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철 지음/ 86쪽/ 128*188mm/ 1만1800원/ 지만지드라마

“변호인: 피고인은 여전히 누군가의 보호가 필요한 미성년 나이에 집을 뛰쳐나와야 했습니다. 피고인을 집 밖으로 내몬 건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 당해야 했던 가정 폭력이었습니다. 결혼 후에는 알코올중독에 빠진 남편의 폭력을 수없이 견뎌 내야 했습니다. 평생 가정 폭력에 피고인의 삶이 뼛속까지 검붉게 멍들어 가는 동안 우리 사회는 무엇을 했습니까? 미성년자인 피고인이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받으며 몸과 마음이 병들어 가는 동안 그들의 이웃은 어디에 있었습니까? 피고인의 남편이 알코올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하도록 원인을 제공하고 방치한 건 누구입니까? 피고인이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고 있음을 인지하고서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지역의 경찰과 공무원들은 제 역할을 다한 것입니까?” -본문 중에서

【투데이신문 김지현 기자】 제 19회 월드 2인극 페스티벌 참가작으로 가정 폭력 문제와 이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무관심을 다룬 <들꽃>이 출간됐다.

<들꽃>은 가정 폭력 피해자에서 살인 사건의 가해자가 돼야만 했던 주인공 ‘하서린’을 통해 가정 폭력 문제에 대한 이웃의 관심과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한다.

이야기는 남편과 아이를 살해한 혐의로 수감 중인 피고인과 그녀의 국선변호인의 접견 장면들로 구성된다. 마음을 굳게 닫았던 피고인은 변호인의 노력으로 조금씩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유년 시절 피고인은 의붓아버지의 일상적인 구타와 어머니의 외면, 그리고 의붓오빠의 성폭행을 당하면서도 감내해야만 했던 삶을 전한다. 이와 함께 행복할 줄 알았던 결혼 후에도 남편의 폭행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안타까운 사연을 들려준다.

저자는 가정 폭력을 우리 사회의 심각한 병폐로 묘사한다. 뉴스가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가정 폭력 문제를 일시적인 소모성 가십거리로만 여겨진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특히 폭력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소원한 현실이 판에 박은 듯 똑같이 반복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독자들의 관심을 환기시킨다. 

<들꽃>의 저자인 김승철 작가는 1990년 동국대학교 연극영화학과를 졸업 후 극동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극작가이기도 한 그는 창작공동체 아르케 대표와 상임연출을 맡고 있다.
그는 <아름다운 살인자! 보이첵>으로 2008년 밀양여름공연예술제 젊은연출가전 대상을 수상한 경력 등이 있으며, 주요 창작 희곡으로는 <그류? 그류!>(2009), <전야제>(2009), <즐거운 나의 집>(2010), <수갑 찬 남자>(2015), <툇마루가 있는 집>(2017), <들꽃>(2018) 등이 있다.

<들꽃>을 출간한 출판사 지만지드라마 관계자는 “<들꽃>은 누구보다 믿고 의지해야 할 가족으로부터 고통당하면서도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못하는 주인공을 통해 곪은 상처를 안고 사는 가정 폭력 피해자에 대한 공동체 차원의 관심을 촉구하는 작품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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