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첫해, 3분기까지 실적 순항…수익성 강화
고금리 이익 편중 우려 솔솔, 꺽이는 성장세
계열사 부실운영 등 내부 관리 소홀 지적 반복

김기홍 JB금융그룹 회장ⓒJB금융지주
김기홍 JB금융그룹 회장ⓒJB금융지주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JB금융그룹 김기홍 회장 취임 첫 해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3월 말 취임 당시 외형 확대보다 수익성 위주의 내실 경영을 강조했다. 취임 첫 해 지금까지 실적만 놓고 보면 수익성과 건전성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실적 이면에 높은 이자율에 기댄 ‘고금리 장사’ 구조가 금리 인하 흐름 속에서 한계에 봉착했다는 우려도 뒤따르고 있다. 게다가 비은행 계열사의 부실투자 논란과 하도급 계약 분쟁 등 거듭되고 있는 윤리 경영 차원의 외부 잡음에 대해서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 책임 경영과 거리를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취임 첫해 실적 만족?…흔들리는 고금리 장사

JB금융지주는 김 회장 취임이후 줄곧 실적을 전면에 내세웠다. 김 회장의 임기 시작부터 외형 확장보단 수익성·건전성 개선에 집중한 이른바 ‘작지만 수익성 높은 금융그룹 만들기’에 주력해왔다.

취임 첫 해 지금까지 실적은 나쁘지 않다. 올해 3분기까지 따지면 JB금융이 거둔 누적 당기순이익은 294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39.5% 증가한 것으로 같은 기간 기준 사상 최대 규모다. JB금융은 저금리 흐름 등 어려운 금융 환경 속에서도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고 자평했다.

건전성 개선 수치도 개선됐다. 같은 기간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비율)도 같은 기간 0.47%포인트 오른 13.39%를 기록했다.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의 비율을 보여주는 지표인 BIS비율이 올랐다는 것은 그 만큼 금융사의 자본 건전성이 나아졌다는 의미다.

누적 수치만 보면 이익률 하락세를 보이는 DGB·BNK 등 경쟁 지방금융사를 훌쩍 뛰어넘는 성적이다.

하지만 분기별 추세로 보면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JB금융지주의 3분기 실적은 전 분기보다 눈에 띄게 쪼그라들었다. 3분기 순이익은 901억원으로 전분기 1115억원 보다 19.2% 감소한 수준이다. 영업이익 또한 1286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7.9% 감소했다.

광주은행 성적이 다소 올랐지만 전북은행의 실적악화 폭이 더 컸다. 광주은행의 순이익이 전분기 463억원에서 479억원으로 3.4%, 영업이익은 637억원에서 650억원으로 2.2% 증가하는데 그쳤다. 반면 전북은행의 순이익은 458억원에서 246억원으로 46.3% 급감했다. 영업이익도 631억원에서 383억원으로 39.3%나 추락했다.

3분기 BIS비율도 전분기(13.97%)와 비교하면 0.58% 하락했다. 분기별 추세만 놓고 보면 건전성이 악화됐다고도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전망도 밝지 않다. 금융업계에서는 JB금융가 고금리 정책으로 유지해온 실적도 경기악화에 따른 금리 인하 추세로 인한 금융시장 부진을 버티기 쉽지 않을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JB금융의 성장은 핵심 계열사인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의 높은 대출금리로 이익을 챙기는 ‘고금리 장사’에 기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전북은행의 지난 9월 신규 취급액 기준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42%로 국내 시중 은행들 중 가장 높았다. 광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이자율도 2.87%로 은행 전체 평균 2.74%을 넘어섰다. 전북은행이 같은 달 신규 취급한 개인 신용대출 이자율도 7.07%로 케이뱅크를 제외한 은행 중 가장 높다.

기업대출 또한 건전성이 취약한 중소기업을 상대로 고금리 정책을 집중하고 있다. 전북은행의 지난 9월 신규 취급액 기준 중소기업 운전자금 대출 금리는 5.31%로, 이 역시 은행 전체에서 최고였다. 광주은행 이자율은 4.29%로 뒤를 이었다.

이처럼 고금리 또는 중금리대출 비중을 높여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건전성이 취약해지는 우려 또한 뒤따르고 있다.

전북은행의 경우 올해 3분기 자산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전분기 대비 21% 증가했다. 고정이하여신은 보통 3개월 이상 원리금이 연체된 여신채권으로 그만큼 부실자산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올해도 잡음, 계열사 투자사고에 하도급 분쟁

이 같은 불안한 수익 챙기기에 집중하는 사이 내부에서는 계열사 투자사고, 하도급 계약 갑질 분쟁까지 불거지며 고금리 장사에만 몰두, 거래처 및 고객 보호 등 내부 관리에는 여전히 소홀하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고질적인 ‘고금리 장사’ 논란에 지난해 전북은행 한 지점장의 은행 시재금 횡령 사고 등 내부 기강 해이 문제에 이어 올해도 잡음이 반복되고 있지만 JB금융은 자사를 향한 부정적 이슈에 대해서는 별다른 해명도 내놓고 있지 않고 있다.

당장 JB금융지주 계열사인 JB자산운용은 해외 부동산 펀드 투자 손실로 금융당국의 검사를 앞두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달 JB자산운용과 KB증권에 대한 현장 검사를 벌일 예정이다. JB자산운용이 운용한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펀드 ‘JB호주NDIS펀드’의 투자 및 운영의 부실 여부를 따져보기 위해서다.

JB자산운용은 올해 펀드를 통해 호주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급하는 장애인을 위한 아파트에 간접 투자했다. 해당 펀드는 KB증권이 판매했다. KB증권은 해당 사모펀드를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약 4개월 동안 3260억원어치를 판매했다. 이를 JB자산운용이 호주 신생 투자회사인 LBA캐피탈에 대출형식으로 투자했다. 문제는 현지 사업자가 당초 계약과 다른 부동산에 투자하는 계약 위반 사실이 발각되면서 사업 자체가 무산됐다. 투자금 회수 절차에 들어갔지만 기관 투자자 자금 회수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더군다나 현지 사업자가 JB자산운용 등에 인감 위조 등 허위문서를 제출한 후 투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실한 펀드 운용이 도마에 올랐다. 최근에는 JB자산운용과 펀드 판매사 KB증권이 사기 정황을 미리 인지했음에도 이 같은 사실을 숨기고 투자를 진행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나아가 KB증권 주도의 ‘OEM(주문자제조생산) 펀드’를 운용해온 JB자산운용이 판매사 측과 책임을 미루다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펀드 사고 발생 이후 판매사인 KB증권은 적극적으로 투자금 회수와 사고 일련의 과정에서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지만 JB자산운용은 대외적으로 별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본지가 JB자산운용 측에 해당 펀드 사고와 관련한 수차례 입장을 요청했지만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최근 불거진 하도급 계약 분쟁에 대한 태도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현재 JB금융지주와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핸디소프트와 계약파기 책임을 둘러싼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핸디소프트는 JB금융지주를 상대로 올해 1월 맺은 ‘JB금융그룹 통합업무포탈 구축 사업’의 계약 파기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다.

핸디소프트는 발주처인 JB금융지주가 사업 수행 과제를 명확하게 지시하지 못해 프로젝트가 난항을 겪다 주장하고 있다.

핸디소프트가 이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18개 업체와 소프트웨어 납품, 하드웨어 납품 및 개발 인력 공급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들에게 지급될 대금 지급이 미뤄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JB금융지주로부터 계약금 외 잔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도급 업체와의 대금 문제는 핸디소프트가 우선 연내 전액 지급하기로 하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핸디소프트 측이 계약 파기와 하도급 대금 미지급과 관련해 JB금융지주의 책임을 묻고 있어 두 업체 간 분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핸디소프트 측은 현재 JB금융지주에 12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분쟁에 대해서도 JB금융지주는 말을 아꼈다. JB금융지주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분쟁은) 소송을 통해 다툴 것”이라며 “그 밖에 밝힐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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