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선언에 급랭한 정국, 여야의 대립각은 높아만 지고
원내대표 경선 앞둔 한국당…새 국면 맞을 앞으로 패트 협상은?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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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안들의 본회의 부의를 전후로 정치권은 극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는 기약 없이 공전하고 있다.

황교안 대표의 단식으로 정치개혁, 사법개혁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에 배수진을 친 자유한국당은 지난달 29일 선거법 개정안의 본회의 부의에 앞서 필리버스터를 꺼내들었다.

이에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권이 반발하며 결국 본회의는 무산됐고, 이날 처리키로 했던 민생법안 등 비쟁점 법안을 포함한 안건들은 다시 멈춰섰다.

결국 민주당은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창당 준비 중인 대안신당을 포함한 4+1 협의체를 통해 자유한국당 이외 야권과 협상을 통한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방침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자유한국당은 “당리당략으로 뭉친 정치야합”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대치 정국은 혼돈을 거듭하고 있다.

필리버스터 꺼낸 한국당…질타 쏟아내는 여야

필리버스터 논란으로 정국은 급랭했다. 내년도 예산안 심사 역시 차질을 빚으면서 본회의 처리 법정시한(12월 2일)을 넘기게 됐다.

여야 정치권은 자유한국당을 향해 맹비난을 쏟아냈다. 특히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요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 통과에 사활을 걸고 있는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 군소야당은 질타를 퍼부었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야3당이 정치개혁공동행동과 함께 연 ‘개혁 발목잡는 자유한국당 규탄 및 선거제도 개혁 완수 결의’ 기자회견에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여러 가지 민생법안이 있는데 어떻게 199건을 한꺼번에 필리버스터에 걸어놓느냐는 것이다. 이게 국회인가. 이게 제1야당이 해야 할 일인가”라며 “도무지 자유한국당 이 나라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 민생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자신들의 당리당략을 위해서라면 국익도, 민생도, 국민도 다 내팽개치고 그들은 이미 국회를 떠났다”며 “오로지 정권 다툼에만 혈안이 돼있는 정당이다. 그들이 공언한 대로 총사퇴하고 다시는 이 국회에 돌아오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을 향한 비판도 나왔다. 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3년 전 촛불 혁명은 문재인 후보를 대통령 만드는 일, 그것 하나 말고는 아직 이룬 것이 없다”며 “지난 3년 동안 제도개혁다운 개혁은 단 1건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1700만 시민들이 나의 삶을 개선하라고 그렇게 외쳤을 때 당신들의 초심을 어디에 갔느냐”라며 “당신들의 신뢰와 지지를 회복하는 길은 정부·여당이 다시 국민들의 희망이 되는 길은 개혁의 전선에 나서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모든 안건에 필리버스터를 걸어 국회를 마비시켰다며 민생법안을 인질로 헌법과 국회에 테러를 가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당이 29일 본회의를 막아 법안 처리가 무산됐으며, 국회법이 보장한 필리버스터를 방해하고 있다고 대립각을 이어갔다. 199개 안건 모두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것과 관련해서는 국회의장이 안건순서를 바꿔 법안을 처리하고 산회해 필리버스터 권한을 부여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위)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자유한국당을 규탄하고 있다. (아래)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총에서 패스트트랙 원천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뉴시스
(위)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자유한국당을 규탄하고 있다. (아래)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총에서 패스트트랙 원천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뉴시스

당분간 출구 없는 극한대립 이어지나?

이 같은 상황에서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는 표류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예정된 본회의가 필리버스터 논란으로 무산되면서 비쟁점 민생법안들마저 발이 묶였다. 최악의 식물국회라는 오명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아울러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에 대한 여야 협상에서도 악재가 더해졌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이 당 최고위원회에서 거부된 것이다. 따라서 자유한국당의 원내대표 경선이 예정된 오는 9일까지 패스트트랙 법안들에 대한 제1야당의 협상 창구는 사실상 문을 닫게 됐다. 다음날인 10일은 정기국회 폐회일이다. 결국 이번 정기국회 내에서 여야의 대치 국면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이번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계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현재 강력한 대여투쟁 기조를 내세우고 있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노선에 힘을 실을 원내대표가 당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은 5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나경원 원내대표, 국회 부의장 등 자유한국당 국회직 및 원내 경선을 보면 나 원내대표 등 비박도 친박으로 전향하거나 친박 지원을 받아 당선된 것”이라며 “이번에도 친박 후보가 원내대표에 당선될 것이고, 총선 과정과 총선 이후 대통합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협상 대신 투쟁 기조를 내세운 원내대표가 당선될 경우, 패스트트랙 관련 협상은 더욱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4+1 협의체를 가동,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권과 함께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에 나서겠다는 방침이지만, 선거법 개정안과 관련해 의원정수 확대,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 비율 재조정 문제 등에서 협의체 내 시각차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게임의 룰인 선거법 개정을 제1야당과 합의 없이 처리하는데 대한 부담감도 있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민주당은 4+1 협의체를 통해 자유한국당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전날 4+1 협의체 예산안 실무회동에서도 여야는 자유한국당의 협상 참여를 원칙적으로 배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처럼 패스트트랙 처리를 앞두고 국회가 극심한 막판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먼 길을 돌아온 정치개혁과 사법개혁 관련 법안들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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