법안은 오는 27일 본회의에 부의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 지지부진한 상태인 여야 협상은 황 대표의 단식으로 더욱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공수처법 포기와 선거법 개정안 폐기를 명분으로 내건 황 대표의 단식과 관련해 제1야당이 국회에서의 협상 대신 거리로 나섰다는 비판이 나올 여지도 있다.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뉴시스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뉴시스

리더십 회복을 위한 포석?

이와 함께 이번 황 대표의 단식이 리더십 회복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자유한국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퇴까지는 조 전 장관 관련 이슈로 정부·여당에 날 선 공세를 펼치며 주목도를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황 대표는 조 전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며 삭발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조국 정국이 마무리된 후 ▲조국인사청문회TF 소속 의원들에게 표창장과 금일봉 수여 논란 ▲패스트트랙 여야 대치 상황에서 활약한 의원들에게 21대 총선 가산점 부여 발언 논란 ▲문재인 대통령 풍자 애니메이션 논란 ▲공관병 갑질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킨 박찬주 전 육군대장 영입 추진 논란 등 잇단 지도부의 실책에 리더십 문제가 다시금 불거졌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보수대통합을 꺼내들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지만, 통합의 대상인 바른미래당 내 비당권파 ‘변화와 혁신을 위한 행동(변혁)’과 우리공화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극명한 시각차를 보이면서 난관에 봉착한 상황이다. 당시에도 국면전환을 위해 내용도 없는 보수대통합을 발표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때문에 이번 단식도 리더십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돌파구로서의 단식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바른미래당 최도자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 난맥이나 지소미아 연장이 황 대표 한 명의 단식으로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문제도 아니다”라며 “자신의 리더십 위기에 정부를 걸고넘어져서 해결하려는 심산을 국민들도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도 21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황 대표의 단식은 김세연 의원의 퇴진 요구, 홍준표, 오세훈, 김용태 의원 등 당내 후폭풍이 몰아치는 것을 피하기 위한 도피처, 돌파구로서의 단식”이라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제가 21세기 정치인이 하지 말아야 할 3가지로 삭발, 단식, 국회의원직 사퇴를 얘기했는데, 황 대표는 9개월 만에 이미 삭발, 단식 2가지를 했다”며 “그런 식의 정치를 하면 국민을 납득시킬 수가 없는데 오늘 아침 언론, 심지어 보수 언론에서도 비판하는 것처럼 국민이 보기에 뜬금없는 코미디로 희화화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저수지에 구멍이 뚫리면 구멍이 커지고 결국 둑이 무너지듯이 황 대표는 이번 단식으로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며 “황 대표가 자신에 대한 사퇴 요구에 단식을 택했지만 지금은 단식 타임이 아니라 자유한국당의 쇄신 타임이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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